“지적장애 특성 고려 없는 행정·사법기관부터 고쳐야”

지적장애여중생 집단 성폭행 연루 학생, ‘봉사’ 가면 쓰고 ‘대학합격’

지적장애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이 이른바 명문대학교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해 합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0년 대전광역시 지적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가담한 ㄱ(19) 학생은 지난해 말 A대학교 입학사정관제 리더십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A대학교 입학사정관실 측은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중요시 보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와 교사 추천서 및 자기소개서인데, 이 서류상에서는 문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 ㄱ 학생은 성폭행 혐의로 법원에서 ‘소년보호’ 처분을 받았으나 이와 관련한 어떤 내용도 생활기록부 등에 기재하지 않았고, 다만 ‘봉사를 많이 했다’는 내용이 담긴 교사 추천서·자기소개서와 함께 합격했다.

ㄱ 학생 등 16명은 지난 2010년 5월 중순경 인터넷으로 알게 된 B(당시 14, 여, 지적장애) 학생을 서구 둔산동 한 건물의 남자화장실로 유인해 집단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위반)로 붙잡혔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학생이 적극적인 저항한 정황이 없는 점과 가해학생들이 미성년자고 폭력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했고, 법원 역시 피해자와 법률상 합의가 이뤄진 점 및 학생들의 개선 가능성 등을 이유로 ㄱ 학생 등은 소년 보호 처분 판결을 내렸다.

A대학교측은 “두 달 전 SNS 등을 통해 이 같은 이야기가 돌았고, 한 달 전 누군가가 입학처에 이를 제보했다.”며 “현재 ㄱ 학생에 대한 법원 판결 분석 및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며, 정확한 조사를 위해 위원회를 꾸려 ㄱ 학생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자세한 것은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만약 사실일 경우 입학 취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13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대전장애인부모연대는 대전지방검찰청 정문에서 지적장애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다. ⓒ웰페어뉴스 DB
▲ 지난해 10월 13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대전장애인부모연대는 대전지방검찰청 정문에서 지적장애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다. ⓒ웰페어뉴스 DB

행정·사법기관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제2·제3의 사건 우려

장애계단체는 행정·사법기관의 ‘장애인식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장애인부모연대 김선숙 사무국장은 “성폭력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성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왜 성(性 )에 대해서만 장애 유무와 정도를 따지는가. 신기한 것은 여성지적장애인이 성폭행 피해자일 때는 장애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가, 고용·노동 등 사회생활에서는 영락없는 장애인으로 취급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재판 당시 여성검사에게 ‘비장애여학생도 16명에게 둘러싸이면 쉽게 저항할 수 없는데, 지적장애여학생은 장애특성상 더 위축되고 위협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같은 여자로서 생각해 달라’고 했지만 깔끔하게 서류상으로만 판단했다.”며 “사건이 이렇게까지 온 과정, 이렇게 된 뒤에 주목 받는 자체가 비통하다 못해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그는 도주의 우려를 떠나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 등 적극적이고 엄중한 경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재빠른 후속 조치를 위해 원스톱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각 지역에 폭력방지위원회를 설치해 위원들을 위촉한다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사건이 외부로 흘러 나갈까봐 자기들끼리 사태 파악하느라 후속 조치를 제때 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지적장애인 성폭력에 있어서는 ‘보호자만 입 다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커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ㄱ 학생의 출신 고등학교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생활기록부에 학생의 범죄 기록 여부와 상관없이, 학생을 올바르게 인도해야하는 학교가 ‘봉사를 많이 했다’ 등으로 가면을 씌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생활기록부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학교 및 교사 등 관련된 모든 사람을 철저하게 조사해 징계 처분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다른 가해학생들이 비슷한 사례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전장애인부모연대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오는 20일 ㄱ 학생의 출신 고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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