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지역, 금융·문화예술·체육시설 중심

“00구민회관을 방문해 체육프로그램을 알아보고,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신청하려 했다. 구민회관에서는 ‘수강은 할 수 있으나 수업의 내용은 들을 수 없으면, 의사소통을 지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강은 가능하지만 수업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다면, 그것은 이용할 수 없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매번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것이 청각장애인인 내가 비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비장애인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최00, 청각장애인)”

“00은행 00지점에서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선 출입부터가 계단으로 돼 있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접근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00은행 00지점을 이용하려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부탁하거나 비상벨을 눌러야만 되지만, 그것마저도 고장나면 은행 업무를 볼 수가 없다. 활동보조인과 같이 동행하는 장애인은 은행 업무를 손쉽게 볼 수 있지만, 장애인이 혼자 와서 은행을 이용하려면 많은 제약을 받는다.(홍00, 지체장애인)”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점검이나 보수공사를 하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이러한 일상에서의 불편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노등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장애물없는새오할환경시민연대 등 11개 단체는 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 제공 촉구를 위한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24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가졌다.

이날 이들 단체는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이행하지 않는 장소를 대상으로, 정당한 편의 제공을 시정·촉구하기 위해 지난 4월~8월까지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한 600곳 중, 정당한 편의 제공이 시급한 335곳을 대상으로 집단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금융·문화예술·체육시설을 중심으로 지체·시각·청각·발달장애 유형별 정당한 편의제공 실태를 조사했다.

이 자리에서 장추련 서재경 활동가는 “금융·문화예술·체육시설은 장애인에게 있어 일상에서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차별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공간 중 하나가 ‘은행’이다. 또한 장애인에게 체육활동은 매우 필요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정부·지자체가 운영하는 체육활동에서조차 제한, 배제, 분리, 거부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소장도 ‘장애인의 권리 보장’ 촉구를 외쳤다.

이 소장은 “장애인이 건물의 접근성이나 편의시설이 잘 돼 있으면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왜 우리는 정당한 권리를 감사하게 느껴야 하나.”라며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이 불편하다고 말하면 조금만 참으라고 한다. 차별이 심해 법을 만들었음에도 조금만 참으라고 한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 법에 있는 만큼만 정부가 시행하고, 장애인 권리를 보장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대표.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대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이 시행 된지 4년이 넘었다. 하지만 장애인의 권리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며 “청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청각장애인의 금융·문화·예술·체육시설 이용이 쉽지 않다. 들리지 않는 공연을 봐야 하고,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강사에게 운동을 배워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다른 곳에 가서 배우라는 체육시설이 있는가 하면, 통역하러 온 수화통역사에게 수강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 진정되는 문제들이 인권의 관점에서 해결돼야 한다. 인권위는 공무원이 아닌 장애인의 입장에서 조사를 진행해주길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양영희 소장도 “장애인도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차별받지 않고 사는 것이 이제 복지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장애인은 여전히 차별받고,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한다.”며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는 게 아니라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을 골라야 하고, 보고 싶은 연극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극장·영화관을 골라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지난 4월~8월까지 모니터링한 발달장애영역 71곳, 지체장애영역 145곳, 청각장애영역 56곳, 시각장애영역 63곳 등 355건의 집단 진정건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소장,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대표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서를 제출했다.
▲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소장,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대표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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