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회복지협, 사회복지시설 평가 혁신 집담회 개최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사회복지시설 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설별 직원 수나 특성,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평가지표에 따라 점수를 매기다보니 지역 욕구에 맞는 사업보다는 실적 위주의 사업에 치중하게 되고 시설간 서열화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가제도 및 지표 구성에 있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점수제를 통한 서열 등급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회장 이동한)는 지난 달 22일 오후 협의회 2층 삼다수홀에서 제주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복지시설 평가 혁신을 위한 집담회를 개최했다.

사회복지시설 평가는 모든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3년마다 한 차례 이상 평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것이다.

이번 집담회는 최근 사회복지 현장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사회복지시설 평가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강사로 나선 양원석 푸른복지사무소장은 현행 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 소장은 “사회복지시설 평가제도가 사회복지시설의 전문성 향상 등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점수제로 인한 서열이 생기고 등급이 매겨지면서 시설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열에 따른 예산(인센티브) 차등 지원은 시설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좋은 사업은 독점하게끔 유도함으로써 오히려 복지계 전반의 전문성 향상을 저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그는 “점수제 평가는 가치와 태도를 중요시하는 사회복지 서비스 특성에 부적합하다.”며 “이로 인해 지역 욕구에 부합하는 사업보다는 수치화 또는 점수 따기에 유리한 사업에 치중하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사업은 자연히 후순위로 밀리게 되고 복지 수혜대상인 주민보다는 평가를 우선시하는 현상으로 인해 주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함과 동시에 회의감을 느낀 사회복지 전문 인력마저 이탈하고 있다는 것.

이어 부적절한 평가 범위와 기준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양 소장은 “사회복지사업법이 규정한 사회복지 서비스 최저기준과 달리 평가 범위가 너무 넓은 데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해 현장과 동떨어진 평가 범위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대 요구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는데 걸림돌로 대두되고 주민을 위한 본연의 업무보다 평가 서류 작업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가제도 혁신을 위한 방안으로 ▲이원화평가 ▲평가제도 및 지표 구성에 실무자 참여 확대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 테이블 마련 등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우선 현행 상대평가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고 서열 등급을 폐지하는 대신 사회복지 서비스 최저기준 도달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만약 최저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해당 시설에서 이의 제기와 재평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기본적으로 시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평가의 공신력 확보를 위해 상시독립기구를 설치하고 상시 평가인력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장 실무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제도화할 것을 주문했다.

양 소장은 “현재 보건복지부의 각 부서마다 최소서비스 기준안을 만들고 있다.”며 “가능하면 평가지표를 슬림화하고 직능단체별로 해당 부서와 접촉해 평가지표 개선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 대신 공생으로 평가를 혁신하자’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집담회에서 참가자들은 과도한 서열화 경쟁을 부추기고 평가를 위한 평가로 전락한 평가제도를 혁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 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평가제도 때문에 평가에 맞춰서 일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설별로 구조적이고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해 차별화된 평가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고,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복지관 유형이 가형, 나형, 다형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지만 평가지표는 똑같다.”며 시설별 특성을 감안해 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현재 페이스북(www.facebook.com)에서는‘평가를 혁신하자’그룹이 운영되고 있으며, 평가제도와 관련해 의견을 제시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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