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동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청원안 제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을 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개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외 180개 단체가 청원한 안건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상대빈곤선 도입 등 최저생계비 현실화 ▲재산, 소득환산제의 비합리성 개선 ▲차상위계층 재정의 및 개별급여 지원 강화 ▲강제근로 통한 조건부 수급 폐지와 개인 특성에 맞는 자활지원서비스 제공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수급자 직접 참여 보장 및 수급자 권리 보장 강화 등이다.

이번 기초법 개정 청원에는 통합진보당 박원석 의원이 소개의원으로 나섰으며, 19대 국회 기초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약속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외 180개 단체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을 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외 180개 단체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을 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 의원은 “내년 기초생활수급자는 147만 인으로, 올해 대비 7만 인이 줄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처음 시행되던 때와 비교해도 2만 인이 줄어든 수치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비교하지만, 우리나라는 친족 범위만 따질 뿐 소득인정 기준은 따로 없어 전세계 유일하게 ‘경직된’ 기초법을 시행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정부는 항상 복지 재정이 열악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대기업·부자의 공제 혜택만 줄여도 충분하다. 5조 원이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있다.”며 “빈곤층의 삶은 방치하고, 대기업·부자는 감세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른 피해 증언도 이어졌다.

▲ 서울시탈시설당사자모임 보금자리 박현 씨.
▲ 서울시탈시설당사자모임 보금자리 박현 씨.

서울시탈시설당사자모임 보금자리 박현 씨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이산가족’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씨는 16년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다 지난해 1월 탈시설-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한 달에 기초생활수급비 40만 원을 받았는데, 지난 7월 구청에서 수급비가 깎인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해 소득 조사 결과, 아버지께서 일용직으로 번 돈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박 씨는 “아버지께서는 고정적인 소득 없이 간간히 돈을 버시는 게 전부며, 나는 부모님께 부양 받고 있지 않을뿐더러 앞으로도 부양 받을 생각이 없다.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자 구청에서는 ‘가족관계 단절을 증명하라’며 6개월 통화내역 등을 내라고 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위해서는 가족과 연락·만남도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부모님께 부양 받지 않고 가끔 안부를 전하며, 남들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함께 비합리적인 소득환산제 개선을 주장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얼마 전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20대가 찾아와 상담한 적 있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데, ‘친권을 포기한 어머니’가 있다는 이유로 실제로 받은 적 없는 ‘간주부양비’ 10만 원이 적용돼 기초생활수급비가 깎였다고 했다. 이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지만 그나마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비가 끊길까봐 걱정했다. 90세가 넘은 할머니의 병원비 및 약간의 혜택이 사라질 것 같아 아르바이트를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례를 전했다.

“비급여, 간주부양비 등… 빈곤 사각지대 넓히는 기초법”

▲ 홈리스행동 이대진 회원.
▲ 홈리스행동 이대진 회원.

홈리스행동 이대진 회원은 비급여에 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홈리스행동 이대진 회원은 “아는 사람 세 분이 평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긴급의료지원을 한 번씩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신청했을 때 긴급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세 분 다 치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셨다.”며 “병원에 입원했을 때 비급여 부분이 가장 큰 문제며, 한 달 넘게 입원했을 때 기초생활수급비가 삭감되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회원 역시 적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고를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달 기초생활수급비는 45만 원, 여기서 방세 23만 원을 뺀 22만 원으로 생활해야 한다.

이 회원은 “물가는 계속 올라 채소 값도 비싸다. 새벽 일찍 시장에 가서 떨어진 채소 부스러기들을 주워 국을 끓여 먹으며 끼니를 잇고 있다. 기초법 제1조(이 법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저생계비가 과연 현 사회에서 1인이 살아나갈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동자동사랑방 김창현 씨 역시 “현재 아내와 이혼 직전인 상황으로 연락·만남이 없지만, 아내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비가 31만 원으로 깎였다. 방세 25만 원, 공과금 1~2만 원, 통신비 2~3만 원을 빼면 쓸 돈이 없어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상래 활동가는 “정부에게 한 달에 45만 원으로 살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특히, 정부는 장애인에게 집구석에 처박혀 살다 죽으라고 하고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친구도 만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그렇게 살고 싶다. 가열 차게 투쟁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연대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지난달 21일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 역사에서 노숙(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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