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턴교사의 양심고백… ‘고름 터진 격, 근본 대책 마련할 때’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한 국립특수학교. 특수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가하고 제대로 된 수업을 지원하지 않은 사실 등이 뒤늦게 드러났다.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한 국립특수학교. 특수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가하고 제대로 된 수업을 지원하지 않은 사실 등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립특수학교 특수교사가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방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한 국립특수학교 인턴교사 ㄱ 씨는 지난 3월 31일 이와 같은 사실을 적은 편지를 해당 학부모에게 보냈다.

해당 학교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특수학교이자 국립정서장애교육기관으로, 유치원~전공과까지 2012년 3월 기준 모두 226인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ㄱ 씨가 목격한 폭력 사건은 중학교 2학년 1반으로, 담임교사 A 씨가 1반 학생(5인) 모두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적었다.

ㄱ 씨는 “A 씨가 ‘아이들에게 헌신하지도 말고 잘해주지도 말며, 학부모의 전화번호도 모두 지우고 수첩도 갖고 다니지 말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학부모에게 피해 받은 경험 때문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담임에게 맞추려 했다. 하지만 정도 이상의 폭행이 점점 심해지면서 내가 당하는 것처럼 괴롭고 같이 있기 너무 힘들었다.”고 이번 사건을 알리기로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ㄱ 씨는 3월 5일 첫 수업을 하던 날부터 A 씨가 한 학생에게 글을 똑바로 못 쓴다며 자로 마구 때리고 소리 질렀고, 맞는 학생은 ‘아파, 아파’하며 울었다고 증언했다.

이와 같은 폭력은 시작에 불과했다. ㄱ 씨에 따르면 A 씨는 ‘시끄럽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입을 잡아 당겨 비틀었고, 어떤 학생은 커튼의 끈을 풀어 흔들다 손 꺾기를 당하기도 했다. A 씨는 시도 때도 없이 학생들의 등짝을 때리며 ‘확 그냥’이라는 소리를 내뱉었으며, 한 학생이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는 이유로 정강뼈를 발로 찼다.

ㄱ 씨는 “3월 22일은 끔찍한 날이었다. A 씨는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머리를 때렸다고, 그 학생의 필통·연필·스케치북을 교실 바닥에 팽개치며 난동을 부렸다. 자로 마구 때리며 손들고 무릎을 꿇으라고 했는데, 학생이 잘 따르지 못하자 인정사정없이 마구 때렸다.”며 “그러다 학생이 일어나려하자 뒤로 밀쳤고, 학생이 넘어져 뒤통수가 시멘트바닥에 닿았다. 그것을 또 힘으로 일으켜 바로 앞으로 밀어 엎어뜨렸다. 학생이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매질해 기어코 자신이 말한 대로 벌을 세웠다.”고 폭로했다.

이어 “식당에서도 학생들이 손을 모으고 있지 않았다고 뒤통수를 맞는 경우, 줄을 똑바로 서지 않았다고 배를 당수 하듯 때린 경우, 신발을 늦게 갈아 신거나 양치질을 늦게 한다고 욕하고 등짝을 때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 씨의 폭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실내화를 신어 실내화 주인의 아버지가 찾아오는 일이 생기자 ‘야 이 뚱땡아, 너 실내화 똑바로 신어라. 얘네 아빠 성질 더럽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ㄱ 씨는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키우는 식물을 분양할 화분에 흙과 모래를 가득 채워 나르게 했으며, 이 또한 잘 옮기지 못하면 화를 내거나 쥐어박았다. 마지막에 화분을 나르던 모 학생이 몇 발짝 걷다 힘들어 내려놓고 일어나려고 하면, 학생 윗도리에 달린 모자를 질질 끌어당기며 끝까지 나르게 했다.”고 말했다.

▲ 인턴교사 ㄱ 씨가 쓴 세 장의 편지.
▲ 인턴교사 ㄱ 씨가 쓴 세 장의 편지.
폭력은 숱했지만, 처벌은 없었다… A 씨, 정직 3개월로 11월 복귀 예정

수업 또한 거의 ‘전무’라고 할 정도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월요일 국어시간에는 아무 책이나 한 권씩 주고 독서하도록 했는데, 소리를 내면 혼이 났기 때문에 학생들은 한 시간 내내 벌 받는 것처럼 책만 펼쳐놓은 채 앉아 있었다는 것. A 씨는 수학시간도 마찬가지로 수학과 관계없이 ‘디지털실’에서 이탈리아의 명승지를 소개하는 영상을 틀어줬고, 학생들이 지겨워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면 때렸다.

ㄱ 씨는 “화요일 수학시간에는 컴퓨터실에서 개인적인 인터넷 검색을 하고, 학생들은 동요를 들으며 그나마 쉬었다. 이밖에 담임시간에는 주로 산책을 했는데, 줄을 못 맞추거나 하면 ‘걷는 것도 똑바로 못하느냐’며 혼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말 어쩌다 수업하는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연필조차 주려하지 않고 자신의 물건이라며 손대지 못하게 했다. 하도 답답해 집에서 연필 두 자루를 가져가 모 학생에게 줬는데, 자신의 이름을 잘 못 적자 ‘그럴 줄 알았다. 너희가 그렇지’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학습능력이 좋은 학생에게는 갑자기 어려운 문제를 내 기를 꺾었다.”고 황당함을 표했다.

ㄱ 씨는 ‘제발 올바르게 해결되길 바란다’는 마지막 인사말과 함께 일을 그만뒀으며, 피해 학생의 부모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A 씨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학교는 지난 8월 A 씨에게 정직 3개월이라는 처분만을 내렸으며, A 씨는 다음 달 복직을 앞두고 있다.

▲ 해당 학교 학부모회 회장.
▲ 해당 학교 학부모회 회장.
이에 해당 학교 학부모회는 ‘학교에서 벌어진 특수교사의 폭력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지난 18일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열었다.

학부모회는 “사건 뒤 학부모들은 학교에 지금까지 꾸준히 폭력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으나, 학교장은 이를 묵살한 채 시간만 끌어왔다.”며 “교육 공동체간 상호불신은 물론 일부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진행돼 학생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회에 따르면, A 씨는 이미 지난해에도 학생의 손과 발을 비닐봉지로 만든 끈으로 의자에 묶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학예회 연습 때는 한 학생의 시낭송 목소리가 작다며 뒤통수를 여러 차례 때렸는데, 이를 목격한 학부모도 있었다.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한 것은 A 씨뿐만이 아니었으며, 오래 전부터 여러 명의 특수교사가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학부모회가 특수교사의 폭력 사건을 처음 발견한 것은 2007년 5월, 교사 B 씨가 한 남학생의 성기를 구둣발로 걷어차 심한 상해를 입혔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 B 씨가 자신의 폭력 행위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B 씨를 유치원으로 보냈다. B 씨는 이름을 바꾸고 전근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회는 “2008년에는 교사 C 씨가 한 학생의 머리와 등을 각목으로 수차례 내리쳐 상해를 입혔다. 뒤늦게 해당 부모가 자녀의 머리에 난 상처를 발견했지만, 공론화하는 것을 꺼려했고 C 씨는 지금도 학교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며, “이제 막 유치원을 벗어난 초등학생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2011년 교사 D 씨는 방과후교실을 진행하면서 초등 1학년 3인과 초등 2학년 1인을 발로 차고 머리를 때리는 등 폭행했다.”고 분개했다.

“학교 내부의 문제로서 해결… 입장 밝히기 조심스럽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학교측은 말을 아끼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학교 교장은 “9월 1일자로 교장으로 와 상황 판단했고, 어떤 것은 들은 이야기도 있지만 새로운 사실.”이라며 “학교측 입장을 이야기하다보면 서로 상반된 의견도 있을 것이고, ‘무엇이 맞냐’며 시비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지금은 학부모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학교 내부의 문제로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학교측의 태도에 학부모들은 “같은 학교에서 유치원·초등학교·교감까지 맡았던 사람이 ‘교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몰랐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하다못해 교감 2인 중 1인은 교사로 지내다 승진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한 학부모는 “차라리 우리 아이가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면 좋겠다. 그랬다면 이런 사건들이 뒤늦게 밝혀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인턴교사가 양심고백과 함께 특수교육계를 떠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발달장애 정도가 심할 경우 의사표현이나 진술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 아프고 괴로운 것을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표현하는 게 우리 아이들.”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부모는 누군가가 우리 아이를 오해하고 폐를 끼친다고 생각할까봐, 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학교에서도 혹시나 교사에게 미움 받을까봐 눈치 보는 학부모들에게 ‘교사가 학생 손목만 잡아도 난리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오히려 이러한 점을 이용해 학교측은 학부모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오죽하면 등교를 거부하고 ‘찍히면서까지’ 목소리를 냈을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발달장애학생의 돌발행동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주장하는데, 학생이 돌발행동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 또한 특수교사의 역할이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의 행동도 달라진다. 만약 발달장애학생의 돌발행동 때문에 목숨이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그 사람은 특수교사로서의 자질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 부모를 비롯한 전문가 등은 이와 같은 폭력 사건은 단순히 한 교사의 잘못만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며, 특수교육계 문제 해결과 국립학교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제2·제3의 사건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수교사 몰아세우기 아닌 제대로 설 수 있는 환경 만들어줘야”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은 사건의 규명과 그에 맞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자칫 ‘특수교사 개인의 잘못’으로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특수교사 법정 정원은 장애학생 4인당 1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지켜지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과중한 수업 부담을 벗어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

그는 “특수학교에는 중증·중복장애학생이 많기 때문에 1인이 4인을 감당하기 벅차다. 일본의 경우 특수교사 1인이 맡는 장애학생은 1.6인이라는 점을 보면, 우리나라 특수교사의 근무 조건은 열악하다.”며 “더군다나 교과 전담 교사가 추가 배치되지 않아, 일반학교 교사의 경우 1주일 수업시간이 20시간이 채 되지 않는 반면 특수교사는 1주일 30시간의 수업시간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사무처장은 “특수교사 배치를 강화해 그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장애학생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특수교사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부모와 소통하고 학생을 보다 세심하게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의 폐쇄적 구조 뜯어고쳐야… 개방과 혁신 필요한 때

전국에 있는 국립특수학교는 모두 5개교. 국립특수학교는 ‘국립’이라는 이유로 공립이나 사립보다 잘 운영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국립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순환보직제도가 없어 교사가 한 학교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은 물론 교육과학기술부, 국립특수교육원, 국립특수학교가 서로 ‘뺑뺑이 식 인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이번 사건이 터진 학교의 교장 역시 1997년~1999년도까지 해당 학교에서 교사로 지내다가 2000년 교감을 맡았고, 다른 특수학교와 해당 학교를 옮겨 다니며 9년가량 교감 생활을 했다. 이후 국립특수교육원에서 과장으로 3년간 근무하다가, 지난 9월 해당 학교 교장으로 돌아왔다.

해당 학교 교장은 ‘학교가 A 씨에 대한 정직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징계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국립특수교육원으로 파견하려고 한 바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 이야기는 아는 바가 없지만, 파견은 중간에 급한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이 아닌 누구라도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룡 사무처장은 “국립특수학교의 경우 시·도교육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해 모든 것이 관리·감독된다. 국립특수학교는 특수교육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다른 특수학교의 모범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개방적이고 혁신적이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해 왔다. 교육과학기술부·국립특수교육원과 밀접한 관계다보니 서로가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또 서로 다치지 않기 위해 보호하고, 따라서 학부모의 변화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방치돼 왔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예산 편성 및 경영, 임용에 대한 권한이 모두 학교에 있어 국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가는 등의 순환보직제도 및 전보가 불가능하다. 고인 물은 언젠가 썩듯이, 교사도 한 곳에 10년~20년 머물면 나태해지고 자기개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 역시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결국은 터져버린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근본적인 대책과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부모들이 학교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소용없기 때문에 믿음을 쌓아나가는 단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특수학교 교실의 복도 쪽 창문이 너무 높거나 가려져 있어 교실 안을 볼 수 없다. 학부모가 언제든지 교실 안을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직원에 대한 인권 교육 및 인권 조사를 철저히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교실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교사와 학생 모두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히 논의해야 하며, 교실이 아닌 복도나 운동장에는 폐쇄회로 설치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6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당 학교 교사 및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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