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세계대회서 'IT를 통한 장애인 삶의 혁신'을 주제로 토의 진행

지난 달 30일 RI세계대회에서 ‘IT를 통한 장애인 삶과 혁신’을 주제로 전체 토의가 진행됐다.

이번 토의에서는 IT기술을 통해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강연자로 나서 눈길을 끈 가운데, 이들은 첨단 IT기술이 장애인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빈곤과 고립에 노출된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IT기술의 혜택을 받는 데 한계가 있음을 밝혀, 향후 정부의 지원과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안구마우스, 화상키보드··· 인생을 180˚ 바꿔준 IT기술

강연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소프트웨어응용연구소 신형진 연구원은 ‘척추성 근위축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인한 전신마비 중증장애인이다. 호흡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신 연구원은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일상적인 일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하기 힘들다.

 

▲ 연세대학교 소프트웨어응용연구소 신형진 연구원. ⓒ정두리 기자
▲ 연세대학교 소프트웨어응용연구소 신형진 연구원. ⓒ정두리 기자
그런 그가 우연히 소설을 읽다 알게 돼 구입한 ‘안구마우스’는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안구마우스는 신 씨의 시선이 움직이는대로 커서를 이동시켜 눈을 깜빡이면 클릭해준다. 신 씨는 안구마우스와 화상키보드를 통해 재택근무를 하며 세상과 소통한다.

신 연구원은 “이제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책도 혼자 읽고 시험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연설할 수 있는 것도 IT기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국내에서는 IT 보조기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보조기기는 대부분 외국 제품이라 구하기 어렵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가 구매하기에는 비싸다.”며 “IT기술을 통한 장애인의 사회참여에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의사소통보조기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해”

▲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교 정유선 교수. ⓒ정두리 기자
▲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교 정유선 교수. ⓒ정두리 기자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교 정유선 교수는 뇌병변장애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2004년에 보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 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다.

정 교수는 “교수가 돼 이런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보조공학이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정 교수가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의사소통보조기기(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 덕분이다. 하고 싶은 말을 컴퓨터 키보드를 통해 입력하면 컴퓨터가 이를 인식해 음성으로 내보내는 방식.

정 교수는 “(의사소통보조기기를 사용하기 전에는)자신에게 ‘운명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으니 상황에 순응하며 살자’고 생각했으나, AAC를 사용하게 된 후 운명이라는 것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권리가 있다.”며 “AAC 사용도 말로서 의사표현을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의사표현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AAC 사용자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AAC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해 나아가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IT기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개도국 장애인들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이 필요

▲ 베트남 DP Hanoi Duong Thi Van 회장. ⓒ정두리 기자
▲ 베트남 DP Hanoi Duong Thi Van 회장. ⓒ정두리 기자
베트남 DP Hanoi의 Duong Thi Van 회장은 “IT는 전 세계의 장애인들을 연결시키고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더 많은 장애인들의 IT 접근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제언하고 나섰다.

Van 회장은 “휴대전화는 장애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며 컴퓨터 덕분에 장애가 있는 학생도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IT를 배운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사용해서 경제적 독립성, 자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전반적인 삶의 개선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는 “(베트남의 경우)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유하지 못하고 컴퓨터가 없는 경우도 많다. 베트남의 장애인단체들은 컴퓨터를 많이 공급하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에서 장애인을 위한 소프웨어가 장착된 컴퓨터를 구하는 것은 어렵다.”며 베트남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을 밝혔다. 이에 Van 회장은 “국가별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IT 전문가들이 장애인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국가 간의 협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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