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사고 장애남매 뇌사·의식불명…“장애인가족지원 근본적인 대책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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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경기도장애인부모연대 파주지부가 6일 파주시청 앞에서 ‘파주시의 장애인 복지정책 규탄! 장애인 가족지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안서연 기자
지난 달 29일 파주시 금촌동 한 아파트,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화재로 인해 누나(13,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남동생(11, 뇌병변장애 1급)이 의식 불명이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6일 현재까지 누나는 깨어나지 않았으며, 남동생은 지난 2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번 화재 사건과 관련해 새누리경기도장애인부모연대파주지부(이하 부모연대)는 ‘파주시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부족한 탓’이라고 질책하며, 6일 파주시청 앞에서 장애인 가족지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모연대 서혜자 고문는 “장애자녀를 두고 가난에 허덕이는 이 가족을 위해 부모연대에서는 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파주시에 무한돌봄서비스를 요구했으나, 무시된 채 방치돼 왔다. 또한 지난해에는 장애아동양육지원서비스를 신청했으나, 파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결국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면서 “이로인해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남매는 불길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3년 전부터 시장에게 장애양육지원을 마련해달라는 정책제안서를 꾸준히 제출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한 파주시로 인해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 이것은 엄연히 정부와 지차제의 잘못에서 비롯된 사회적 타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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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파주지부 송희정 회장. ⓒ안서연 기자
더불어 부모연대 송희정 회장은 “지난해 5월, 부모연대가 직접 장애가족지원센터를 만들고 파주시에 예산을 요구했으나, 신규 사업이므로 지원이 안된다고 했다.”면서 “시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 장애부모 스스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관심조차 기울여주지 않았다. 도대체 몇 명이 죽어나가야 절박함을 알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연대의 주장에 파주시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부모연대가 어느 부서를 통해 무한돌봄서비스를 신청했는지 모르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신청된 건은 없다.”면서 “하지만 남매 부모가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장애아동이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서비스 지원을 받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무한돌봄서비스는 소득기준 최저생계비 170% 이하, 재산 8,500만 원 이하, 통장재산 300만 원 이하인 가정에 주 소득자가 사망·가출·행불·구금 등으로 인해 생계가 곤란할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므로,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될 수 없다는 것.

한편, 장애아동양육지원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9월 남매의 어머니가 서비스를 신청하고 적합판정을 받은 후 경기도장애아동지원사업센터(이하 센터)에 돌보미 파견을 요청했으나, 시간 조율과 돌봄 일손 부족 등의 문제로 당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센터 관계자는 “장애아동양육지원사업은 1년 단기 사업이라 9월에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년도밖에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올해 다시 신청하지 않았으므로 현재는 서비스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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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파주지부 정지현 회원. ⓒ안서연 기자
남매 부모를 최측근에서 바라본 부모연대 정지현 회원은 “남매의 엄마는 이처럼 복잡하고, 여러번 재신청 해야 하는 문제들로 인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인력이 부족하면 지원을 받을 수 없지 않느냐.”면서 “장애자녀를 기르는 데 부모도 역량이 있어야 한다. 장애자녀를 기를 수 있는 부모의 역량을 파주시 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키울 수 있도록 시에서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장애가족이 돌봄서비스를 지원받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최석윤 회장은 “지난 8월 5일자 시행되고 있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따르면, 무한돌봄 및 가족지원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 회원에 따르면 남매의 부모는 이외에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용하려 했지만, 신청시 장애등급 재판정을 받아야 하고, 병원에 가서 20만 원 정도의 본인 부담을 통해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애초에 신청을 포기했다.

하지만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장애아동이 지원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시간은 월 60~80시간으로, 하루 2~3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등급제 및 대상 제한, 부족한 시간(급여량), 본인부담금 등으로 당초 관련 법 제정 취지와 다르게 시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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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공동대표. ⓒ안서연 기자
경기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공동대표는 “지난 달 26일, 김주영 활동가 또한 활동지원 부족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복지부 장관에게 ‘예고된 사고’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답변이 없다. 앞으로 어떤 장애인이 또 죽음을 맞이할 지 모른다.”면서 “조속히 활동지원을 규정 짓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급여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주시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지역사회 내의 후원을 통해 남매의 부모에게 7,000만원 상당의 임대주택을 지원키로 했다. 또한 이사 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원룸을 마련해줬으며, 이후 가전제품 또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 대해 서혜자 고문은 “우리가 원하는 건 한 순간의 동정으로 인해 받는 후원이 아닌 앞으로 장애아동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제도로 인해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제와서 이런 후원들이 무슨 소용이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파주시 통합진보당 안소희 의원은 “장애아동복지에 대한 문제인식이 ‘사건’으로 인해 확산되는 것인 안타깝다.”면서 “사건을 덮기 위한 방안만 강구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 가정 속으로 들어가 대화를 통해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실질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이날 부모연대는 “장애인 가족의 현실은 많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부정적인 정서경험, 가족갈등, 발달단계에서 오는 반복되는 긴장감, 장애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보호부담, 사회적 고립 등의 재정적·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비극적인 사태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파주시는 장애인 가족에 대해 ▲실태를 조사를 실시하고 ▲돌봄지원과 활동보조를 확대해야 하며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지원과 더불어 ▲당사자의 요구를 장애인복지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장애인 위기 가정에 대한 긴급대책을 마련하고 ▲중장기 지원 대책을 수립 ▲장애인 가족의 사례관리 서비스 체계화를 위해 ‘장애인도우미뱅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혜자 고문에 따르면 현재 의식 불명인 이들 남매 중 누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뿐만아니라 발달장애인 판정을 받았으며, 남동생은 뇌병변장애 외에도 청각장애를 갖고 있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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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파주지부 서혜자 고문.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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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진보통합당 안소희 의원.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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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1시 부모연대의 기자회견에 힘을 싣기 위해 남매의 어머니가 얼굴을 비췄다. 어머니는 아들이 뇌사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며 눈물을 쏟았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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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장에게 장애인복지를 전면 재검포하라고 요구하는 부모연대 회원.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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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회원이 ‘장애아동 돌봄지원을 실시하고, 활동보조서비스 지원을 확대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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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친 후,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파주시청 시장실(2층)에 가려했으나, 시청 안에 리프트가 설치돼 있지 않아 직접 들어올려야 했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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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청 관계자에게 부모연대의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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