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에 질식한 어린 남매의 누나 7일 사망… 장애계, 장애인활동지원 예산확대·제도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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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국회에서 ‘장애인활동지원 예산확대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안서연 기자
화재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장애인 한 명이 죽음을 맞이했다.

지난 달 26일, 화재가 발생했지만 혼자서 전동휠체어에 앉을 수 없어 밖으로 나오지 못한 김주영 활동가(34, 뇌병변장애 1급)가 목숨을 잃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3일 째인 지난 7일, 화재 속에서 11세 뇌병변장애 1급인 남동생을 데리고 대피하려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중태에 빠졌던 박준희(가명, 13, 주의력결핍행동과잉장애·발달장애)학생이 결국 사망했다.

이들의 죽음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가 부족해 발생한 것’이라고 질책하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자립생활을 하던 고 김주영 활동가의 활동지원 시간은 한 달 기준 약 180시간에 불과했으며, 장애아동은 성인의 절반 수준으로 약 60시간의 지원 밖에 받을 수 없어 생활보조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들에게 활동지원이 충분히 이뤄졌더라면, 불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애인들의 연이은 참사를 보고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반성은 커녕, 터무니없이 부족한 장애인활동지원을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안’을 살펴보면, 2012년 3,099억 원에서 3,214억 원으로 고작 3.7% 인상안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서비스 수가 3% 인상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 서비스 확대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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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안서연 기자
이에 대해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 활동보조는 매우 절실한 생존권적 요구이므로 최소한 4,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최중증장애인에게는 24시간 활동지원을 보장해 더 이상의 참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에 찾아가 절박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으나, ‘이미 예산이 국회로 넘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하더라.”며 “불길 속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데도 복지부는 예산 타령이나 하고 있다. 도대체 예산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둔 것이냐.”고 질책했다.

또한 현행 장애인활동지원법의 규정에 따라 약 3만 인의 장애인 이용자들이 내년 5월 말까지 서비스 필요도에 대한 재조사를 받게 되면, 수급자격갱신 과정에서 대규모 서비스 하락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전장연은 “고 김주영 활동가 역시 사망하기 직전까지 활동지원수급자격갱신으로 인한 서비스 하락의 공포에 떨며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투쟁을 해왔다.”며 “복지부는 서비스 판정기준과 판정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대폭적인 서비스 하락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정조사표 문항 개선 외에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편, 과중한 본인부담금 또한 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박 상임대표는 “급여량 확대는 미미한데 반해 본인부담금이 최대 월 12만 원까지 인상됐다.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심각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활동지원은 마이너스 상태의 장애인의 삶에서 제로 상태를 지향하는 서비스이므로 활동지원은 장애인의 권리로서 보장하고,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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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예산특별위원회. ⓒ안서연 기자
장애인활동지원 예산확대와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한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과 민주통합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국회가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1,000억 원 증액을 예결위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본청 앞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론관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해야 했다.

전장연은 오는 9일 오전 11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파주시에서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은 누나 박모 학생의 장례식을 가질 예정이며, 이어 오후 1시 광화문역사에서 고 김주영 활동가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추모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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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본청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론관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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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막는 국회 관계자와 이유를 묻는 전장연 회원.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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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쟁을 하고 있는 전장연 회원와 국회 관계자.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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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박경석 대표가 기자회견을 저지하는 국회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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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정론관으로 이동하고 있는 전장연 회원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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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장애인활동지원 예산확대와 제도개선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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