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래 사랑의 집 사건 가해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 열려

▲ 원주 귀래 사랑의 집에서 폭력과 방임에 시달리다, 지난 해 6월 인권단체와 언론사들의 취재로 분리됐던 장성아 씨가 지난 26일 오후 6시 40분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정두리 기자
▲ 원주 귀래 사랑의 집에서 폭력과 방임에 시달리다, 지난 해 6월 인권단체와 언론사들의 취재로 분리됐던 장성아 씨가 지난 26일 오후 6시 40분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정두리 기자
“우리는 그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다. ‘장성아’라는 이름을 언제 어떻게 갖게 됐는지도 모른다. 귀래 사랑의 집에서 천사의 탈을 쓴 장OO씨에게 어떠한 인권침해와 학대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는 그를 귀래 사랑의 집 사건의 피해자로 알게 됐고, 이미 치료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직장암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원주 귀래 사랑의 집에서 폭력과 방임에 시달리다, 지난 해 6월 인권단체와 언론사들의 취재로 분리됐던 장성아 씨가 지난 26일 오후 6시 40분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장애계는 “故 장성아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며 보건복지부와 원주시청 앞에서 귀래 사랑의 집 사건 가해자 처벌 촉구를 위한 동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귀래 사랑의 집 사건은 장모씨가 장애인 21명을 입양 등의 방법으로 친자로 등록해 ‘천사아버지’의 ‘가면’을 쓰고 장애인을 감금 및 학대하고 수급비를 횡령해 세상을 경악하게 한 사건이다.

귀래 사랑의 집 사건의 전말은 지난 해 6월, 장애인 2인이 사망 후 각각 10년과 12년 영안실에 방치된 사실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져 지난 해 6월 21일 당시 장씨와 함께 살고 있던 4인이 분리 조치됐으며, 나머지 13명은 행방과 생사는 물론 실존 여부 조치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故 장성아 씨는 당시 분리 된 4인 중 한명으로, 원주귀래사랑의집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귀래사랑의집공대위)에 따르면 분리 조치 이후 건강검진을 통해 직장암 4기(말기)임을 진단받았다. 당시 병원에서는 분리 6개월 전부터 설사와 혈변, 복통이 계속됐을 것이라는 소견이 있었으나, 확인 결과 故 장성아 씨는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귀래사랑의집공대위은 “결국 故 장성아 씨는 장씨에게서 해방됐지만, 항암 치료 등의 투병이 진행돼 어렵게 얻은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故 장성아 씨의 발인은 28일 오전 진행됐으며, 당시 함께 분리된 3인이 장례에 참여하는 관계로 이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장소는 비공개로 치러졌다.

■ “故 장성아 씨의 죽음은 정부와 사회의 책임”

28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故 장성아 씨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한편, 장애인들이 시설 안에서 인권침해를 받아야만 하는 현실과 이를 방치한 정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 원주 귀래 사랑의 집에서 폭력과 방임에 시달리다, 지난 해 6월 인권단체와 언론사들의 취재로 분리됐던 장성아 씨가 지난 26일 오후 6시 40분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정두리 기자
▲ 원주 귀래 사랑의 집에서 폭력과 방임에 시달리다, 지난 해 6월 인권단체와 언론사들의 취재로 분리됐던 장성아 씨가 지난 26일 오후 6시 40분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정두리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국장은 “우리는 故 장성아 씨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나이와 이름, ‘장성아’ 라는 이름을 언제 어떻게 갖게 됐는지 조차 모른다. 더불어 귀래 사랑의 집 장씨라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의 소굴에서 어떠한 인권침해와 학대를 받았는지도 모른다.”며 “우리는 단지 그를 사건의 피해자로 알게 됐고, 이미 치료도 받지 못한 상태로 직장암 말기에 이르고 있었다.”고 한스러운 목소리를 내려놓았다. 이어 “그렇다고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장애인을 인간 이하로 보고 학대하며 무시하는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귀래 사랑의 집 사건을 처음부터 함께 해 왔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간사는 故 장성아 씨의 생전 모습을 떠올렸다.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간사.ⓒ정두리 기자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간사.ⓒ정두리 기자
김 간사는 “귀래 사랑의 집과 관련해 장씨의 악행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그 피해자 故 장성아 씨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故 장성아 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이어 “故 장성아 씨는 지적장애인 1급으로 밝고 명랑하며, 장난기가 많았다. 그리고 함께 구조된 3명의 장애인들을 돌보고 챙기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며 “故 장성아 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주 전 쯤 이었다. 함께 장을 보러 갔는데 마트의 물건을 너무 많이 담아 그만 담으라고 제지하고 약간의 자증을 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물건을 좀 더 담게 돌 것을 이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그를 추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계 관계자들은 귀래 사랑의 집 장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장애인이 인권침해야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과 사회를 질타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마땅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처벌만으로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며 “삶이 어려워 장애인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이 있고, 사회의 빈틈을 이용해 장애인을 데려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침해를 일삼았던 가해자들이 있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 사회 전체를 바꿔야 한다.”며 “故 장성아 씨의 죽음에 무기력해지기 보다는 지적장애인들의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처음 귀래 사랑의 집 사건을 접하면서 경악스럽고 놀라웠던 것도 잠시, ‘또 저런 곳이 있구나.’, ‘또 이런 사건이 벌어졌구나.’라고 무뎌져 버린 내게 한탄스러웠다.”며 잦은 인권침해 사건에 무뎌져 버린 자신과 사회를 한탄했다.

박 사무국장은 “귀래 사랑의 집 사건의 장씨는 장애인 21명을 입양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함께한 사람은 4명, 이미 사망한 사람이 2명,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며 “그리고 그 곳에서 구출된 4인에 대한 법적 조치 또한 말만 있을 뿐 해결방법은 없었고, 인권침해의 피해자인 그들은 어느 곳에 있다는 자기 정체성도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 살아가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어 “시설에서 장애인은 평생을 이용물로 살아야 했고, 정부와 이 사회는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는다.”며 “정부가 故 장성아 씨의 죽음을 책임지게 하고 그 책임을 모두 이행하는지를 지켜봐야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더 이상 한스럽고 고통스러운 죽음이 없도록, 故 장성아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 책임에 대한 요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귀래 사랑의 집 사건의 가해자 장씨는 지난 해 12월 23일 감금, 폭행, 사체유기, 횡령 등으로 구속됐으며, 오는 29일 오전 10시 원주지방법원에서 1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 故 장성아씨에게 헌화를 하는 장애계 관계자들. ⓒ정두리 기자
▲ 故 장성아씨에게 헌화를 하는 장애계 관계자들. ⓒ정두리 기자
▲ 故 장성아씨의 죽음에 사건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장애계 활동가들이 하얀 국화를 복지부 마당으로 던지며 그의 죽음이 잊혀지지 않기를 기원했다. ⓒ정두리 기자
▲ 故 장성아씨의 죽음에 사건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장애계 활동가들이 하얀 국화를 복지부 마당으로 던지며 그의 죽음이 잊혀지지 않기를 기원했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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