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척수장애인의 대다수는 정상적인 성생활이 쉽지 않습니다.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에 감각이 없어지기 때문인데, 이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교육과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장애인의 성’ 두 번째 이야기, 척수장애인의 성 문제를 들어봅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2부 척수손상 후 ‘성관계’ 괜찮은 걸까요?

척수 손상 후, 장애로 인해 스스로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다보면, 자연히 성생활도 포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과연 척수장애인에게 있어 성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지, 실태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난 2002년 교통사고로 흉수 5번이 손상돼 하반신 마비가 된 안권수 씨. 그리고 그의 아내 이현숙 씨. 이들 부부에게 감각의 마비로 인해 성적 욕구까지 감소하게 되는 지 물어보았습니다.

int 이현숙(34)

척수 손상을 입기 전에도 물론 비장애인이니까 많았겠죠 성에 대한 욕구가. 근데 다치고 나서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 저는 아직도 다쳤다는 충격에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할 줄 알았어요. / 자기는 너를 만지고 싶었다.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아 다치고 나서도 똑같구나. 마음은 똑같구나’ 싶었죠.

척수 손상을 입었다고 해도 성적 욕구까지는 손상을 입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 국립재활원을 이용하는 척수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장애를 입은 초기에는 우울증과 더불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손상되기 때문에 성적 욕구가 감소할 수도 있지만, 손상 후 7~8개월이 지난 다음부터는 대부분 성적 욕구를 느끼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척수 손상 후 발기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int 안권수(36, 척수장애 1급)

척수 장애를 입고 난 후로부터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발기가 안되다 보니까 좀 막연했었어요.

지난 2011년 국립재활원 성재활실에서 발간한 ‘장애인 성재활 가이드북’에 따르면, (CG) 발기부전은 남성척수장애인들이 고민하는 가장 큰 성 문제로, 남성 척수장애인 100명 중 25명 정도만 성교가 가능할 정도로 발기가 되며, 50명은 발기가 되기는 하나 충분히 딱딱하지 않거나 지속시간이 짧아 성교에 어려움 겪습니다. 더군다나 나머지 25명은 발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도 합니다.

따라서 남성 척수장애인 75%가 발기문제에 있어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가운데, 어떤 식으로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는 지 알아보았습니다.

int 유정아 상담가 / 국립재활원 성재활실

일차적으로는 발기유발제를 사용하실 수 있으세요.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발기유발제들이 있는데요, 이런 발기유발제를 성생활하기 전에 복용을 하시면, 70% 이상에서 효과를 보실 수가 있으시구요.

먹는 약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에는 음경내에 주사를 놓거나 진공흡입기를 통해 발기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발기부전은 의학적인 도움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므로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편, 발기기능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성관계 도중 요실금 또는 변실금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int 안권수(36, 척수장애 1급)

수치심이라고 그래야 하나요? 하여튼간 성관계를 한다는 자체는 서로 좋은 면만 보여줘서, 좋아서 하게 되는건데 실수를 하다보니까 참 막말로 얘기하자면, 자존심도 상하고….

하반신의 운동 신경이 없어 소변이나 대변을 비장애인처럼 볼 수 없는 척수장애인. 이들은 성관계 도중 실금이 있을 것을 우려해 애초에 성생활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int 유정아 상담가

이 문제가 저희가 성생활을 시도를 해보셨던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면, 제일 힘들어하시는 부분이었어요. 우선은 요실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성생활을 하시기 이전에 2시간 전부터는 수분섭취를 좀 제한을 해주시구요. 성생활을 갖기 이전에 넬라톤을 하신다거나 아니면 스스로 화장실에 가실 수 있으신 분은 스스로 하셔서 소변을 다 빼주시고, 조금 장을 비워두신 상태로 성생활을 해주시는 게 좋구요. 그래도 혹시라도 이런 요실금이 생기거나 할 경우를 대비해서는 밑에 수건이나 패드를 깔아주실 수 있으시구요.

안권수 씨 부부 역시 성관계 전 요도에 관을 넣어 소변을 배출시키는 넬라톤을 통해 요실금을 예방하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성생활이 더욱 수월해졌다고 합니다.

int 이현숙

저희 신랑도 그런걸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했어요. 그런데 그런거를 그냥 불키고 자연스럽게 넬라톤하고, 그리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는 조금 쑥스럽지만, 그래도 그런 티 안내고 상대방이 받아준다고 그러면,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시도를 해볼 것 같아요.

이들 부부처럼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성생활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기 부위의 감각이 마비돼 예전과 같은 성적 만족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CG) 지난해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조사한 척수장애인 욕구실태를 살펴보면, 성생활에 있어 척수장애인 35%가 ‘매우 불만족’이라고 답했으며, 27.9%가 불만족이라고 답해 약 63%의 척수장애인이 성생활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nt 유정아

우선 몸의 새로운 다른 감각들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세요. 척수장애인의 경우에 감각이 없는 부분이 생기면 감각이 남아있는 부분의 감각은 훨씬 더 예민해지세요. 그래서 새로운 내 몸의 성감대가 어디인지 잘 몰랐더라도 새롭게 서로 애무를 통해서 만져주시고 하시면서 새로운 성감대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시구요. 그런 성감대를 통해서 훨씬 만족을 느끼실 수 있으세요.

이처럼 척수장애인은 성기 외에도 감각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경계선이 ‘제2의 성감대’가 될 수 있으며, 여성장애인의 경우는 남성과 달리 성감대가 널리 분포하고 있으므로 유두나 입술, 또는 귀 뒤를 자극하면 충분히 성적 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성생활을 얘기하면서 임신에 대한 걱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성장애인의 경우 아이를 낳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남성장애인의 경우에는 ‘사정’이 되지 않아 ‘불임’일 확률이 높습니다.

(CG) 일반적으로 척수손상 후 사정이 가능한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며, 정자의 활동력도 떨어져서 의학적인 도움없이 자연스럽게 임신이 되는 경우는 약 10% 미만입니다. 즉 남성척수장애인 10명 중 1명만이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사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기구로는 ‘음경진동자극기’와 ‘직장전기자극기’가 있으며, 불임치료 과정은 비장애인 부부가 시행하는 방식과 똑같습니다. 이 경우,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확률은 60%로, 안권수 씨 부부도 시험관 아기를 시도해 지난 2008년 건강한 딸 아이를 출산한 바 있습니다.

척수 손상 후의 성생활, 감각이 없다고 해서 더 이상 포기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현숙 씨는 성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대화라고 말합니다.

int 이현숙

성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배려 같아요. 그리고 대화. 소변이 마렵다고 그래서 짜증내고 이러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받아주고, 또 말로 인해서, 대화로 인해서 서로를 좀 더 알아가고, 아무래도 성생활이라는 게 서로를 더 알아가는 단계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성생활을 막연하게 느끼는 척수장애인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국립재활원 성재활실을 찾아 상담 또는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척수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나 성에 대한 고민도 나눌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성생활을 감추지 말고, 교육·상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내 함께 고민한다면, 손상 전에 못지 않게 더욱 행복한 성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영상 촬영-편집 : 김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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