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든 뇌병변장애인은 성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누군가 도와주거나 사물의 힘을 빌려야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대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장애인의 성’ 세 번째 이야기, 안서연 기자입니다.

뇌병변장애인은 움직이고, 말을 하는 데 있어서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완벽한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성적인 자극과 욕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비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거나 심리적 또는 사회적 문제로 인해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뇌병변장애인의 성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경직’이나 ‘경련’으로 인해 체위를 취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성관계 도중 팔이나 다리가 빳빳해지거나 떠는 증세가 발생하다보니, 체위를 고정하기도, 자세를 바꾸기도 쉽지 않습니다.

INT 김진옥(56, 뇌병변장애 1급)
저는 이제 다양한 체위를 할 수가 없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니까. 단조로울수도 있는데, 저는 솔직하게 남편한테 얘길하구요. 알잖아요. 내가 특별한 체위를 해서 만족시켜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들 부부의 경우에는 남편이 비장애인이다보니 다른 장애인 부부에 비해 성생활이 수월한 편입니다.

부부가 모두 중증장애인일 경우, 성생활의 어려움은 더욱 크게 드러납니다.

결혼 3년차인 김동림·이미경 부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삽입성교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INT 김동림(52, 뇌병변장애 1급)·이미경(44, 뇌병변장애 1급)
두 사람 다 장애가 있다보니깐요. 그런 거(삽입성교) 한다는 거는 쉽지가 않기 때문에. 뭐 해보기는 해봤지만 만족할만큼 해보진 못했어요.

일각에서는 이들같은 중증장애인 부부의 원활한 성생활을 위해 체위 변경을 돕는 ‘성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INT 김재익(49, 뇌병변장애 1급) / 굿잡자립생활센터 소장
뇌성마비나 중증장애인들이 체위 부분은 사실 힘들어요. 힘든데, 일본 같은 데서는 그런 걸 지원해주는 조력자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합법적으로요? 예, 합법적으로 하더라구요 저는 거기에 대해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사자 중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INT 김동림(52, 뇌병변장애 1급)·이미경(44, 뇌병변장애 1급)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둘 만의 성스럽고 고귀한 시간인데 누가 옆에 있는다면 진짜 그거는 못할 것 같아요.

이처럼 장애인 당사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성 도우미’에 대한 논의는 미혼중증장애인 사이에서 더욱 활발히 진행된 바 있습니다.

영화 ‘섹스볼란티어’에서는 손을 움직일 수 없어 자위조차 할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의 모습을 그려내며, 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성 자원봉사’를 제시했습니다.

INT 김호식(41, 뇌병변장애 1급)
저같은 경우에는 조금 움직일 수 있으니까 저 혼자 알아서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움직일 수가 없어서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성 자원봉사가 생길 경우) 원한다면 삽입까진 해줘야지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직접적인 성관계 파트너가 되길 바라는 것은 사실상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INT 구자윤(36, 뇌병변장애 1급)
자원봉사라고 보기는 어렵구요 사실상 성매매로 봐야겠죠. 독일이나 덴마크나 네덜란드같이 일본이나, 그런 성매매가 합법화된 곳에서는 장애인을 특화해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구 활동가의 말처럼 성매매가 합법화된 외국에서는 성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성매매 자체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윤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가상현실을 통한 성관계’입니다.

INT 김재익(49, 뇌병변장애 1급) / 굿잡자립생활센터 소장
3D를 통해서 아바타의 어떤 인간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걸 선택해서, 그 사람과 감각적으로 보고, 또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으로서는 성 도구를 차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세팅만 한다면, 충분히 지금 과학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이버 섹스 이외에도 욕구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맞춤형 자위 기구 개발’이 제기됐지만, 이러한 대안들은 아직까지 합법적으로는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성적 만족을 위해 일반적인 성 파트너가 아닌 제3의 인물이나 사물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장애인의 성을 두고, 장애여성공감에서는 “비장애인 중심의 성문화에 맞춰 일회적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성 서비스에 그치지 말고, 개념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에서는 독일의 한 장애인 성 서비스 센터에서 실시하는 성 워크숍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INT 배복주 대표 / 장애여성공감 대표
거기에 핵심은 뭐냐면 몸의 성적 에너지를 찾는 워크숍이예요. 그런 워크숍을 하는 센터예요. 장애인들이 옷을 다 벗고 나뭇가지 같은 걸 두르고 페이스 페인팅도 하면서 자신의 몸의 성감대, 성적 에너지가 어딘지를 확인하고…. 이런 과정과 이야기를 하는 작업들이 선행이 되지 않고, 그냥 성기를 결합해서 어떻게 섹스를 하겠다, 만족도를 느끼겠다는 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예요.

권리로 제정돼 있지만 당당히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의 성. 이름뿐인 성 향유권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스스로 자신을 알고, 타인을 알아갈 수 있도록 교육권·이동권·취업권 등의 사회적 여건이 제대로 보장돼야 합니다.

더불어 장애인 스스로 자신이 성적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삶의 일부부인 성을 누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영상촬영 : 김준택, 영상편집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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