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전 사상 처음으로 6개팀 출전…조별리그전 펼치며 저변확대와 관심 고조

제10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의 첫 번째 날이자 아이스슬레지하키 예선경기가 시작되던 지난 25일, 춘천에 위치한 의암 빙상장에 강렬한 ‘퍽’ 소리와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격렬한 몸싸움과 속도감이 더해지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지는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올해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사상 처음 조별 리그 경기가 성립됐다.

▲ 신생팀으로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처음 출전한 인천시 나대석 선수(오른쪽)가 서울시 선수를 제치고 골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 신생팀으로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처음 출전한 인천시 나대석 선수(오른쪽)가 서울시 선수를 제치고 골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1998년 처음 우리나라에 보급된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지난 10여년 가까이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강원도과 서울시, 경기도 세 팀으로만 운영되면서 참여율이 높지 않은 종목 중 하나였다. 심지어 2년 전 서울시가 선수 부상으로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출전을 포기하면서 임시방편인 시범경기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라북도가, 올해는 인천시와 충청남도가 신생팀을 출전시키면서 출전팀은 6개로 늘어났고 조별리그를 펼치는 ‘감격스러운’ 경기가 시작됐다.

아이스슬레지하키 인천대표팀의 긴장되는 첫 전국장애인동계체전 출전기

이번 대회를 통해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첫 출전한 팀은 인천시와 충남 두 팀이다.

인천시는 지난 해 12월 인천 바로병원이 후원을 약속하며 팀을 결성했다. 클럽팀으로 팀 결성 이후 국내 선수권 대회 등에 몇차례 참가했던 이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인천시 대표로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25일 인천팀은 오후 3시 30분 첫 경기를 치뤘다. 시·도를 대표한 경쟁자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선수들은 기대와 긴장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첫 경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마친 조원호 감독은 “전국 규모 종합대회에 인천시를 대표한 첫 무대인 만큼 긴장된다.”며 “첫 출전이지만 순위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컨디션이 좋은 선수도 부상이 있는 선수도 있지만 끝까지 열심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는 한편 첫 상대인 서울시와의 경기에서 골을 여러 개 성공시켜내고 싶다는 목표를 다짐하기도 했다.

인천시는 조별리그에서 서울시와 더불어 강원도를 만났다. 서울시는 인천시와 마찬가지로 클럽팀으로 운동해온 선수들이지만 10년 가까이 경력을 가진 팀이고, 강원도는 강원도청 실업팀 선수들이 포진한 전원 국가대표의 막강한 상대다. 그만큼 첫 상대인 서울시와의 경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감독의 포부다.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고, 서울시가 먼저 3점을 성공시키며 멀찍이 점수차를 벌였다.

그러나 1피리어드 종료를 5초 앞두고 인천시의 나대석 선수의 힘찬 슛이 골문을 가르고 드디어 1점을 추가해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데뷔 첫 피리어드를 1대3으로 기록하며 기대를 높였다.

이어진 2피리어드에서는 서울시가 먼저 점수를 추가했지만 인천시가 다시 골을 더하며 한점씩 주고받는 접전을 벌였고 서울시가 3점을, 인천시가 2점을 각각 더했다.

이내 경기장은 10년차 서울시를 바짝 추격하는 신생팀 인천시의 무서운 질주에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3피리어드가 시작되고 인천시는 앞서가는 서울시를 잡기위해 골을 연달아 성공시켰지만 경력이 오래된 서울시 선수들과의 체력전에서 밀리며 3점을 더 내주고 결국 6대9로 경기를 마감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인천시에게는 큰 박수가 이어졌다. 신생팀이라는 핸디캡에도 끝까지 접전을 벌였던 선수들 역시 아쉽지만 만족했다.

인천시 첫 골의 주인공인 나대석 선수는 “아쉽지만 신생팀이 이만큼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매년 3위를 기록하던 서울시를 아슬아슬하게 따라온 것만으로도 좋은 경기였다고 생각하고, 다음 경기 그리고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첫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신생팀이지만 기존에 운동을 해왔던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의 조화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고, 선수가 7인 뿐이어 교체 선수가 한명 뿐이어서 마지막 3피리어드에서 체력전에 밀린 것 같다.”고 경기를 평가하며 “하지만 짧은 기간 팀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훈련해 왔기 때문에 이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함께한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나 선수는 “인천시로 신생팀을 꾸려 출전할 수 있었다는 데 감회가 남다른 대회였다.”며 “팀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의 기량이 그만큼 성장해나가고 있으며,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를 이끈 조 감독은 “앞으로 기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실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수수급이 힘들다는 것.”이라며 “현재 팀 선수들의 대부분은 40대 후반으로 20대 젊은 선수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20대부터 시작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성적으로 팀은 물론 우리나라 아이스슬레지하키 발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인천시는 지난 26일 강원도를 만나 13대0으로 패하며 4강 진출의 꿈은 아쉽게 이루지 못했다.

2018평창장애인동계올림픽 앞두고 도약을 꿈꾸는 ‘아이스슬레지하키’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된 아이스슬레지하키의 저변확대는 사실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의 도약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 IPC에서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는 정승환 선수(하얀 유니폼)가 골문을 향해 슛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 IPC에서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는 정승환 선수(하얀 유니폼)가 골문을 향해 슛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1998년 처음 우리나라에 보급된 이후 때로는 선수 수급이 어려워, 또는 장비 비용과 훈련장 대여 예산이 없어 고비를 넘어야 했던 것이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이스슬레지하키는 2008세계선수권대회 B-pool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2012세계선수대회에서 A-pool 은메달을 차지하는 기적을 만들었고, 강원도청 정승환 선수는 2009년 IPC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국내적으로는 강원도청 아이스슬레지하키 실업팀이 창단해 실력 있는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도 했고, 클럽팀들이 신설되고 후원처들이 나서기도 하는 등 점차적인 발전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오는 4월 우리나라는 경기도 고양에서 2013 IPC세계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나아가 2018평창장애인동계올림픽 유치국가로서 실력을 높여가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저변확대와 경기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황성호 사무국장은 “201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것이 아이스슬레지하키의 붐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며 “한때 출전팀이 없어 시범경기를 치루며 전국 종합대회인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종목의 존폐 위기를 지나기도 했지만 이제 아이스슬레지하키는 본격적인 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올해는 그 시작이 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이어 “선수들은 지난해와 올해 큰 변화를 보여 왔고, 내년 그리고 그 후년 더 큰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선수들은 비싼 링크 대여료를 감내하기 위해 서로 시간을 조율해 빙상장을 대여하고 함께 모여 꾸준한 훈련을 하고 있다. 협회 역시 신생팀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강습을 하는 등 실력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아이스슬레지하키 발전에 전망이 밝음을 이야기 했다.

더불어 “협회차원에서는 2018 평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이 모든 변화 역시 협회의 노력에 선수들의 열정이 더해지면서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에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지원이다. 황 사무국장 역시 지원 부분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황 사무국장은 “물론 아이스슬레지하키에는 현재 실업팀이 있어 지원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상위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경기력을 본다면 실업팀을 추가해 상승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종목에서 실업팀이 하나만 결성된 경우 실력차이가 벌어져 서로 경쟁하고 자극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상대가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황 사무국장은 “국제 대회를 앞두고, 나아가 올림픽을 유치한 우리나라가 좀 더 장애인 종목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준다면 앞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아이스슬레지하키가 더 큰 발전을 거듭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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