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 암흑기에 한줄기 구원의 빛
아동복지 암흑기에 한줄기 구원의 빛
  • 제주협의회
  • 승인 2013.03.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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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동복지시설 1호 ‘제주보육원’

▲ 1972년 제주보육원 아동숙사 기공식.
▲ 1972년 제주보육원 아동숙사 기공식.
“제주보육원이 설립된 것은 1950년대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1950년 우리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숱한 ‘전쟁고아’가 생겨났는데 당시 가족을 잃은 채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게 시대적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제주보육원이 생겨난 것입니다.”

올해 1월 제주보육원장으로 취임한 강지영 원장은 도내 최초의 보육원 설립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제주보육원이 문을 연 것은 1951년 4월 1일. 제주지역 최초의 아동양육시설이자 최초의 사회복지시설이 생긴 것이다.

제주보육원은 제주시 삼성혈 인근 공터에 천막을 치고 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아동복지의 암흑기에 한줄기 구원의 빛이었다.

보육원 설립자는 허천만씨로 전쟁 당시 제주도로 피난을 내려와 보육원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보육원 개원을 시작으로 홍익아동보육원(1951년 10월), 제남아동복지센터(1952년 7월), 천사의 집(1953년 9월) 등 아동양육시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제주보육원은 1951년 9월 제주시 화북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고, 그 이듬해인 1952년 9월 현재의 제주시 내도동으로 이전했다. 1955년 4월 정부로부터 재단법인 허가를 받은 제주보육원은 1972년 사회복지법인으로 변경됐다.

함경도 출신 여성이었던 탁명숙씨가 초대 원장을 맡아 20년간 보육원을 이끌었다. 1972년 3월에는 이 곳 보육원 출신인 강도아씨가 제2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강 원장은 취임 첫 해 아동들이 생활할 건물을 새로 지었다. 본인이 보육원 출신인지라 아동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그 누구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다. 그리고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봤다.

강 원장은 지난해까지 30년간 보육원 운영을 책임지며 아동복지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초대 및 2대 회장, 아라종합사회복지관 초대 관장,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큰 걱정이 없었던 제주보육원에 시련이 닥친 것은 2007년 9월. 태풍 ‘나리’가 제주를 덮치면서 보육원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보육원 바로 옆에 있는 월대천이 범람하면서 담장이 무너지고 건물 1층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등 사실상 초토화됐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손 쓸 틈도 없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80여명의 아이들은 당시 건물 2층으로 긴급히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풍으로 인해 큰 재산 피해와 함께 그동안 보관해 온 역사적인 자료와 사진이 흙탕물에 잠기는 바람에 모두 버려야만 했다.

이상구 제주보육원 사무국장은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정말 끔직하다”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는데 피해 복구에만 수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현재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동은 65명. 이들은 정교 교육 외에 이 곳에서 특기적성 교육과 개별과외, 학습지 공부, 학원 수강, 예절교육, 직업체험, 요리실습, 정서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다.

강지영 원장은 “제주보육원 초창기에는 전쟁고아들을 돌봤지만 최근에는 학대받는 아동, 미혼모 아동, 가정해체 아동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며 “심리.정서 치료와 아동 자립에 중점을 두고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이어 “어디에 살고, 누구의 아이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모든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소중한 자산인 만큼 건강하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의=제주보육원(743-5020)

▲ 제주보육원 아동과 직원 단체사진
▲ 제주보육원 아동과 직원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