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세 명이 잇달아 ‘업무과다’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복지가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 연계 복지사업이 확장되고 있고, 관련 정책 확정시 물밀 듯 쏟아지는 업무는 읍·면·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집중돼 업무가 폭증하고 있지만, 사회복지사의 근로환경 개선, 인력수급, 처우 보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사회복지계는 ‘예견됐던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또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목숨도 잃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INT-김세열 회장 / 성남사회복지행정연구회
(연이은 자살소식을 듣고) 정말 할일은 많은데 손이 떨려서… 떨려서 일을 못했습니다. 장담하건데 대책 안 세우면 또 어떤 일이 생길 거 같아요.

CG-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중앙정부로부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내려오는 복지업무는 13개 부처 292개로, 동 주민센터에 있는 1~2명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밝힌 ‘자신의 업무사항’은

CG- 복지대상자 초기상담, 국민기초생활, 자활지원, 장애인 및 노인복지, 한부모가족지원, 아동·청소년 등 일반 사회복지를 비롯해 주거복지, 의료급여, 이웃돕기, 특수시책뿐만 아니라 사례관리, 인적관리와 올해부터 추가된 무상보육 확대, 초·중·고 교육비신청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복지’라는 이름과 연관됐다는 이유만으로 한 두명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업무과중이 오고,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복지서비스가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INT-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선수경 회장
결국은 일과 인력에 대한부분인데요. 사회복지에 관련된 일만 한다고 했을 때 전체적으로 따지면 모든 업무가 다 사회복지업무겠죠. 이러 것들이 각 부처에서 넘어오고 있는 모든 업무를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이 맡아서 하다보니까 업무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안전행정부는 올해 사회복지전담공무원 2,340명을 충원하고, 인사평가 가점 및 수당 인상 등을 긴급대책으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수는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INT-박은희 부위원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낮에는 민원 받고, 밤에는 공문처리하고, 주말에 나와서 일하고, 그래도 수급자 상담은 못하고. 방문하는 사람들 끝까지 이야기 다 못 들어주고. 그런 것에서 오는 압박이 되게 크고. 국가가 갖고 있는 사회복지문제를 일개 사회복지사가 다 떠안고 가야하는 문제가 심각하죠. 

결국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고, 국가를 향해 생기는 불만의 화살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사회복지사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 같은 현실 때문에 사회복지사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INT-김세열 회장 / 성남사회복지행정연구회

그 많은 5,000명에 가까운 대상자들을 상대하면서 혹시라도 내가 말을 잘못해서 실망할까봐. 내가 차라리 밤을 샐지언정 그 업무를 해내야겠다는 책임감도 사회복지사로서의 양심이죠 

INT-박은희 부위원장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우리나라에서 톱클래스에 올라가 있잖아요. 그래서 여기(공무원)를 그만두고 나가서 다른 일자리를 구할 거라는 기대감이 없죠. 그런데 여기 있자니 도망칠 곳이 없는 거예요. 도저히 빠져나갈 곳이 없어서 절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요. 저는 (연속해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 굉장히 두려워요. 

복지예산 100조 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새 정부는 이제 더 이상 국민행복의 사각지대인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죽음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촬영:마경환/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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