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법 개정, 기준 변경만으로는 개선 절대 불가”
“기초법 개정, 기준 변경만으로는 개선 절대 불가”
  • 안서연 기자
  • 승인 2013.04.0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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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법 문제점과 개선 방안 논의하는 자리 마련돼

▲ ⓒ안서연 기자
▲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안서연 기자
정부가 올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기초법의 올바른 개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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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 ⓒ안서연 기자
민주통합당 김성주 의원,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과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통해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를 도입하고 ‘일을 통한 빈곤탈출지원’ 정책을 추진했다고 밝혔으나 방향만 언급했을 뿐, 기초법의 가장 큰 문제점인 ‘부양의무제’ 폐지에 있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한 ‘통합급여’를 쪼개 ‘개별급여’로 전환함으로써 대상자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순 없다는 것이 남윤 의원의 지적이다.

더불어 김 의원은 “‘도 아니면 모’ 식의 현행 ‘통합급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선정기준과 보상수준을 낮추고 기초법 수급권자의 수를 줄여 이를 주거·교육 등 각종 개별복지 확대로 충당하겠다는 방항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개별급여 전환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단단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기초법의 문제점과 새 정부의 개편 방향에 대한 평가, 그리고 개선 과제와 대안 등을 모색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빈곤 사각지대’, ‘최저생계비 부족’ 등 문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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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사회연대 강동진 집행위원장. ⓒ안서연 기자
빈곤사회연대 강동진 집행위원장은 기초법의 가장 큰 문제로 ‘광범위한 빈곤 사각지대’를 꼽았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비수급빈곤층은 400만 명(전체 인구의 7.5%) 정도에 달해 수급 빈곤층 147만 명의 두배를 훨씬 넘고, 이 중 74.2%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초과해 탈락했다.

이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정부에서도 그동안 부양의무제 완화나 재산의 소득환산 비율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지금까지의 움직임으로는 성과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결국 기초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제를 없애거나 소득·재산 기준의 획기적 완화, 추정소득의 폐지 등이 이뤄져야한다는 것이 강 집행위원장의 주장이다.

또한 빈곤층을 위한 유일한 소득보장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급여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이 또다른 문제로 제기됐다. 최저생계비는 수급자를 선정하는 기준이면서 동시에 기초생활제도의 취지인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건강과 문화생활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수급자로 선정됐을 경우 생계·교육·주거·의료·해산·장제·자활 등 7개 급여를 제공받는 상황에 대해 ‘중복급여’ 또는 ‘과잉급여’라고 지적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기초법의 문제로 꼽았다.

강 집행위원장은 “지금 현금으로 지급되는 현금급여지급선은 최저생계비에서 의료비·교육비·TV수신료·주민세·전화세 등 타법지원액을 빼고 지급하기 때문에 ‘중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최저생계비 각 항목별 금액책정을 보면 ‘과잉’이라고 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하며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은 수급자와 비수급자간의 차이 때문이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결국 ‘수급자와 비수급자의 차이’를 비교해서 수급자에게 급여가 집중되는 문제로 여길 것이 아니라, 기초법 이외에 비수급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료·주거 등의 영역에 대한 보편적 사회보장이 미흡하다는 데 집중하라는 것.

“개별급여별 선정 기준 변경만으론 사각지대 해소 어려워”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새 정부는 ▲개별급여별 대상자 선정기준 마련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의 급여체계 개선 ▲부양의무자 기준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급여체계 개편방향’을 이 달 중으로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개편방향은 문제설정과 해결과제에 있어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각 급여별로 선정기준만 달라질 뿐 사각지대 해소와는 거리가 멀고 △개별급여체계를 진행할 경우 복잡한 행정절차와 사회복지사와의 갈등이 예상되며 △담당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사각지대가 증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근로능력이 없는 장애인과 노인 등에게 ‘일을 통한 빈곤탈출’을 요구하는 것은 ‘강제 노동’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빈곤사회연대 측은 ▲부양의무제 폐지 및 추정소득, 간주부양비 부과 폐지 없이 사각지대 개선은 효과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생계급여의 수준은 상대적 기준으로 하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위소득 30% 수준은 매우 부족하므로 상향되야 하며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수급자에 대한 자격박탈이나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개별급여도입은 현재 통합급여 수급권자를 유지하면서 교육급여와 주거급여 등 부분적으로 차상위계층에게 먼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필요한 욕구에 따른 개별급여 지급 및 최저생계비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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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책임간사. ⓒ안서연 기자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책임간사는 지난 2010년 기초법개정공동행동에서 조사한 17개 수급가구의 가계부 분석결과를 발표하며 “17개 가구 중 6가구를 제외한 11개 가구에서 적자를 보았으며, 나머지 6가구 중 3가구는 차액을 채무 충당한 가구로 실질적으로 적자가 발생하지 않은 가구는 3가구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책임간사는 최저생계비에서 타지원액과 가구소득인정액을 제외하고 지급하는 현금급여액은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4인가구를 표준으로 설정함에 따라 불필요한 욕구까지 포함된 계산으로 △교육비와 급식비가 해당되지 않는 가구에도 해당 금액은 빠지게 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필요한 욕구에 따른 개별급여가 급여지급방식이 돼야 하며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담보로 하고 있으므로 최저생계비는 적어도 빈곤선과 동일선이 아닌, 이러한 생활을 탈피하도록 하는 선으로 재규정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와 같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낮은 급여수준 하에서 단지 급여분리로만 집행될 경우 유명무실한 생계보장과 주거보장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며 “욕구별 개편을 염두한다면 반드시 해당 욕구에 대한 합리적인 측정이 선행돼야 하고, 그것에 대한 의견수렴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빈곤층 자활사업, 사회적기업 연계해 노동시장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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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사 허윤정 씨. ⓒ안서연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근로빈곤층 지원을 위한 제도 방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자활정책연구소 김정원 연구원은 “그동안 기초법 내의 자활사업이 근로빈곤층의 지원을 위한 제도로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부조에서 벗어나는 별도 입법으로 이를 도모하자.”고 제안하며 “자활사업을 급여의 측면보다 서비스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을 관점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센터에서 근로자활사업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허윤정 씨는 “사회복지사들의 여건도 부족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활대상자들의 근로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히며 근로빈곤층의 입장을 대변했다.

허 씨는 “자활대상자들은 하루 6시간 동안 지역 청소를 해도 약 2만3,000원 정도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꼴.”이라고 토로하며 “이들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므로 근로와 보호의 성격을 더해 시급을 8,000원 정도까지 올려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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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활정책연구소 김정원 씨. ⓒ안서연 기자
이에 김 연구원은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추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하지만 자활근로라고 하는 게 정부의 공적재원으로 운영하다보니 그것을 일반 근로임금에 맞추는 게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그렇다면 지역체에서 관리하지 않고, 사회적 기업 등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급여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이어 남윤 의원은 “생계급여를 줘야 할 사람들에게 근로를 하도록 해서 그것보다 조금 높은 수준을 주는 것이 자활사업이므로, 8,000원으로까지 올리는 것은 무리.”라고 답하며 “김 연구원의 제안처럼 공공근로를 시키는 것보다는 사회적 기업에서 별도로 다양한 노동시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도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 재원 마련 방안 없이 기초법을 개선할 경우, 결국 기존의 재원에서 조정해야 하고, 기존 수급자 규모를 줄이던가 수급액을 줄여야 하는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이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강조하며 “올바른 개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