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막, 광화문광장과 대학로 CGV 일대에서 장애인인권영화 상영…나흘 간 약 1,000명의 관객 찾아
주최측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초심에 흑심을 품다’를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으로 정해 처음 영화제를 시작했던 초심의 마음을 다시 다지자는 뜻을 담았다.
이번 영화제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200일이 넘도록 차가운 광화문역 대합실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 중인 장애인, 비장애인 활동가들과 함께하기 위해 광화문광장 야외개막으로 이뤄져 의미를 더했다.
지난 3일 광화문광장 야외개막과 함께 시작한 올해 영화제는 다음 날부터 장소를 대학로CGV(지하1층 무비꼴라주관)로 옮겨 진행했다.
개막작 ‘가위에 눌려’를 포함해 ▲심사를 거쳐 선정한 12편의 선정작 ▲신진감독지원 사전제작 작품 1편 ▲추천작·초청작 각1편 ▲연대작 4편 ▲2013년 투쟁요구안을 담은 3편의 작품 ▲앙코르작 2편 ▲배리어프리영화 버전으로 만든 ‘완득이’ ▲고 김주영 동지의 작품 ‘외출 혹은 탈출’ 등 총 26편의 영화들이 관객을 찾았다.
개막작인 김진호 감독의 ‘가위에 눌려’는 전신마비가 있는 아버지와 그의 딸이 철거지역에 살면서 겪게 되는 일상적인 공포와 두려움, 무기력함을 표현한 작품으로 김상희(노란들판) 심사위원은 심사평을 통해 “딸이 힘겨운 상황에 처한 것을 가만히 누워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애통한 마음이 전해지며 장애와 빈곤과 같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조건들이 하나로 뭉쳐있을 때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지 작품 속에 잘 녹아든 것 같다.”며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개막작을 관람한 김혜진 씨(서울 명륜동)는 “비장애인들은 악조건 속에서 몸을 빨리 움직일 수 있지만 장애인들은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폐막작으로 선정된 ‘파인더’는 현재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린 작품으로 주명희 감독이 지난 1년 간 멘토인 박종필 감독과 함께 제작했다.
이외에도 정신적 고통을 그림과 대화로 소통하는 김봉현 감독의 ‘얼굴-영혼이 통하는 길’, 탈시설한 희영씨의 자립생활 과정을 그린 현정민 감독의 ‘성북동 희영씨’ 등 영화제 선정작들과 쌍용차노조의 시청 앞 천막농성의 과정을 담은 ‘대한문 투쟁이야기’ 등 연대작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지난해 10월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故 김주영 활동가를 기리는 추모영화 ‘외출 혹은 탈출’이 상영해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외출 혹은 탈출’은 故 김주영 활동가가 장애인영상미디어교육을 받게 되면서 만든 작품이며, 제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상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영상미디어 제작 단체인 ‘다큐인’에 입사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모든 영화들은 자막을 기본으로 달았으며, 올해는 화면해설 편수도 8편이나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