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진정한 복지실현의 대안, 공적 복지 명심하고 시작해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한 식품가공업체. 철저한 위생관리와 전문기술이 요구되는 이곳에서 지적장애 3급 장애인 김성주(22세) 씨를 만났다. 위생 마스크를 쓰고 능숙하게 생닭을 손질하는 모습에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김 씨가 입사한지는 약 1여 년. 김 씨는 이곳에서 일을 하며, 식품업체 사장이라는 꿈도 생겼다.

이곳은 사회적기업 리앤씨 일산푸드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모두 지적장애인으로 장애인고용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 (조직 즉 사회적기업의 주된 목적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인 일자리 제공형 형태를 갖춘)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및 조직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장애인과 저소득자, 고령자 등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목적을 갖는 동시에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 등 영업활동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3년 전 리앤씨 일산푸드는 일산 지역의 장애인을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식품가공을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했다.

장애인·비장애인 능력 차이 없어… 성공은 인내와 기다림의 차이

▲ 주식회사 리앤씨 일산푸드 전성우 부장.
▲ 주식회사 리앤씨 일산푸드 전성우 부장.
현장 감독을 맡고 있는 리엔씨 일산푸드 전성수 부장은 사업초기 “지적장애인들이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염려 했다.”며 “하지만 장애인들의 근로능력이 입증 된 선례들이 있는 만큼 잘 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함께 일하게 됐고, 현재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 식품업체다 보니 위생 규정에 대해 인지시키고 기술적 부분을 가르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의 진척도가 빠른 것이 생산성도 끌어 올릴 수 있기에 걱정이 앞설 수 있다.”며 “장애인이 일에 숙달되기까지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고용주의 인내가 필요하다. 그 기간을 우리가 인내하지 못했다면 회사는 문을 닫았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부장은 “이들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으로 기다렸고, 그 결과 지금은 비장애인이 일하는 기업이나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우리 기업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성과를 제시하며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은 기다려주면 충분히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때가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리앤씨 일산푸드가 장애인 근로자들을 더욱 믿고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준비된 인력’이라는 인증이었다. 리앤씨 일산푸드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모두 경기도 일산시에 위치한 또 다른 사회적기업 ‘함께하는 우리’에서 취업 선행교육을 받았다.

리앤씨 일산푸드는 정부·지자체 복지관 등을 통해서도 근로할 장애인을 채용할 수 있었지만 서로 협력해 일을 해야 하는 식품가공업인 만큼 사회성 등이 입증돼 있길 바랐다.

그랬던 차에 경기북부사회적기업협회를 맡고 있는 사회적기업 ‘함께하는 우리’에서 취업지원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고, 이를 통해 장애인 근로자들을 채용할 수 있었다.

‘함께하는 우리’는 지적장애인 생애주기별 맞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 사회적기업이다.

이곳은 1997년 일산장애인아동지원센터원으로 개원해 지난2008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역의 발달장애인을 장애정도로 나눠 음악·미술·언어치료를 하는 상담 교육사업, 사회스포츠 재활사업, 진학과 취업에 대한 직업사회통합사업, 취업 연계 프로그램, 기획창업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함께하는 우리 홍정봉 대표는 장애인 가족으로서 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따른 사회서비스의 지원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

홍 대표는 “‘장애인의 먹고 사는 문제부터, 장애인이 사회에 통합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 보자’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장애는 장애인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가족 전체의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양육에 있어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공적에 있는 복지관 등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모든 공적 복지 서비스자체가 민간 영역에 있는 복지취약계층들을 아우를 수 있는 체계는 아니다. 예전에는 비영리 단체나 법인형태의 단체가 지역단체에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그 영역이 굉장히 한정돼 있었다. ‘함께하는 우리’는 공적 복지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용자의 마음으로 앞서가라

단순히 장애인을 고용하고 수익을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함께하는 우리’. 홍 대표는 “생산품 제조, 판매 등이 아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보니 서비스의 구매를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사회적기업은 어떻게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을까.

홍 대표는 15년 전 인연을 맺은 한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한 부부는 맞벌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일하는 동안 자녀를 맡길 곳이 필요했고, 이곳 저곳 물어물어 홍 대표를 찾아왔다고 한다.

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홍 대표는 부부가 자녀를 맡기고 일할 수 있도록 ‘장애아동 영유아 방과후 학교’를 개발했고, 이를 시작으로 작지만 수익 구조가 점차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부부는 ‘아이는 점점 크는데 아이의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며 다시 홍 대표를 찾아왔다. 홍 대표는 이번에도 부부의 의견을 수렴해 여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체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처럼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생애주기별 욕구에 따라 프로그램을 차례차례 개발하다보니 ‘수요가 있는 사회서비스’가 늘어나고, 수익 구조도 자리를 잡아갔다는 것.

홍 대표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녀의 고등학교 졸업 이후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저기 찾아다니거나,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시설에 보내거나 한다. 따라서 ‘함께하는 우리’는 진로를 고민하기 2~3년 전부터 대안과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 2~3년 전부터 장애인부모들 끼리 일종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하거나, 자금력이 부족할 경우 일종의 조합비를 내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경기 북부 지역 사회적기업 협회를 맡고 있는 홍 대표는 장애인이 질적으로 담보된 고용 현장에서 일하기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리앤씨 일산푸드와 같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사회적기업 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으로 취업을 연계하고 있다.

발 없는 말, 천리까지 간다

당사자와 그 가족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을 통한 서비스는 이용자의 욕구와 성향을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이 마족시키기 충분했고, 이러한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고 다른 지역에까지 소문이 나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홍 대표에 따르면, ‘함께하는 우리’는 5년 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난 뒤 기존 수익보다 500%이상 올랐다. 뿐만 아니라 시작할 당시보다 직원 수는 10배 이상 늘어났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지역에 재투자 하는 방식으로 환원 구조를 이룬다. 현재 ‘함께하는 우리’는 건물 1층에 장애인부모들의 경제적 벌이와 정보 교류를 위한 카페를 운영하도록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장애인 복지쪽에 뜻은 있지만 전문자격증이 없는 여성 경력단절자·청년실업자의 복지관련 자격증 취득을 도와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직원의 평균 근속 기간이 다른 기관보다 8년 정도 길고, 직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급여도 1.5배 이상 늘어나는 등 ‘함께하는 우리’는 복지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기업으로도 성공했다.

영리와 비영리 사이 ‘저울질’아닌 ‘조절’ 필요 

▲ 함께하는 우리 홍정봉 대표.
▲ 함께하는 우리 홍정봉 대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김종각 본부장은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모두의 발전과 공생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사회적기업은 현대사회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양극화의 문제 및 정부의 재정 부족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는 것.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국가 공공기관이 제공했던 사회서비스를 민간의 사업 방식과 접목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사회적기업이 활성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전체 발전을 생각하고, 주변을 살피는 정신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또한 기업이기에 수익 창출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홍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기에 앞서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에게 강조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공적 복지에서는 시민 의식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시민이 무언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후발 주자로 따라오는 것이 공적 복지라면, 사회적기업은 이를 쫓는 것이 아니라 먼저 혁신적인 표본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사회적기업은 공공성이 확보된 기업이에요. 사회적으로 의로운 일도 해야 하지만 의로운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일만 한다’ 아니면 ‘나는 돈만 벌겠다’는 치우친 마음으로 일하게 되면 자리조차 못 잡을 수 있어요. 사회적기업가로서의 길은 굉장히 험난하고 어렵습니다. 영리와 비영리 사이를 조절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요구됩니다.”

장애인 고용과 자립의 대안으로 등장한 사회적기업. 현재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기업의 수는 801곳이다. 이 기업 모두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고 기업을 운영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 장애인과 상생의 가치로 ‘기다림’을 강조한 리앤씨 일산푸드, 지역 장애인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함께하는 우리’.

사회적기업은 혼자만의 성장이 아닌 지역과 함께하는 상생의 표본이 될 때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