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성’ 주제로 한 ‘제2회 420서울특별상영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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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420서울특별상영전에 참석한 관객들과 상영전을 주최한 DPI 관계자. ⓒ안서연 기자
한국장애인연맹(이하 DPI)가 제33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지난 19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제2회 420서울특별상영전’을 개최했다.

‘하나의 시선, 하나의 목표’라른 슬로건을 걸고 진행된 이날 상영전의 주제는 ‘장애인의 성’으로 ▲핑크팰리스(서동일 감독) ▲섹스볼란티어(조경덕 감독)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벤 르윈 감독) 등 세 작품이 상영됐다.

‘핑크팰리스’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자신의 성적 경험들과 고민, 이성과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영화로, 뇌병변장애 1급 최동수(당시 48) 씨가 총각딱지를 떼기 위해 성매매업소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담아냈다.

‘섹스볼란티어’는 한 여대생이 남성 뇌병변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성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는 내용으로, 오랫동안 부정당해온 장애인들의 성적 권리에 대한 주장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은 오로지 얼굴 근육만 쓸 수 있는 남성 중증장애인이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섹스 테라피스트와 만남을 갖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장애인의 성이라는 다소 민감한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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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의 성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점과 지향점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안서연 기자
이날 상영전에서는 방송인 전창걸, 아태장애인연합 서인환 의장, 서울DPI 위문숙 회장, 구자윤 성 활동가가 참석해 세 편의 영화에 대한 내용과 아울러 ‘장애인의 성’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점과 지향점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위 회장은 “이 영화들을 통해 소외가 심한 장애인의 성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 속에서 성에 대한 접근이 좀 더 구체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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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윤 성 활동가. ⓒ안서연 기자
반면 구 활동가는 “섹스볼란티어 등의 영화가 장애인의 성적 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든 시발점이 됐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내용들이 마치 일반적인 경험인 것처럼 비춰져 장애인·비장애인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며 영화의 양면성에 대해 토로했다.

구 활동가에 따르면, 섹스볼란티어의 개봉 이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 자원봉사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남성비장애인이 여성장애인에게 성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지원은 많은 반면, 여성비장애인의 지원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여성의 인권과 장애인의 인권이 충돌해 아직은 비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구 활동가의 의견이다.

이날 상영전에 참석한 한 여성 비장애인 관객 또한 “핑크팰리스에서 ‘성매매’만이 대안으로 그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여성의 인권과 장애인의 인권 중 어떤 게 먼저인지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하며 “성매매가 불법화된 지금의 관점과 영화 제작 당시의 관점이 어떻게 다른 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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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태장애인연합 서인환 의장. ⓒ안서연 기자
이에 서 의장은 “영화를 만들 당시에는 성매매업소가 99개 정도 있을 때였다. 아마도 지금 만든다면 양상은 달라져 있을 것.”이라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성에 있어서, 특히나 장애인의 성에 있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에게도 평등하게 성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릴 적, 시각장애로 인해 친구들이 ‘너는 장가도 못갈 거다’, ‘눈도 안 보이는데 첫날밤은 어떻게 치를래?’ 식의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정말 혼자 살아야 하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됐고 맞이한 첫날 밤, 집 사람은 ‘불을 끄라’고 말하더라.”며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이 무조건 못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더불어 서 의장은 “요즘 심야시간에 성을 툭 까놓고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방영되더라.”며 “장애인의 성도 좀 더 노출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모여 서로 성에 대해 진실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구 활동가는 “2005년 핑크팰리스가 나오고 8년이 흐른 지금에까지 성도우미 합법화나 성매매 합법화 등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며 “장애인의 성은 전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으므로 보다 더 발전적인 성 담론화를 서로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회장은 “장애인이 겪는 성 문제 해결에 있어 정답은 없을지 모르겠지만, 개개인이 선택한 방식에 대해서 논의해 볼 수는 있는 것 같다.”며 “나라마다 갖게 되는 성에 대한 인식과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들이 각각 다르므로, 끌어와서 함께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상영전을 주최한 DPI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집회와 대회 등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방식으로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논의해보고 싶어 객관적이면서 폭넓은 주제를 담을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를 택하게 됐다.”고 밝히며 “최근 프랑스에서 장애인 성도우미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수정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의 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에 이번 상영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DPI는 제14회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를 맞아 다음 달 31일까지 장애인 인권에 대한 참식한 작품을 모집하며, 오는 11월 7일~9일까지 영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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