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확보 위해 재정비 필요”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확보 위해 재정비 필요”
  • 제주협의회
  • 승인 2013.05.0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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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5주년 성과와 평가’ 토론회

장애인의 실질적이고 동등한 사회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차별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거나 정당한 편의 제공 방법은 언급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장애인인권포럼 공동 주최로 4월 25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5주년 성과와 평가’ 토론회에서 조형석 인권위 장애차별기획조사팀장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지난 2001년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를 위한 법률 제정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8년 4월11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조 팀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시정 및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에 큰 역할을 했으나 이를 제도적, 정책적으로 개선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인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라는 점 ▲법률의 단계적 시행에 따른 의무이행 대상이 제한돼 있었다는 점 ▲법률의 실효적 이행을 위한 관련 법령이 정비돼 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특히 “관련 법령의 정비는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함에 있어 불가피한 요소”라며 장애인의 시설 접근성과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해 건축법과 국가정보화기본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적.발달장애인의 동등한 사회참여와 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그들의 특성이 고려된 정당한 편의가 지원돼야 하지만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와 관련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규정 및 지침조차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사건은 5230건으로 월평균 92.2건에 이른다. 이는 관련 법률 시행 이전의 월 평균 8.5건에 비해 10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영역별로는 재화.용역 제공 및 이용 차별 항목이 3322건(63.5%)으로 가장 많았다. 시설물 접근을 비롯해 이동 및 교통수단, 정보접근 및 의사소통 등이 이 항목에 모두 포함돼 있는데 식당이용 거부, 놀이기구 이용 제한 등이 구체적 차별 사례다.

이어 괴롭힘 539건(10.3%), 채용시 차별 등 고용차별 338건(6.5%), 특수학급 설치 거부 등 교육차별 323건(6.2%) 등의 순이었다.

장애유형별로는 자체장애인은 ‘시설물 접근’, 시각 및 청각장애인은 ‘정보통신.의사소통’, 뇌병변 및 지적.발달장애인은 ‘재화.용역 일반’, 정신장애인은 ‘괴롭힘’ 등의 항목에서 가장 많은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2385건을 조사해 291건에 대해 권고했으며 이 중 262건이 이행됐다. 조사 대상 중 1334건은 조사과정에서 사건이 해결되거나 합의 종결됐다.

인권위는 특수학교·시설의 폭력행위 등과 관련해 13건의 직권조사를 벌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는 지난 2011년 9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 차별 금지 및 인권보장의 관한 조례’(이하 장애인인권조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고 상임대표는 “현행 장애인인권조례는 당초 조례의 핵심 내용이었던 상담과 조사 기능을 수행할 가칭 ‘장애인인권센터’ 설치 조항이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된 데다 장애인 차별 금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가칭 ‘장애인인권보장위원회’의 기능을 ‘장애인복지위원회’에서 대행토록 규정했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인권보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장애인인권센터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고 상임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장애인인권센터는 장애인의 인권보장을 전담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상설기구로, 단순 상담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사권’과 ‘권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복지위원회 대신 법조인, 인권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장애인(단체) 등이 참여하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며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부의하고 조사권 발동을 명할 수 있는 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복지안전위원회)은 토론에서 “장애인인권조례는 장애인 관련 각종 조례에 대한 기본조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례의 지위를 격상시켜야 한다”며 “단순히 평등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장애인인권조례는 장애인의 평등권과 인권 실현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으나 이러한 목표는 장애인이 역사적으로나 사회구조적으로 오랫동안 구조적 차별을 받아 온 점을 고려할 때 미흡하다는 것이다.

위 의원은 “조례의 성격을 재규정하고 조례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조례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강기탁 변호사는 토론에서 “지역에서 벌어지는 장애인 차별 또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자체에 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장애인인권센터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이나 인권침해 문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언동이나 장애인 시설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형태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하루의 일상생활을 시작하는 시간, 그리고 맞닥뜨리는 공간에서 받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