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나이 기준으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 자격조차 없어

서울시 중계동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 1급 임진순 씨(남·78).
“내 힘이 닿는 데 까지는 내 힘으로 벌어먹으며 살고 싶다. 하지만 당장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는 나는 막다른 골목에 서있다. 장애와 노인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어떤 서비스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각지대, 정부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서울시 중계동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 1급 임진순 씨(남·78).

안마와 침술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임씨는 큰 고민에 빠져있다. 15여년 동안 안마업으로 돈을 벌어왔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손님이 줄어 벌이가 변변치 않아진 것. 밖으로 나가는 출장안마라도 알아보고 싶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의 수입은 노인연금과 장애연금을 더해 매달 지급되는 23만 원에, 겨우겨우 단골손님들의 방문으로 버는 수입 10여만 원이 전부다. 이 돈으로는 생활비와 생필품을 사는 것도 빠듯한 상황. 언젠가 부터는 방세도 내지 못했지만 다행히 15년여를 함께한 집주인이 ‘봐주고’ 있다. 거기다 이따금 집주인이 반찬을 대신 해주거나 빨래를 돌려주는 등 도움까지. 임씨는 “한창 벌이가 있을 때처럼 수고비조차 주지 못해 여간 민망한 게 아니다.”고 이야기 한다.

 “막다른 골목에 놓인 삶, 정부는 ‘안된다’고만 말한다.”

시각장애 1급에 78세의 노령, 독거인 그는 왜 그 어떤 지원도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일까.

임씨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라는 것이 있는데 나는 65세가 넘어 대상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받아보려고 했지만 거동에 불편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대상이 아니란다.”고 한탄했다.

직업군인이었던 임씨는 40대 즈음 시력이 점차 나빠지면서 군에서 재대했다. 초반에는 시력이 많이 나쁘지 않아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 다니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시력을 전부 잃어 안마업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2007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당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시작된다는 이야기에 신청 해보려했지만, 당시 서비스 대상 기준인 65세를 이미 넘어버렸던 임씨에게는 신청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임씨는 “하지만 최근 65세가 지나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존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던 사람들은 노인장기요양급여에서 탈락할 경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 서비스 대상에 대해서는 대안이 마련됐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애초에 신청자격 조차 주지 않았던 노인들은 사각지대에 빠져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임씨가 이러한 사각지대에서 더욱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지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이 아닌 그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일자리를 찾거나 안마 손님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마와 침술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임씨는 큰 고민에 빠져있다. 15년여 동안 안마업으로 돈을 벌어왔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손님이 줄어 벌이가 변변치 않아진 것. 밖으로 나가는 출장안마라도 알아보고 싶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최근에는 손님을 기다리며 집을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운동이라도 하고 싶지만 문 밖은 곳곳에 놓여있는 장애물과 자동차들로 인해 위험천만한 상황.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와 곳곳에 불법주차, 인도 위를 점령한 간판과 노점 등은 그에게 ‘위험’ 그 자체다. 한번은 지하철역에서 떨어져 고관절에 금이 가고 왼쪽 팔목 인대가 끊어져 주먹을 쥐는 것이 쉽지 않다. 전봇대에 부딪혀 이마를 꿰매기도 했고, 다리는 상처와 멍이 항상 자리하고 있다.

기껏 외출이라고 해봐야 집 근처 공원을 그것도 아는 길로만 겨우겨우 돌거나 주말에 교회를 가는 것이 전부다. 이 또한 남들에 비해 두 세배의 시간이 걸린다. 이런 그에게 낯선 곳을 가거나 일을 찾아 다니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

임씨는 “너무너무 억울하다. 건강해서 내가 내 힘으로 살아보고 싶다는데 왜 정부는 ‘대상이 아니다’, ‘불가능하다’ 라는 답변만 할 뿐인지 모르겠다.”며 “기존의 서비스가 확대돼 사용하던 사람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사각지대에 놓여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는 장애노인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다. 세상은 변해가고 복지가 좋아진다지만 여전히 나와 같은 사각지대는 있고, 누구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무언가 문제가 있고 장벽이 있다면 법을 개정해 장애와 노인 관계없이 자신의 권리를 찾아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참을 목소리 높이던 임씨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싶다고 다시 한번 되뇌였다.

임씨는 “이렇게 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동사무소든 어디든 찾아가보려고 한다. 어디서도 도움받을 수 없는 사람들 차상위계층 들에게 쌀이라도 지원해준다니 당장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내 권리, 나에게 주어진 혜택으로 당당하게 삶을 이어가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난 막다른 골목에 서있는 소외된 사람일 뿐이다.”라고 나즈막히 말했다.

최근에는 손님을 기다리며 집을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운동이라도 하고 싶지만 문 밖은 곳곳에 놓여있는 장애물과 자동차들로 인해 위험천만한 상황.
한번은 지하철역에서 떨어져 고관절에 금이 가고 왼쪽 팔목 인대가 끊어져 주먹을 쥐는 것이 쉽지 않다.

장애인이 제도에 맞춰 살아야 하는 ‘폭력행정’…법 개정으로 사각지대 해소해야

임씨와 같이 시각장애노인이 사각지대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해 정부는 현재 법률 상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법령 상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자격은 65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다.”며 “단지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기존 사용자에 한해서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제시했다. 이어 “노인장기요양제도로 가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임씨와 같은 경우 시각장애가 있을 뿐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급여 혜택 기준이 맞지 않는다고 상황을 설명했으나 “현행 법령상 기준이 제시돼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결국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상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서는 ‘연령제한’을 이유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상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서는 ‘서비스 해당 기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씨와 같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상황.

이에 대해 장애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행정편의적 기준 강요에 따른 ‘폭력 행정’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만 6세~64세만을 대상연령으로 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만 64세가 지나면 강제적으로 장애인활동지원이 종료됐으나 장애계의 계속된 요구에 따라 최근 들어 기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던 장애인들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중 자신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개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 정책실장은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이 시작될 당시 만 64세가 넘어 신청조차 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는 영락없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나이가 노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임씨를 노인장기요양서비서 대상으로 놓다가, 노인성 질환 및 거동에 불편함이 없으니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대상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장애에 대한 몰이해에서부터 시작된 것.”고 질타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
이 두 서비스는 제도의 기준과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유사서비스’로 보기 어렵다는 것.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외출이나 이동,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장애유형과 환경 등을 고려해 서비스 지원여부와 급여량 등이 결정된다. 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건강상의 이유로 거동 등이 불편한 노인을 의학적 기준에서 지원여부를 결정하고 지원하는 만큼 제도의 대상과 판정,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르다.

남 정책실장은 “정부는 노인요양서비스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유사서비스라는 이유로 만 64세가 넘은 장애노인들을 밀어내고 있다.”며 “특히 거동에 불편이 없는 임씨와 같은 시각장애노인은 노인장기요양서비스가 맞지 않을뿐더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할 경우 생활에 어려움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노인들은 집 밖에 나와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병원에 가거나 생활필수품을 구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서의 연령제한을 없애야 하는 상황.

남 정책실장은 “현재 정부의 정책은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아닌 장애인에 제도에 맞춰져서 살아야 하는 폭력적 행정.”이라며 “하루빨리 사각지대가 해소돼 장애인이 환경과 욕구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받아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각지대에 노인 장애노인 8만7,000인…법률 개정 가능할까?

임씨와 같은 상황에 있는 장애노인들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난 2월 말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에서 나이제한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1·2급 장애인은 17만2,335인으로, 이 중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은 37.9%에 해당하는 6만5,235인, 장애인활동지원을 받고 있는 사람은 0.6%인 998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노인돌봄서비스나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을 제외하고, 아무런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50.8%에 해당하는 8만7,617인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65세 이전 장애인활동지원을 이용하지 않은 장애인들이 65세 이후에 노인장기요양급여에서 탈락하게 되면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서비스를 모두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복지부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탈락된 장애인들에게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본인부담금이 높고 서비스 시간은 월 27시간 또는 36시간으로 적어 이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65세 이상 장애인을 무작정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 맡겨둔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목적부터 다른 만큼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한다는 장애인활동지원의 목적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발의된 개정법률안은 지난 4월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회부됐으나 논의되지 못해, 지난 3일 시작된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를 앞두고 있다.

한편 당시 개정법률안에 대한 복지부의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서의 나이 제한 삭제에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복지부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에 따르면 65세 이상 장애인의 경우 장기요양급여의 수급신청을 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지원범위가 보다 포괄적인 활동지원서비스로 수급자가 집중돼 추가재정소요가 클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노인장기요양급여 제도의 형해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65세 미만 장애인의 사회활동 욕구 확대에 따른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 증가 상황 및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동법의 제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65세 이상 장애노인에 대한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 부여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사실상 반대하고 있음을 시사해 향후 법률 개정에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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