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비타트 정근모 이사장

한국해비타트는 이름보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으로 더 많이 알려진 단체입니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20년간 펼쳤는데, 집이 없어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와 후원자가 공동체를 형성하고 함께 만들기 때문에 가정을 비롯한 마을과 사회 공동체 개념을 강화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기금으로 집을 짓고 나면, ‘자립 정신’의 일환으로 매달 집값의 일부를 월세처럼 상환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또 돈이 모이면 다른 집을 짓는 ‘회전 기금’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은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1990년 과학기술처장관을 맡고 있을 당시, 밀러드 풀러라는 사람이 제게 ‘집짓기 운동을 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했습니다. 사실 해비타트 운동이 무엇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거절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우리가 집이 없어서 집을 빌려 쓰다가 집을 샀을 때, 꿈만 같아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하며 꼭 하라고 설득했습니다.

풍족하게 사는 세대에게는 ‘내 집’이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집 없는 사람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권유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운동을 펼치는 방법을 배워 1994년 처음으로 집을 세 채 지었습니다.

첫 번째 지은 집에는 한 장애인 부부가 입주했습니다. 한 분은 시각장애가 있었고, 다른 한 분은 지체장애가 있었는데 집 열쇠를 드릴 때 눈물을 보이셔서 기억에 남습니다. 집짓기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손을 잡고 감사 기도를 드리는 데 울었습니다. ‘할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또 그 자리에 주한미국대사 부부가 함께했는데, ‘90세의 장모가 보내주신 것’이라며 250불이 든 봉투를 주고 갔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낡고 오래된 집을 새로 짓는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오랫동안 광부로 생활하신 한 어르신께서 ‘이제 물도 음식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이유인즉 움직이는 게 불편하셔서 그동안 멀리 있는 공중화장실을 가기 쉽지 않아 참으셨다는 것입니다. ‘이제 집이 있어 무슨 걱정이 있겠냐’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서도 집을 짓는데, 집 짓는 것과 집을 고쳐주는 것 모두 함께하고 있습니다. 5,000세대 넘는 가정을 대상으로 이러한 일을 해 왔고, 지난해에는 40세대의 집을 짓고 410~420세대에 대한 개·보수를 진행했습니다. ‘글로벌 빌리지’라고 청년들이 가서 지은 집이 20채 정도 되며, 코이카의 지원을 통해 900세대에 달하는 집을 돕는 일도 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6·25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란을 가 ‘천막교실’에서 공부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제가 있는 반에서 청소년적십자운동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부산의 송도에 가서 나무를 심고, 갑자기 누군가가 아플 것을 대비해 응급 치료를 배웠습니다. 사실 남을 돕기는커녕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공부할 때 학용품도 한국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적십자 그림이 그려진 것들을 써야했습니다.

1953년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고 제가 직접 겪었기 때문에, 지금 다른 나라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국도 ‘줄 수 있는 나라’니까 다른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을 도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은 집을 짓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 지은 집에 선물할 그림을 준비하는가하면, 제 손자와 손녀는 방학 때 청소부터 망치질과 나무 재단까지 조금씩 배워가며 재밌어합니다. 땀을 흘리고 같이 일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다고 느낍니다. 물론 집을 짓고 고치는 데는 안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안전 교육 및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현대사회가 ‘원자화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혼자’ 단위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데, 사실 모두가 모여 함께 살아야합니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낮에는 집을 짓고, 저녁에는 함께 일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알아가고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이 작은 움직임이 사회를 바꾸는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툭 던져주기’ 보다 함께 어울리고 더불어 살아야 행복도 느끼는 것입니다. 가족이 모이고, 마을이 모이고, 더 나아가 온 사회가 나누고 함께할 수 있어야 비로소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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