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사과문 다시 공개… 장애계 ‘ 이사회 등에 알려 사퇴 촉구할 것’

복지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은평문화원 박인호 원장은 지난 3일 사과문을 다시 작성·발표했다. 하지만 ‘자진 사퇴’에 대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원장은 사과문을 통해 “지난 11일 국립보건원 부지 활용 시민대책위원회 창립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과정에서 복지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폄하하고 정신병원을 부끄럽다고 한 것은 은평구 모든 장애인 및 복지시설관계자와 복지에 관심이 많은 은평구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치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상처를 받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은평시민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 원장은 지난달 11일 은평문화예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립보건원 부지 활용 시민대책위원회 창립총회에서 “서울시는 정신병원, 결핵병원, 요양원, 불우청소년육성시설, 소년원, 장애보호육성시설, 천사원, 갱생원 등을 은평구에 50년 동안 버리듯이 했다.”며 “은평구가 결핵환자가 많은 동네도 아니고, 정신병자가 많은 동네도 아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그런 혐오시설을 은평구에 퍼부었다.”고 발언했다.

또한 “내가 정신병원 앞에 한 30년을 살았는데 택시를 타고 정신병원에 가자고 하면 택시 기사가 꼭 뒤돌아본다."라면서 "이게 얼마나 부끄럽고 혐오스럽고 화가 나는 일인가?”라고도 발언했다.

아울러 지난해 7월 박 원장은 은평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서울시의 혐오시설인 정신병원, 결핵요양환자 수용시설, 소년원, 갱생원, 장애인아동보호시설 등을 받아 온 은평구는 홍제동 고개를 지나 녹번 삼거리를 접하는 순간부터 경제적, 문화적 자산이 없는 무능력하고 어두컴컴한 죽은 도시로 전락했다.”라고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단체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막말과 비하발언을 일삼는 박인호 은평문화원장, 복지시설과 혐오시설도 구분하지 못하는 박인호 은평문화원장은 문화원장의 자질이 없다.”며 박 원장에 ▲막말에 대한 공개적 사과문 게재 ▲은평문화원장직 즉각 사퇴 ▲은평구에서의 전출을 촉구한 바 있다.

기자회견 당시 박 원장은 경찰을 동원해 승강기와 계단을 봉쇄한 뒤 한 시간 정도 지나서야 나타나 ‘즉각 사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추후 장애계단체와 다시 만나 협의를 거쳐 ‘사퇴’ 조항이 들어간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박 원장의 이번 사과문에는 ‘은평문화원장직 사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박 원장은  “모든 잘못을 인정하지만 문화원 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본인의 명예가 훼손될 뿐 아니라 은평문화원 300인의 회원들이 선출한 관계로 어렵다.”고 못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애계단체는 은평문화원 이사회측에 장애계의 입장 등을 전달하고, 박 원장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웰페어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원장의 이러한 행동은 공직자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며 일말의 인권감수성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원장직 자진사퇴가 어렵다면 은평문화원 이사회 및 장애인 인권단체들과 지속적으로 사퇴를 촉구해 내년 2월 있을 주주총회에서 (박 원장이) 퇴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은평구의 몇몇 장애계단체를 비판했다. 최 소장은 “눈치를 볼 때는 보더라도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이런 장애계단체들은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장애인의 입장은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실망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은평문화원 박인호 원장이 3일 다시 공개한 사과문 전문이다.

사과문

 

안녕하십니까.

은평문화원 원장 박인호입니다.

저는 지난 5월 11일 (구)국립보건원 부지활용을 위한 시민대책위 창립총회에 참석하여 인사말을 하는 과정에서 복지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폄하하고 정신병원을 부끄럽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은평구 모든 장애인 및 복지시설관계자와 복지에 관심이 많은 은평구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치는 부적절한 발언이었습니다.

복지시설은 절대 혐오시설이 아니며 정신병원은 반드시 필요한 의료기관으로 해당시설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은평구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저의 발언이 은평구 장애인단체 및 서울시 장애인분들의 분노를 사 기자회견까지 하는 일련의 사태는 모두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잘못을 인정하고 저로 인해 벌어진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저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13년 6월 3일 

은평문화원장 박인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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