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섭·이균도 부자의 국토 대장정… “사회서 함께 사는 그날까지 움직이겠다”

▲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외치며 국토 대장정을 진행했던 이진섭(왼쪽)·이균도(오른쪽) 부자가 사람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외치며 국토 대장정을 진행했던 이진섭(왼쪽)·이균도(오른쪽) 부자가 사람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아내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단순히 며칠 밖으로 나온 것이 국토 대장정의 시작이 됐습니다. 다른 장애인부모들의 격려로 제1차를 했고, 또 다른 장애인부모들의 바람으로 제2차, 제3차, 지금까지 이어갔습니다.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하루에 인간답게 사는 시간이 자녀가 잠든 여섯 시간입니다. 그 순간에도 ‘갑자기 뛰쳐나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 세상을 바라보니 ‘이제 곧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직장암 환자고, 제 아내 또한 갑상선암으로 수술 받고 요양 중입니다.

제가 돈을 벌지 않고 밖으로 또 다시 걷는 이유는 균도의 미래를 개척하기보다는, 균도와 손잡고 길을 잃으면서도 사회를 개척해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육지에서 사는 발달장애자녀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다 결국 안 되면 제주도로 ‘유배’ 보낸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죄인입니까? 그 많은 사회복지시설에 머물고 있는 장애인 1인당 2,500만 원의 돈이 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재가장애인을 사회복지시설로 보내야 합니까?

발달장애인은 지금도 앞으로도 혼자서는 사회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을 스스로 먹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 지원이 되지 않고, 부모가 돈을 몇 푼 번다는 이유만으로 자부담을 물리고 있습니다. 부모가 돈을 벌지 않거나 이혼하면 준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장애자녀를 수급자로 만들기 위해 부모가 뛰어내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 ‘껍데기’로 할 생각이라면 그냥 장애인복지법으로 가십시오. 올바른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 다시 길거리로 나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리며, 균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균도, 왜 세상을 걸었습니까?”

“발달장애인법을 위해 걸었습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하라! 제정하라! 제정하라!”

이진섭·이균도 부자의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3년간의 대한민국 국토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이진섭·이균도 부자는 지난 2011년 3월 부산에서 서울까지 600㎞를 걷기 시작해 제2차 2011년 9월 부산~광주 600㎞, 제3차 2012년 4월 광주~서울 500㎞, 제4차 2012년 11월 부산~강원도~서울 800㎞의 국토 대장정을 진행했다.

지난 5월에는 제주도특별시에서 제5차 국토 대장정을 진행, 27일 제주도청에서 애월·중문·강정·서귀포·성산포·김녕을 거쳐 제주시청까지 500㎞를 걸었다.

제주도는 장애인 수 대비 사회복지시설이 많은 곳 중 하나로, 전체 인구 60만 명 중 3,500여 명이 발달장애인이다. 이진섭 씨는 이번 국토대장정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발달장애인이 처한 문제를 알리기 위해, 최대한 숙박업소를 피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단다.

이진섭 씨는 “발달장애인 특성상 균도의 행동이 처음에는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른 모든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이 처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이야기했다.”며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도 함께 많이 걸었고, 그 친구들의 걸음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이 들어가면 괜히 무슨 문제가 되는 것처럼 말한다. 균도만이 아닌 균도와 같은 발달장애인을 이야기하고, 나만이 아닌 나와 같은 장애인 가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국토대장정을 마치며 앞으로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나오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발달장애인 균도와 함께 세상 걷기 약 3,000㎞ 국토 대장정 도착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법 제정 촉구 움직임을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발달장애인 균도와 함께 세상 걷기 약 3,000㎞ 국토 대장정 도착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법 제정 촉구 움직임을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발달장애인 균도와 함께 세상 걷기 약 3,000㎞ 국토 대장정 도착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섭·이균도 부자의 걸음을 격려하고, 발달장애인법 제정 촉구 움직임을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조직국장은 “모두가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된 것처럼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만 했지, 어떠한 내용으로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관련해 구체적·현실적 계획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어제 한 발달장애인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용당하고 수급비를 착취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상담이 들어왔다. 우리의 요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진섭·이균도 부자가 함께 걷는 것을 보면서 ‘균도 씨가 아버지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생각했다. 아버지 없이 스스로 걷고자 하는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우리는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이진섭·이균도 부자의 국토 대장정에 걸음을 함께 한 진보신당 이용길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부문은 무자비할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 이진섭·이균도 부자의 외출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국토 대장정을 한 이들에게 복지부의 최고 책임자인 진영 장관은 법 제정을 책임 있게 약속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복지부가 먼저 나와 ‘이야기하자’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언제까지 이 땅의 장애인과 장애인부모가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거리에 나와 국민의 권리인 생존권을 구걸하듯이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진섭·이균도 부자를 비롯한 장애계단체는 복지부와의 면담을 진행해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장애인서비스과 이상희 과장을 비롯한 관계자는 ‘믿고 맡겨 달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관련해 앞으로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 차원에서 움직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 사람들과 격려와 응원의 포옹을 나누는 이진섭·이균도 부자.
▲ 사람들과 격려와 응원의 포옹을 나누는 이진섭·이균도 부자.
▲ ““저는 돈 많은 아버지는 아니거든요. 해줄 수 없다는 게……. 우리나라에서 이것 밖에 안 된다는 게 슬픈 현실이고요. 다시 산다면, 발달장애인부모로는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같은 우리나라에서 살기는 싫습니다. 다시 내가 이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하기 싫고요. 다만 내가 이 땅에 태어났기 때문에 다른 발달장애인을 위해서, 균도를 위해서, 언제든지 다시 길에 나올 각오는 돼 있습니다. 아직도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지성이면 감천이고’, ‘뜻이 있다면 길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장애인부모도 자녀의 손을 잡고 나와 함께 걷고 사회에서 생활했으면 좋겠습니다. 균도는 내가 눈 감을 때까지 같이 사회에서 움직일 것이니까, 나도 균도도 서로를 믿고 같이 살 것입니다. 균도야, 사랑한데이.”
▲ ““저는 돈 많은 아버지는 아니거든요. 해줄 수 없다는 게……. 우리나라에서 이것 밖에 안 된다는 게 슬픈 현실이고요. 다시 산다면, 발달장애인부모로는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같은 우리나라에서 살기는 싫습니다. 다시 내가 이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하기 싫고요. 다만 내가 이 땅에 태어났기 때문에 다른 발달장애인을 위해서, 균도를 위해서, 언제든지 다시 길에 나올 각오는 돼 있습니다. 아직도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지성이면 감천이고’, ‘뜻이 있다면 길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장애인부모도 자녀의 손을 잡고 나와 함께 걷고 사회에서 생활했으면 좋겠습니다. 균도는 내가 눈 감을 때까지 같이 사회에서 움직일 것이니까, 나도 균도도 서로를 믿고 같이 살 것입니다. 균도야, 사랑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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