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사건’,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도가니 사건’,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3.07.12 10: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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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인권과 복지를 위한 사회정의’ 열려
▲ 강연을 맡은 광주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 황현철 소장 ⓒ이지은 기자
▲ 강연을 맡은 광주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 황현철 소장 ⓒ이지은 기자

지난 2011년, 영화 ‘도가니’는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트렸다. 영화를 통해 그동안 숨겨져 왔던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장애 학생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일삼았던 학교 관계자들은 여론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 우리에게 서서히 잊혀 가는 도가니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9일 광화문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책마을,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주관으로 강연 ‘인권과 복지를 위한 사회정의’가 열렸다.

이날 강연을 맡은 광주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 황현철 소장은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 학생의 법정수화통역를 맡았던 전직 수화통역사이자 현 사회복지사이다.

황 소장은 강의에 앞서 “여러분이 알고 있는 진실과 내가 아는 진실은 다르겠지만, 이 자리를 통해 내가 아는 진실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며 우리가 몰랐던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회복지법인 ‘우석’은 시각장애인의 특수학교인 ‘세광학교’와 청각장애인의 특수학교인 ‘인화학교’를 설립했다.

그중 인화학교는 1950년에 광주농아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했다.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광주농아학교는 후에 인화학교로 개명하고 청각장애인 거주시설 ‘인화원’과 청각장애인 특수학교 ‘인화학교’,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광주근로시설’과 ‘인화원보호작업장’을 함께 운영하며 매년 정부로부터 50여억 원을 지원받았다.

학교는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학생 수를 억지로 늘렸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임에도 언어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지적장애를 가진 55인의 학생을 추가로 입학시킨 것이다. 이에 한때 인화학교의 재학생 수는 200인에 달했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운동장의 땅을 고르게 하거나 벽돌을 나르게 하는 등 강제 노동을 시킨 것. 학생들은 일은 하는 과정에서 발톱이 깨지거나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인화학교에서 인정되는 학력은 초등학교 과정에 불과한데도 중등부, 고등부와 같은 고학년 부를 만들어 학생들을 계속해서 학교에 다니게 했다. 이후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던 졸업생은 효력이 없는 가짜 졸업장 때문에 취업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도가니 사건, 드디어 세상에 알려지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즉 도가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사건이 발생한 5년 뒤인 2005년 6월경 광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인화학교의 청각장애 학생이 상담요청을 하면서부터다.

이후 MBC PD수첩 ‘은폐된 진실, 특수학교 성폭력사건 고발’을 통해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전 국민에게 알려졌지만, 사건에 관한 관심은 보도 당시뿐이었다.

2000년~2004년까지 4년 동안 8명 이상의 학생이 학교관계자와 교사로부터 성폭력 및 성추행을 당했고 성폭력을 당했던 학생의 나이는 7세부터 22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학생들의 피해가 늦게 알려지게 된 이유로 재학 중인 학생의 70%가 청각장애와 함께 지적장애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학생들은 지적장애로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깨닫기 어려운 상태가 대부분이었고 설령,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경찰서나 법정에서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자주 번복해 사건의 피해자로서 신뢰성을 얻기 어려웠다. 이에 가해자들의 처벌 수위 또한 약해졌다는 주장이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인화학교 교장 김모씨와 행정실장 김모씨, 보육교사 이모씨를 비롯한 총 6인이다.

이들은 2006년경 장애학생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장애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해자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청의 대응은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리거나 형량을 줄이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에 대책위는 성폭력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며 242일 동안 천막농성을 벌였으며 인화학교 학생들은 66일동안 등교를 거부하고 1달간 해당 시교육청 앞에서 천막수업을 진행했다.

이후 2009년 영화‘도가니’를 통해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에 대한 ‘여론의 비난과 더불어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다시 끔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다.

성폭력 사건과 더불어 부당노동착취와 가짜 졸업장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되면서 인화 학교의 사회복지법인인 ‘우석’을 페지해야 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여론의 거센 비난에 2011년 경 사회복지법인 ‘우석’의 인가 취소가 이뤄지고 도가니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에 일명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사회복지사업 개정법이 2011년 12월 29일에 국회를 통과했다.

한편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행정실장 김모씨는 재조사 끝에 1심에서 징역 12년, 전자발찌 10년, 신상공개 10년을 구형받았지만 직위 해임 이후 막노동을 전전하다 한쪽 팔을 잃은 것이 정상 참작 돼 2심에서 징역 8년, 전자발찌 10년, 신상공개 10년으로 감형돼 여론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피해자, 가해자 되다

2010년, 또 한 차례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전국장애인체전에 참가했던 인화학교의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

성폭력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학교 관계자와 교사를 보고 학교의 선배 남학생이 후배 여학생을 성폭행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장애인 체전 인솔교사로 함께 온 이모 교장과 외 2명의 교사가 술에 취해 학생들을 관리 감독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피해학생을 가해자로 만드는 극단의 상황을 일으켰다.

‘도가니’사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우리에게 점차 잊혀 가는 ‘도가니’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0년도 초반 당시 피해학생은 현재 20대 중반에서 30대 나이가 됐다. 이들은 현재 지속적인 심리 상담을 받고 지역아동보호센터와 카페 홀더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선우학교’를 개교해 현재 청각장애 학생 29인이 재학중이다.

현재 피해 학생들은 국가와 광주광역시청, 교육청 등을 상대로 피해학생들에게 1인당 3,000만원(총 피해자 8인, 총 배상액 2억 4,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던 인화학교의 사회복지법인 ‘우석’의 폐쇄와 관련해 현재 폐쇄를 위한 서류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화학교 폐쇄 후 부지활용 문제와 인화원에 거주하던 학생들의 거처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두고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초기 인화원에서 거주하던 학생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시설의 부족과 피해학생 가족의 반대로 대부분 기존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그룹홈에서 흩어져 지내고 있다.

끝으로 황 원장은 “지금도 수화통역현장에서 농아인과 나를 분리하지 않고 삶의 동반자로 생각했던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됐다.”며 아직 끝나지 않은 도가니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 알려지지 않은 도가니 사건에 집중하는 사회복지사들 ⓒ이지은 기자
▲ 알려지지 않은 도가니 사건에 집중하는 사회복지사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