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패러다임의 재구성, 필요할까?
가족 패러다임의 재구성, 필요할까?
  • 성혜리 기자
  • 승인 2013.07.16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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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구성권연구모임, 2013년 연속기획 첫 번째 토론회
‘가족 패러다임의 변화와 동성결합의 의미’열어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하 강당에서 '가족 패러다임의 변화와 동성결합의 의미' 토론회가 열렸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하 강당에서 '가족 패러다임의 변화와 동성결합의 의미' 토론회가 열렸다.

남성과 여성으로 결합한 부부와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 자녀 관계만이 가족이라는 기존의 정의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장애여성공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등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인 ‘가족구성권연구모임’에서는 지난 1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빌딩 지하 강당에서 ‘가족 패러다임의 변화와 동성결합의 의미’ 포럼을 열었다.

2004년에 제정된 우리나라 건강가정기본법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족을 사회의 기본단위로 지정하고 있다. 또 호주제 폐지와 관한 논쟁이 무르익으면서 조명됐던 ‘다양한 가족’에는 부계혈통에 기초한 가족구성 이외에 한 부모 가족, 재혼 가족, 비혼모, 입양가족 등이 속한다.

발제자로 나선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의 김원정 씨는 “1인 가구 같은 다양한 가족에 배치된 사람들은 가족제도 밖에서 독립과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친밀성과 돌봄을 조직하는 그들만의 방식을 만들어왔다.”며 이것은 그들에 대한 주거 지원, 장애인 자립생활공동체, 홀몸노인에 대한 지원정책과 비혼여성이 사회정책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성연인만이 혼인이 인정되는 것을 지적하며, 이성애 가족이 사회의 기본단위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동성끼리의 결합은 다양한 가족에도 속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동성연인이 가족제도에 진입할 수 있으려면 가족 개념을 재구성하고 정상 가족을 해체해야 한다.”며 “개인의 신분적 지위를 확인해주는 관념이 정립돼야 한다. 다양한 가족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상가족’의 굴레 깨야

토론에 참여한 한국여성민우회의 권박미숙 씨는 동성결혼과 생활동반자관계를 정하지 않고 정상가족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국가가 사회복지에서 인정하고 있는 기본 단위는 ‘정상 가족’이라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현존하고 있는 가족 표본은 생계를 부양하는 남성과 가족을 돌보는 여성, 그리고 자녀를 모델로 하고 있다며 “그런데 대표적인 사회보험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권박 씨는 “사회보험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정해놓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이때 공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제외되는 점이다. 군인 같은 경우가 그렇다. 특이한 것은 전업주부도 의무사항에서 제외된다. 개인이 들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며 국가가 노후 보장 제도를 개인이 아닌 가족으로 정해놓아 발생하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이나라 씨도 가족을 이루고 싶어 하는 성 소수자들의 억압의 뿌리는 가족이라는 제도에 있다고 주장하며 가족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 씨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가족 변동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복지와 더불어 경제 불평등, 사회 제도 등이 가족이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존의 이데올로기에 답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밀성으로 이뤄진 가족개념, 생활동반자 제도화가 필요해

김 씨는 한국사회에서의 가족은 늘어가는 다양한 가족형태를 비롯해 이미 전통적 표본에서 벗어나 그 양상들을 열거하기에도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결혼으로 시작해서 은퇴와 노후에 이르는 가족 생애는 더는 두 파트너 간의 고정되고 안정된 일대기의 결합으로 볼 수 없다 ▲결혼 지연, 이혼 증가, 고령화 등에서 나타나는 가족구성의 해체와 재구성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이성애 핵가족을 중심으로 한 전형적 생애 모델이 약화하고 있는 증거다. ▲청년층의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위해 결혼을 유예하거나 취집을 시도하면서도 가족은 평생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에 부딪히는 것은 사회적 불안감을 가져오며 이는 친밀성을 지체시키는 문제가 된다고 바라봤다.

또, 경제 위기나 불안정한 미래의 안전판으로서 가족 기능은 날로 취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1인 가구, 장애인 가족, 존속 가족 등의 특정한 가족형태는 사회보장제도에서 구호 대상에 포함되고 있지만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저출산, 고령화 위기의식과 함께 가족에서 발생하는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책이 꾸준히 확대됐지만 오로지 비용 부담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라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가족제도 안팎에서 상호 돌봄을 수행하는 개인의 실천과 돌봄의 권리, 책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로서의 가족이 아닌 개인이 가족에 속해있는 것으로 친밀성과 돌봄, 경제적 협력 등의 가족 실천을 이야기했다.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재구성해, 생활동반자나 공동체 관계 같은 새로운 파트너십을 제도화하고, 이성애 동거커플, 동성커플, 여러 자립생활공동체가 가족 제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각각의 관계에 법적 지위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것.

가족 기능 취약 심화…법 제도 기준 자체 어렵다

반면, 가족구조에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주은 박사는 ‘다양한 가족’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부분에 반대했다.

그는 "동성연인의 경우 이성연인과의 차이를 당연히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의 유동성과 가족 기능이 취약해지고 있어 변동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동의할 수 없다"며 정상가족의 형태는 여전히 유지·강화하고 있으며 동성결합과 관련해서 기존의 가족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숙현 변호사 역시 가족단위를 개인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그는 “다양한 가족 구성권을 법 제도에 편입시킨다고 했을 때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가볍게 생각해봤다.”고 운을 떼며, 고정된 단위가 아니라 여러 가지 속성을 배치하는 개개인의 실천으로서 가족을 규정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제문은 유동성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친족법은 서로간의 부양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는 관계다. 부모와 자녀와의 친족관계는 법적으로 의무가 강제된다. 또, 가족이 사회복지단위 기준으로 편재 돼 있어 가족이어야만 혜택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비전형적인 가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혈연을 강조한다. 조 변호사는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관계는 없으며, 친 양자라는 관계가 성립해 파양과 취소가 가능해 부모, 자식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혈연에 의한 친자 관계는 끊을 수 없는 점”을 예로 들었다.

때문에 “고정된 단위가 아니고서는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 자체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가족으로서의 기준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족단위를 개인으로 인정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법적인 문제를 얘기했다.

그는 가족단위를 개인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보다는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공시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에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관계를 보호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 문제도 지적하며, 그 예시로 법률혼이 깨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생활을 할 때 보호할 수 없는 경우를 들었다.

동성결합과 가족 패러다임은 별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 채윤 대표 역시 동성결합을 인정받기 위해 가족패러다임을 재구성하자는 포럼의 취지는 좋지만, 가족법에 관련해서 결혼 관련법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징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가족구성권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촉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동성결혼 논의가 시작되면 동성애 혐오의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제도나 법을 변화시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사람들이 이혼가정, 재혼가정을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점과 비교했다.

또 가족의 단위를 개인으로 했을 경우, ‘0세부터 13까지지, 혹은 혼자서의 힘으로 살 수 없이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1인 가족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덧붙여 “개인 대상의 복지 관점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와 1:1 관계를 맺는 것이어서 국민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축적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며 발제에 우려를 보였다.

포럼에 참여한 한 여성청중은 “동성결혼의 문제 해결을 위해 친밀감 중심의 가족구성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동성애 주제에 혐오감을 더해주는 것이다.”라며 “동성결합을 다양한 가족 범주에 넣고 다른 다양한 가족구성과 병렬적으로 놓고 얘기할 수 있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한 청중은 동성결혼이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은 비정상성 혐오 같은 특이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성 소수자가 동성결혼을 원하는 것이 다양한 가족 대우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한편,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은 이후 9월 초에 ‘성 소수자 커뮤니티의 변화와 동성결합의 의미’라는 주제로 2013년 연속기획 두 번째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의 김원정씨가 발제하고 있다.
▲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의 김원정씨가 발제하고 있다.

 

▲ '가족 패러다임의 변화와 동성결합의 의미' 토론회가 진행중이다.
▲ '가족 패러다임의 변화와 동성결합의 의미' 토론회가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