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해설·한글자막 영화 1년에 단 13편, 장애인은 영화 선택권마저 없다“

“두 달에 한두 번 정도 친구와 함께 영화 관람을 해요, 외화는 번역한 자막이 있어 보기 어려워 거의 포기하고, 한국 영화 중에서 선택해서 보는 편입니다. 제한적인 행사 형태로라도 한 달에 한 번 한글자막 및 화면 해설 영화가 상영하는 날에는 질문하지 않고 혼자서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날 아닌 때는 영화를 봐도 내용을 이해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친구에게 질문하려 해도 다른 관객에게 피해가 될까 봐 보고 나와서 묻고 뒤늦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느덧 무더위와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영화관에는 더위를 날려줄 공포영화와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들이 줄을 이어 개봉하고 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한 영화관에서 유지예(33, 시각장애3급) 씨를 만났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흔한’ 영화 관람이지만 시각장애가 있는 유 씨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다.

현재 한국시각장애인연협회와 한국농아인협회 주관으로 일부 영화관에서는 한 달에 3일 동안 하루에 1회 화면 해설·한글자막 영화를 상영하고 있지만, 수많은 개봉작 중 단 한 편의 영화를 골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이 어려운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와 형태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화면해설·한글자막 영화 관람 행사 날 상영된 영화 중 한 장면. 제공/한국농아인협회
▲ 화면해설·한글자막 영화 관람 행사 날 상영된 영화 중 한 장면. 제공/한국농아인협회

유 씨는 “화면 해설이나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가 한 달에 1회로 제한돼 있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토로하며 “1년에 상영되는 많은 영화들 중 일정 비율이라도 의무적으로 화면 해설이 제공돼 정말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 2012년 연도별, 한국·외국영화 제작·수입 및 개봉편수 (단위 : 편) 제공/ 영화진흥위원회
▲ 2012년 연도별, 한국·외국영화 제작·수입 및 개봉편수 (단위 : 편) 제공/ 영화진흥위원회

최근 국내 영화상영관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는 지난해 기준 175편, 외국영화는 456편으로 총 631편이 개봉했고 이 중 시·청각장애인이 볼 수 있는 영화는 지난해 기준 단 13편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개봉작의 2%, 한국 영화만 놓고 봐도 고작 7.4% 수준이다.

▲ 장애인 한글자막 및 화면해설 제공영화 상영실적 제공/ 영화진흥위원회
▲ 장애인 한글자막 및 화면해설 제공영화 상영실적 제공/ 영화진흥위원회

영화 관람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TV 시청만큼 자주 즐기는 여가 생활로 꼽힌다. 하지만 화면 해설·한글자막 영화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각·청각장애인들은 자주 즐길 수 없다. 미디어와 영상물이 빠르게 발전하고 점점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재, 시각장애인에게는 영상을 소리로 설명한 화면 해설이,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이나 수화가 필수적인 요소다.

화면해설 영화 ‘비장애인, 낯섦에서 오는 불편함’

화면 해설은 송출 화면에 등장인물의 표정·태도·상황 변화들을 음성으로 기본 소리와 대본을 성우가 녹음해 제작된다.

화면 해설 방법으로는 오픈 해설 형태와 폐쇄 형태 두 가지가 있다. 오픈 해설은 화면 해설 수신기(귀에 장착하는 기기와 수신기)가 별도로 없어도 되고, 폐쇄 형태는 화면 해설 수신기를 착용하는 사람만 해설이 들리는 방식이다.

현재 화면 해설 영화는 국내 시범 사업으로 일부 영화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모두 오픈 해설 형태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화면 해설 영화를 볼 수 있지만 화면 해설 영화는 1년에 12편 정도로 영화 종류와 상영 날짜·시간 모두 매우 제한적이어서 마주할 기회가 별로 없다.

시각장애인 김모씨는 “영화의 화면 해설이 제공된다 하지만 상영 날짜와 시간이 제한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비시각장애인들이 처음 접하면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것은 낯설음에서 오는 인식 차이라고 생각한다. 화면 해설 서비스가 많이 늘어나 함께 영화를 보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비시각장애인 이모씨는 “로맨스·스릴러 같은 경우 영화에 화면 해설이 더해진다면 감정몰입에 방해가 되고, 해설이 보는 것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불편한 입장을 나타내며 “화면 해설이 제공되는 영화를 굳이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 황덕경 센터장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 황덕경 센터장

한국시각장애인연협회 미디어접근센터 황덕경 센터장은 “오픈 형태든 폐쇄 형태든 서비스 자체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급선무지만, 폐쇄 해설 형태는 시각장애인만 수신기를 끼는 등 장애를 굳이 드러내는 상황이 되고, 이는 또 다른 배제고 소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폐쇄 형태가 아주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평가했다. 황 센터장은 “당장은 불편함을 느끼는 비시각장애인들도 폐쇄 형태로 상영하면 서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영화를 봐도 전혀 불편한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극장 측에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 상영관을 확보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영업 손실에 대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편, 극장 관계자는 폐쇄 형태 서비스를 당장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폐쇄 형태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귀에 장착하는 기기와 수신기 구입비용은 물론 유지 보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인문화누리 김철환 활동가는 오픈 형태든 폐쇄 형태든 문화 향유권은 점차 확대해 나갈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라고 황 센터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김 활동가는 “문화 향유권은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지 한 영화관을 마치‘좋은 일’하듯 비워주거나 할당하는 행사나 홍보가 아니다.”라며 “당연한 권리인 만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픈 형태와 폐쇄 형태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각장애인 단체는 화면 해설 제작 시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보다 세밀한 접근 방식 또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 김상동 엔지니어에 따르면, 화면 해설을 제작할 때 본래 영상의 대사에 해설을 겹쳐서 넣지 않고, 틈과 틈 사이에 압축해서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장면이 바뀔 때 장소나, 대사와 동시에 진행되는 행동은 미리 설명하지만, 주인공이 분장하고 다른 사람으로 등장하는 등의 내용 전개에 진행될 일까지 미리 해설하면 안 된다.

미디어접근센터 관계자는 영화 화면해설을 제작할 때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들을 보다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들이 원하는 해설 수준으로 제작돼야 한다.”며 “그들을 고려하지 않은 영화 화면 해설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청각장애인 자막영화 비용 부담vs합리적인 방편

화면 자막 서비스 또한 오픈 형태와 폐쇄 형태로 나뉜다. 오픈 형태는 스크린에 자막이 입혀서 나오는 것이고, 폐쇄 형태는 특수 제작된 안경(안경 하단에 자막이 나오는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만 자막이 보이는 방식이다.

한글자막 역시 화면 해설처럼 서비스 형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오픈 자막을 선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장 상영용 영화에 한글자막만 추가하면 돼 비용이 적고, 청각장애인이 안경을 쓸 필요 없이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점이 좋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비장애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형태로 관람하면, 인식 개선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향후 더 많은 극장에 자주 이뤄지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폐쇄 자막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비청각장애인에게 한국 영화 자막은 불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같은 상영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은 좋지만 모든 사람에게 자막이 보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미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폐쇄 자막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장소나 시간대 영화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 편의에 맞게 상영할 수 있는 점에서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견해다.

다만, 폐쇄 자막 서비스를 위해서는 영상을 재생하면서 출력되는 신호를 밖으로 내보내는 단자(OUT단자)와 송출된 자막을 보기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보니 초기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특수 안경은 개인 소장이 불가능해 극장 측이 일정 수량 비치해야 하며, 고장 나면 유지 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 발생 등을 이유로 한국에서는 오픈 형태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청각장애인 당사자들도 “비장애인들의 한글자막에 대한 불편함은 이해하지만, 비용적인 면을 제외하고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영상과 안경 하단에 생성되는 자막을 동시에 보기에는 눈에 엄청난 피로가 생긴다.”고 오픈 자막을 선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자막 제작 기준을 놓고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 자막 제작 기준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자막은 띄어쓰기나 맞춤법 등 기본적인 정확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각장애인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과 시선에서 영화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 단체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비청각장애인은 ‘첨벙첨벙’이라는 자막을 보면 물장구치는 의성어로 이해할 수 있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소리가 없기 때문에 ‘첨벙첨벙’에 대한 느낌이 없다. 따라서 비장애인들이 들리는 소리를 모두 자막으로 담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효용 있는 자막을 제작해야 된다는 것.

자막방송기술협회측은 “자막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청각장애인을 이해하고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영화 속 흥겨운 음악이 나오거나, 의성어, 의태어 등 자막으로 그 소리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표현해줘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투리 부분이 가장 난감하다. 영화 내용상 사투리가 나올 때 표준어로 바꿀 경우 ‘입모양이랑 글씨랑 다르다’는 얘기도 나오고, 영화 자막에 단어 글자 자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요’는 표준어가 아니지만 많이 쓰이는 구어체로 이것을 ‘~고요’라는 문어체로 바꾸기에는 이미 보편화돼 애매하다.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많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한글자막의 지침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연출자의 연출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전달하기 위해서 일관성 있는 기준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청각장애인들의 영화에 대한 이해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각장애인의 영화 서비스에는 자막과 더불어 수화도 함께 서비스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TV와 다르게 영화 특성상 수화창이 작품의 흐름이나 의도를 가릴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 또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쉬운 자막 등 발달장애인 위한 별도의 서비스 서둘러 논의돼야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권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실상 발달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은 소홀시 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가 지난해 방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실시한 알기 쉬운 자막이 전부다. 영화 상영을 위해 구체적으로 따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없어 발달장애인들의 영화 관람권도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

▲ 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극단 '멋진친구들'
▲ 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극단 '멋진친구들'

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영화를 볼 때 외국 영화는 자막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한국 영화는 말이 너무 빨라 영화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불편을 겪는다.

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극단 ‘멋진 친구들’ 백지승 연출가 또한 당사자들과 영화를 자주 보러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영화는 자막이 너무 어렵고 빨라, 발달장애인들이 읽기에는 오히려 전반적인 영화 이해를 더 해치는 경향이 있어 보지 않는 편이다. 한국 영화를 주로 보지만 이마저도 공감대 얻는 영화 고르기에 소재가 다양하지 않아 장르가 제한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철환 활동가는 “발달장애의 경우는 인지의 문제기 때문에 인지의 문제를 어떻게 보완해서 영화 관람권을 보장할 것인가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장애계에는 영화에 어려운 말이 나올 경우, 이를 이해하기 쉽게 자막으로 설명해주면 좋을 것이며, 이는 자막 해설 서비스와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구간마다 상황을 요약해 음성으로 간단하게 설명하는 형태로 듣는 화면 해설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작은 그림으로 라도 표현한다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달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이 소외되지 않고,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선언적 의미 넘어 구체적인 법 제정 시급해

장애계는 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그들의 관람권 환경이 열악한 근본적인 이유로 관련 규정의 미비를 꼽고 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 21조 제5항은 출판물 발행사업자와 영상물 제작·배급 업자에게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이 의무는 권고조항에 불과하다.

또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편의증진법)에서 편의제공의 대상시설은 문화 및 집회 시설 공연장 중 좌석 수가 1,000석 이상인 시설만 해당한다고 규정돼있다.

이를 두고 한국농아인협회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21조 5항은 영상물의 제작업자 및 배급업자에게 노력하라고만 돼 있지 그 어떤 단서 조항도 붙지 않고 있으며, 시행령 14조의 단계적 범위의 경우도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스크린 수는 약 2,200여 개(2012년 9월 기준, 현재 운영 중인 극장, 자동차극장 문화예술회관 등을 제외한 순수 극장에 스크린 현황)가 되지만, 이중 300석 이상 스크린은 200개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300석이 넘는 스크린에 한국 영화가 아닌 외국 영화가 상영될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결국 현실적으로 장애인은 차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철환 활동가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철환 활동가

김철환 활동가는 “정부 입장에서는 사업자들을 강제적으로 규제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장애계에서는 사업자들에게 일정 부분 의무를 줘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같은 경우는 영화관이 공공시설로 분류돼 있지만 아직 한국은 인식의 부족으로 법 취지와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며 “법률 개정을 통해 보편적으로 어느 극장이든 어느 시간대든 장애인들이 영화를 보고자 할 때 불편 없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농아인협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5항의 ‘출판물 또는 영상물을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를 ‘제공해야 한다.’로 수정하고, 동법 시행령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문화․예술사업자의 단계적 범위의 적용 기준을 ‘객석 수’에서 ‘스크린 점유율’로 수정한 개정안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지만 계류됐다.

이에 해당 개정안을 올해 안에 수정·보완해 다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순일 행정사무관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21조 5항의 권고 조항에 대해 “‘노력 하여야한다’고 규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출판 영역에 모든 책자를 점자화할 수 없듯이 영상물도 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포함된 내용 모두를 다 의무화해야 하는 상태로 커질 수 있다.”며 “민간사업자한테 공적인 부분을 부가하려면 정부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먼저 얘기하면서 같이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의 재원에 한도가 있기 때문에 형편대로 조율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개선한다면 일률적 적용이 아닌 일부로 제한할 수 있겠지만 모든 조항을 다 의무화하고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한 시행령은 2015년부터 실시되는 법으로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고, 시행이 되고 나서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부분을 바꿀 수는 있다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계가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하겠다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단계적인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규제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행정사무관은 지난달 4일 콘텐츠산업 진흥계획으로 ‘폐쇄형’ 한글자막 및 화면 해설 확산, 좌석 등 극장 시설 개선 내용과 관련해 “장기적으로는 폐쇄형 방식을 도입해서 각자의 방식에 맞게 보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앞으로 정부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각 극장들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기술은 수입이 아닌 국내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장애인 영화 관람권 ‘시혜가 아닌 권리’로 다가가야

영화 관람권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계 단체는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지는 게 바탕이 돼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 김현철 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다.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 환경개선을 위해서 정부의 노력, 사회의 전반적 인식, 장애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영화제작자들 배급사, 공동투자자들이 환경 개선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철환 활동가는 “제작사가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권을 위해 베푸는 시혜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위한 서비스 제작과 배급은 제작사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애계 전문가들은 영화진흥위원회나 영상자료원 등의 국가 기관이 일정 비율 이상을 화면 해설이나 자막·수화를 만들어서 제출하게끔 한다면 충분히 시·청각장애인들의 영화관람 환경은 근본적으로 확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화면 해설과 자막·수화로 만들어진 것을 극장에서 상영했을 때 얼만 큼의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는가 ▲일반 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장애인들도 어떻게 영화를 정당하게 관람할 수 있는가를 영화 제작자·투자 배급사·극장 측 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구성원이 공동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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