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로 바다를 밟다, 태안
휠체어로 바다를 밟다, 태안
  • 최영하 기자
  • 승인 2013.08.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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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힌국관광공사
▲ 제공/한국관광공사

첫째 날 _ 바다, 그곳에서 만난 두 개의 꽃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파도가 친다. 갯벌이 열리고, 갈매기가 날고, 해가 진다. 무엇 하나 빠질 것 없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곳은 태안이다. 충남 태안은 바다와 갯벌이 너르게 펼쳐지고, 사철 꽃이 피고 져 아름다운 곳이다. 무엇보다 휠체어 사용자에게도 너른 품을 기꺼이 내어주는 바다니, 고맙다. 올 여름엔 그런 태안과의 ‘낭만적인 스캔들’을 꿈꿔보자. 이곳에서는 휘어진 손끝으로도 꽃잎의 결을 만질 수 있고, 구부러진 두 발로도 해변을 달릴 수 있다. 첫 날은 일단 그늘 좋은 수목원을 거닐고, 파도 가까이로 다가가 보자. 해 지는 바다의 붉은 낭만은 보너스다.

수국이 지천으로 피는 천리포수목원
태안엔 수목원(식물원)이 여러 곳이다. 안면도수목원(안면도 자연휴양림 내)을 비롯해 팜카밀레농원, 오키드식물원, 그린리치팜, 천리포수목원 등. 이중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천리포수목원부터 찾았다. 천리포수목원은 1979년에 귀화한 파란 눈의 한국인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씨가 설립한 국내 최초의 민간 설립 수목원이다. 멸종 위기 식물을 포함해 총 1만5천여 종의 수목이 자라고 있어 사철 꽃이 피고 진다. 더위가 한창인 이즈음엔 보랏빛과 분홍빛의 수국이 지천으로 핀다. 구름처럼 몽실몽실한 수국 사이를 휠체어가 지날 때마다 보랏빛 향기가 파도처럼 넘실대 이채롭다. 사람마저 꽃이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이곳이 바다를 끼고 앉은 점이다. 푸른 숲 그늘 사이로 바다가 언뜻언뜻 보일 때마다 누군가는 환호성을 지르고, 누군가의 걸음은 빨라진다. 그만큼 바다와 숲의 어울림이 매력적인 곳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특징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제초제나 방충제 같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친화적인 생태수목원인 탓에, 숲은 생각보다 조붓하고 수수하다. 서로의 생김이 경계가 되지 않아 마음에 더 오래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꽃 사이에서, 나무 사이에서 엄마와 딸은 동행인 듯 동행이 아닌 듯 그렇게 물러섰다 다가서며 숲 산책을 즐겼다.

▲ 제공/힌국관광공사
▲ 제공/한국관광공사

휠체어로 달리는 바다, 꽃지해수욕장
다음으로 찾은 곳은 태안의 바다다. 그 중에서도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이다. 휠체어 사용자에게 꽃지해수욕장은 ‘바다와의 접점’이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파도 가까이까지 접근할 수 있으니, 어느 바다보다 즐겁다. 물론 비장애인들처럼 바닷물에 두 발을 담글 수는 없지만, 머리 위로 갈매기가 끼룩거리며 날고 엄지손가락만한 방게들이 휠체어를 피해 후다닥 달아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엄마와 딸은 카메라가 잡지 못하는 저 먼 곳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아니, 엄마의 그림자를 피해 달아나듯 지선 씨는 혼자 멀리까지 바다 산책을 다녀왔다. 자신도 모르게 한 쪽 팔을 불쑥 들어 파도를 반겼다며 베시시 웃는 그녀다. 꽃지해수욕장은 휠체어 사용자에게 그런 해방감을 안겨주는 국내 몇 안 되는 해변 중 하나다. 이뿐만이 아니다. 꽃지해수욕장은 국내에서 일몰 명소로 몇 손가락 안에 든다. 그만큼 낙조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할미?할아비 바위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낙조가 일품이다. 낙조 감상 포인트는 방포항 구름다리. 일명 ‘꽃다리’라고 불리는 이곳에 서면 할미?할아비 바위를 감싼 붉은 노을빛 곁으로 고깃배들이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풍광과 마주할 수 있다. 가히, 미국의 뉴스전문채널인 CNN에서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2위를 차지한 곳다운 풍광이다.

▲ 제공/힌국관광공사
▲ 제공/한국관광공사

둘째 날 _ 나무데크를 따라 이어지는 바다

최근 태안엔 계단이 없는 나무데크 길이 여러 곳에 조성됐다. 태안 천사길이 대표적인 곳이고, 안면도 조각공원과 그린리치팜에도 짧지만 아름다운 데크가 놓였다. 이튿날엔 그런 데크를 찾아 거닐어 보자. 바다를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걷거나, 등 뒤에 두고 오르거나, 연꽃 사이를 지나는 길이다. 엄마와 딸의 나란한 산책. 그건 태안의 바다보다 고운 풍경이었다.

조각을 품은 바다 전망대, 안면도 조각공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태안엔 조각공원도 있다. 지난 2002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를 기념해 세운 공원으로, 그 규모는 작지만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폐버스를 활용한 조형물은 돋보인다. 담쟁이 넝쿨로 치장해 푸른 느낌이 드는 폐버스 위엔 한 여인이 앉아 있고, 그녀는 바다에 시선을 두고 있다. 그 폐버스 조형물 옆으로 휠체어 사용자가 오를 수 있는 나무 데크길이 놓여 있다. 야트막한 언덕까지 지그재그로 놓인 데크 길인데, 정상에 오르면 안면도 일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하게 트인 풍광은 아니지만, 산 위에서 보는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다만, 정상 전체를 아우르는 휠체어 접근로의 부재로, 꽃지해수욕장 쪽만 조망이 가능한 건 아쉽다.

▲ 제공/힌국관광공사
▲ 제공/한국관광공사


푸른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걷는 태안 천사길
안면도 조각공원에서 15분 정도를 달리면 기지포해수욕장에 닿는다. 기지포해수욕장은 태안 천사길의 시작점이다. 태안 천사길은 태안에서 가장 ‘친절한 산책로’로, 삼봉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나무데크 길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태안반도를 따라 조성된 97km의 태안해변길 중, 노을길의 일부 구간이다. 총 길이 1004m로, 500m 가량은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걷도록 조성돼 있고, 나머지 500m 가량은 울창한 해송숲을 지나 원점으로 회귀한다. 대부분의 휠체어 사용자들은 해안데크 길을 먼저 산책한 다음 숲길로 접어드는데, 썰물 때는 바다로 내려가 원점 회귀하는 경우도 있다. 해안에 거의 맞닿은 50m 길이의 경사구간이 데크 길 중간 2곳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인데, 동행인이 도와주면 꽃지해수욕장에서처럼 바다로 진입할 수 있다. 다만, 꽃지해수욕장에 비해 뭍과 해변의 경계에 마른 모래가 꽤 깊이 쌓여 있어 휠체어 바퀴가 빠질 수도 있다. 그 구간만 지나면 탄탄한 모래밭을 불편함 없이 산책할 수 있으니, 해변 진입을 시도해 봐도 좋겠다. 해질녘이면 천사길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으며, 해송 숲으로 밀려드는 바닷바람을 맞을 수도 있다. 노을길에 있는 천사길과 같은 콘셉트의 천사길이 학암포와 신두리를 잇는 바라길 일부 구간에도 조성돼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여름이면 이곳은 고운 연꽃바다, 그린리치팜
태안에서의 마지막 코스는 습지정원인 그린리치팜(옛 청산수목원)이다. 여름날의 그린리치팜은 연꽃의 바다다. 홍련을 비롯한 백련, 노랑어리연 등 200여 종의 연꽃이 9만9200㎡ 규모의 수목원을 가득 채운다. 이외에도 부처꽃을 비롯한 부레옥잠, 물양귀비 등 40여 종의 수생식물과 섬말나리, 홍가시, 노각나무 등 300여 종의 야생화도 감상할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즐겨 그린 랑그루아 다리를 본떠 만든 ‘고흐의 다리’가 운치 있고, 다리 건너 만(卍)자 2개를 겹쳐 놓은 듯한 꽃길도 재미있다. 지선 씨와 어머니 이영희 씨가 그린리치팜에서 가장 좋아했던 공간은 예연원을 가로지르는 데크 길과 돌탑원 옆길. 예연원 데크 길은 한 쪽 진입지점에 4~5cm 가량이 턱이 있긴 하지만, 연꽃 사이를 가로질러 걷는 맛이 좋아 지선 씨와 어머니가 함박 웃었다. 예연원 데크 길이 홍련이 아름다운 연꽃길이라면, 돌탑원 옆길은 울창한 나무터널이다. 뜨거운 햇살을 차단할 수 있는데다, 나무 터널이 주는 신비감까지 더해져 매력적이다. 연꽃축제가 열리는 8월 25일까지만 일반에 개방하며, 관람에 걸리는 시간은 1~2시간이다. 오후보다는 활짝 핀 연꽃도 볼 수 있고, 볕도 뜨겁지 않은 오전(08:00~10:00)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휠체어 타고 떠난 태안 여행 Tip
첫째, 태안은 휠체어 사용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가 어려운 곳이다. 가족과 함께 승용차를 이용한 휴가를 떠나거나, ‘기아자동차와 함께 하는 행복한 초록여행’(1600-4736)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리프트 설치 차량을 비롯해 운전기사·유류비·여행경비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무상 차량 제공 여행(차량 대여비를 제외한 모든 경비는 본인 부담)은 선착순으로 예약접수를 받는다. 나머지 1박 2일 가족여행을 비롯한 기사제공 여행, 유류비 지원 여행 등은 선발 지원한다.
둘째, 태안의 바다는 탄탄한 편으로 휠체어를 비롯해 차량(진입 금지)까지 해변을 질주할 수 있으나 태안에 있는 해변 중, 뭍과 해변의 경계에 모래가 사구처럼 이 쌓여 있으면 진입이 어렵다. 물론 진입로가 없는 경우도 많으니 사전에 꼼꼼하게 챙겨봐야 한다. 그나마 진입이 수월한 꽃지해수욕장에서 해변으로 진입하는 길도 만만치가 않다. 경사가 가파른데다, 해변 진입 지점에 잔돌과 모래가 어느 정도 쌓여 있어 보호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바퀴보다 뒷바퀴가 큰 전동휠체어의 특성상, 후진 진입이 낫다.
셋째, 천리포수목원과 그린리치팜에서는 휠체어 사용자의 진입이 일부 어려운 곳이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전망대 주위에 경사가 급한 도로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그린리치팜은 주 산책로 이용에는 어려움이 없으나 연밭과 연밭 사이에 물고랑이 있어 건너기가 쉽지 않다. 또 예연원을 가로지르는 나무데크 길 진입로 한쪽에 4~5cm 가량의 턱이 있어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천리포수목원과 그린리치팜 모두 장애인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넷째, 안면도 조각공원은 장애인 관련 편의시설을 모두 만들어둔 공간임에도, 주차장에서 공원으로 진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주차 시, 가장 북쪽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공중화장실 쪽에 공원 뒤편 펜션으로 진입하기 위해 턱을 낮춰놓은 곳이 있다. 그 길로 진입해, 화장실 옆쪽 풀밭을 지나 공원으로 진입해야 한다.

▣ 관련 웹사이트 주소 안내 전화
태안군청 문화관광 사이트 : http://www.taean.go.kr/html/kr/tour | 041) 670-2691
태안해안국립공원 : http://taean.knps.or.kr/main/main_park_taean.do | 041) 672-9737
천리포수목원 : http://www.chollipo.org | 041) 672-9982
그린리치팜 : http://www.cslotus.com | 041) 675-0656
관광안내전화(한국관광공사) : http://kto.visitkorea.or.kr/kor.kto | 1330

▣ 대중교통 정보
초록여행 : 홈페이지 신청 http://greentrip.kr | 1600-4736

▣ 숙박정보
청포대 썬셋유스호스텔 : http://www.cpdyh.co.kr | 041) 674-0306 (장애인 배려 객실 운영, 침대 없음, 턱없음)
안면도 동작휴양소 : http://resort.dongjak.go.kr | 041) 673-7907,8 (본관 이용 가능, 1층 경사로, 2층 리프트, 침대 없음, 화장실 및 객실에 5~10cm 턱있음 )

▣ 식당정보
원풍식당 : 박속낙지탕,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041) 672-5057 (10~11cm 가량 턱 O, 테이블 O, 장애인 화장실 X)
방포회타운 : 방포수산에서 횟감 구입 후 상차림, 충청남도 태안군 방포항, 041) 674-0026 (턱 X, 테이블 O, 장애인 화장실 X)
부잣집 : 우럭젓국,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041) 674-7447 (턱 X, 테이블 1개 O, 장애인 화장실 X)
그린리치팜 : 연잎밥, 충청남도 태안군 남면 신장리, 041) 675-0656 (야외 테이블 O, 장애인 화장실 X)

▣ 축제정보
태안연꽃축제(그린리치팜, 2013.7.12~8.25)
태안빛축제(마검포해수욕장, 2013.7.20~8.18)

▣ 추천 여행 코스
1일차 용산역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2시간 40분) -> 원풍식당(박속밀국낙지탕 1인 1만2,000원)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30분) -> 천리포수목원(성인1인 8,000원, 청소년5,000원, 어린이4,000원, 1~3급 장애인 무료, 4~6급 장애인 및 1~3급 장애인 보호자5,000원)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1시간 10분) -> 꽃지해수욕장 산책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5분) -> 방포수산 & 방포회타운(방포수산에서 꽃게, 횟감 등 구입 후 방포회타운에서 상차림, 상차림 비용 별도)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5분) -> 꽃지해수욕장 낙조 감상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20분) -> 안면도 동작휴양소(본관 1층 5인실 성수기‘7.10~8.20’ 기준 장애인 이용자 38,500원-단, 복지카드 지참 시)
2일차 안면도 동작휴양소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20분) -> 부잣집(우럭젓국 1인 1만5,000원)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3분) -> 안면도 조각공원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15분) -> 태안 노을길(1004길)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30분) -> 그린리치팜(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장애인 20% 할인-단, 복지카드 지참, 연잎밥 1인 1만 원) -> (휠체어 리프트 설치 차량, 약 2시간 40분) -> 용산역

▲ 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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