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해 분만한 여성을 일컫는 말 미혼모, 미혼모의 자녀 대부분은 입양되거나 유기되는 현실이다. 미혼모로서 자녀를 직접 키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미혼모는 2005년 6,459인에서 2011년 9,959인으로 6년 사이에 3,500인 늘었다. 해당 통계가 시설에 거주하거나 시설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미혼모만을 대상으로 한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미혼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전국

6,459인

6,805인

7,774인

8,363인

8,680인

9,639인

9,959인

<자료 출처 : 통계청>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이들은 전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목경화 대표에 따르면, 입양의 역사는 50년이 됐으며, 입양되는 아이들의 80~90%가 미혼모의 자녀라고 한다.

먼저 결혼 전 임신한 여성인 미혼모가 자녀를 키울 수 없는 이유는 가족, 아이의 아버지, 친구 등의 권유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보니 자녀를 양육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

목 대표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낙태 즉 임신 중절이라고 말한다. 열에 아홉은 낙태를 요구하고 그 다음에는 입양을 권유하는데, 나이가 어리고 결혼 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사자의 미래를 위해 입양을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나 엄마에게나 최선이라는 것이다.

정말 낙태와 입양만이 본인을 위한 최선일까.

아이를 떼놓는 것, 나를 위한 것? 그들을 위한 것!

목 대표 역시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는 미혼모로서 이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요구 당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목 대표는 ㄱ 씨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ㄱ 씨는 미혼모에게는 성 관계에 대한 편견이 만연해 다니던 학교에서는 자퇴 및 퇴학을 당했고, 다니던 직장에서도 결국 퇴사 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몰렸다. 결국 미혼모라는 자체가 부모에게도 숨기고 싶은 흉이 되고 집과도 인연을 끊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미혼모 ㄴ 씨는 청소년으로 고모의 강요 아닌 강요에 자녀를 입양한 뒤 슬픔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ㄴ 씨는 부모를 일찍 잃고 고모 아래서 자랐기에 고모의 이야기를 거절할 수 없었고, 자신이 청소년인 점 등을 고려해 결국 입양 동의서에 합의하는 서명을 했지만, 그것은 결국 ㄴ 씨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목경화 대표
▲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목경화 대표
이처럼 목 대표는 미혼모에게서 아이를 떼어놓는 것은 미혼모 당사자를 위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입양으로 미혼모의 미래가 밝아지는 것이 아니며, 임신을 했을 때 이를 ‘어떻게 없던 일로 만들까’ 보다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편견을 넘고나면 또 다른 장벽이 이들을 가로 막는다. 양육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홀로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을 짊어지기에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것.

입양 자녀에 대한 지원에 비해 미혼모를 위한 지원은 단일 법안도 마련돼 있지 않으며, 지원 기준부터 금액까지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 2010년부터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 양육비 15만 원과 검정고시 등의 교육비 등을 (포함한 154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청소년일 경우에만 해당한다.

미혼모는 7만 원, 입양 가족은 15만 원

성인 미혼모의 경우 한부모가족지원법 틀 안에서 법정 한부모 소득기준 약120만 원 이하일 때 양육비 7만 원을 지원받는다. 또 의료급여 역시 기초생활수급 대상 기준에 해당할 때 지원받을 수 있다.

그반면, 아이를 입양 한 가정은 소득에 상관없이 월 15만 원의 지원금과 법정 의료 급여 월 1종을 지원받는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키우고자 굳게 마음 먹은 미혼모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대 초반의 미혼모인 한 ㄷ 씨는 임신과 함께 부모와 인연을 끊고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했다. 학업도 중단한 그는 아무런 소득이 없는 상황이었고, 홀로 아이를 양육해야만 하는 1인 가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양육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자금인 기초생활수급비가 절실했지만, ‘함께 살고 있지도, 경제적 도움을 주지도 않는’ 부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받을 수 없었다.

목 대표는 “현재 법안은 자녀를 직접 양육하는 미혼모에게는 의료 급여와 양육비에 엄격한 잣대를 대지만, 다른 사람이 아이를 양육하고자 할 때는 관대해진다. 이는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녀를 못 키우게 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머물게 하는 정책… 미혼모가 자립할 여건부터 만들어야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가족과 연을 끊어 경제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혈연 기반이 없는 미혼모의 경우에는 더욱 절실하다.

미혼모지원시설인 애란원 한상순 원장은 시설을 찾는 미혼모 대부분은 직업 훈련을 받은 경우가 5% 미만, 안정된 직업을 가진 경우는 거의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을 다니는 경우는 1년에 한 두 건도 없을 정도라며, 미혼모는 당초 학업이나 직업에 있어 거의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ㄹ 씨는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며 작은 회사에 취직해 열심히 일했다. 언젠가는 자립해 자녀와 행복한 미래를 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한 달 급여 150만 원을 받으며 일하던 ㄹ 씨는 어느 날 고민에 빠졌다. 소득이 120만 원 이상이었기 때문에 미혼모 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

당장 주거를 마련할 능력이 없던 ㄹ 씨는 임대주택을 알아봤지만, 저소득 모자에 해당하지 않아 이 또한 불가능했다. 이에 ㄹ 씨는 차라리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더라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원장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 지지 않는다면, 기초생활수급자만 양산해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및 기업에서 양육비를 비롯한 각종 물품을 후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지원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지원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그는 “미혼모의 대부분이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젊은층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국민으로서 본인의 능력만큼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 주는 것, 미혼모의 자립을 위한 마땅한 보상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미혼모 개개인에 대한 철저한 사례 관리와 직업 상담을 통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일을 유지하면서 양육할 수 있도록  근로 장려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이 건강해야 국가가 건강하다

▲ 애란원 한상순 원장
▲ 애란원 한상순 원장
한 원장은 “물론 미혼모 개인의 자립을 돕는 정책에는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미혼모의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미혼모의 경제적 활동시 추가적으로 양육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과 그 가정이 건강해질 때 국가가 건강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 예산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엄마가 건강해야 그 자녀 또한 건강하다. 특히 청소년기에 미혼모가 되면 학업을 중단하고 가정에서도 나와 생활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미혼모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좌절감에 빠지기 쉬워 양육 또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애란원에 입소했던 ㅁ 씨는 중단했던 직업 교육을 다시 받기 시작했고, 그 결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져 시설에서 퇴소했다. 그는 비로소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짐을 느꼈다며, 그와 함께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청소년 미혼모, 부모이자 보호 받아야할 대상

그렇다면 복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은 미혼모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먼저 덴마크는 근로 장려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미혼모에 국한된 정책이 아니지만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을 실시함은 물론 근로 능력을 보장하는 복지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을 했을 때는 확실한 보상으로 미혼모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스웨덴은 미혼모에게 보다 많은 경제적 혜택을 주는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출산 수당, 출산 급여, 부모 보험, 자녀 아파트 보조금을 지불한다. 또 취업 중인 미혼모의 경우 보육 시설 이용에 우선권을 갖고 보육비를 감면 받는다. 무엇보다 미혼모 가정을 포함한 다양한 가정 형태를 받아들이고 있다.

호주는 미혼모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다. 호주에서는 미혼모가 임신한 과정에서부터 자녀를 양육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주거, 재정, 육아 기술 등에 대해 지원하며 월 100만 원 상당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특히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한 아이의 부모인 동시에 보호 받아야할 청소년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졸업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직업 훈련을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등학교에서는 미혼모를 위한 수업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는 양육을 전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

미국 역시 10대 미혼모가 학교 수업 시간에 양육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도록 ‘10대 양육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임신으로 학교를 중퇴하는 것을 방지하고 임신 기간 중에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의료 및 상담을 지원한다. 또 미혼모가 된 학생뿐 아니라 태어난 아이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 미혼모 시설 모습
▲ 미혼모 시설 모습

생명의 존엄성과 보편적 권리, 부모 형태에 따라 차별할 권한은 없다

목경화 대표는 미혼모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엄마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아이를 키울 권리가 있으며, 부부 또는 부모의 형태와 관계 없이 아이라면 누구나 동등한 지원과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엄마 홀로 자녀에 대한 책임을 떠맡고 살아가기에는 한국 사회는 너무 냉정하기만 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회적 통념이 이렇다, 부모의 형태가 저렇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해서도, 보편적 권리를 짓밟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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