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 위한 국가보고서’ 공청회 ①
‘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 위한 국가보고서’ 공청회 ①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3.09.1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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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행정 체계 개편 및 일상적 생활 보장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의 실질적 참여를 위해 국내 정책·법률·제도 등을 검토, ‘장애인 자립생활 국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지난 13일 가졌다.

인권위는 ‘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한 국가보고서 공청회’를 서울시 중구 프레지던트호텔 31층 슈벨트홀에서 열고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행정 체계 개편 ▲이용자 선택권 강화를 통한 일상적 생활 보장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사회 환경 구축 ▲시설 거주 장애인의 탈시설화와 사회복귀 지원 ▲다중 차별 장애인에 대한 지원에 대해 살폈다.

개별 욕구 맞춤 서비스, 장애등급제 폐지가 기반

▲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기 교수.
▲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기 교수.
먼저,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해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장애를 판정하는 기준으로 의학적 요소만을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발제를 맡은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기 교수는 “장애가 단순히 의학적 차원에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환경적 요인과의 상호 연관성이라는 장애의 본질적 개념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학적으로 확정된 장애정도는 신체적·정신적 손상 정도만을 의미할 뿐, 필요한 서비스의 내용과 정도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의학적 장애정도가 장애인에게 지원되는 다양한 급여 및 서비스에 직접 연결돼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더 나아가 “국가가 장애인으로 등록하기까지의 최소한의 필요한 절차만을 수행할 뿐, 이후 장애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어떠한 정보도 갖지 못하게 돼 장애인 등록과 서비스 지원이 분절되는 체계가 지속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장애등록제에 있어서는 각각 다른 시각을 내놓았다. 이승기 교수는 장애등급제는 폐지하되 의학적으로 장애 여부만을 확인하고 등록하는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바라봤으며,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우 교수는 욕구의 정도에 따른 차등적 대우를 고려한다면 정책 종류에 따라 중증과 경증을 나눌 필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구근호 소장은 “장애등급제와 장애등록제 모두 없애야 한다. ‘지금은 어려우니까 나중에 하겠다’는 안 된다. 처음부터 목표를 잡고 가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은 “정부조차 장애등급제와 장애등록제를 놓고 오해하고 있는만큼, 보고서에서 이를 정확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개개인의 욕구를 반영해야하는만큼 등급이 아닌 더 세분화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활동지원서비스 인정조사표와 같이 각 서비스 별 전달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서비스 전달 체계 놓고 의견 분분… ‘공공 역할 정립 먼저’

▲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구근호 소장.
▲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구근호 소장.
전달 체계를 놓고는 서비스를 전달하는 역할의 ‘전문 기관’ 설치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이승기 교수는 “정부는 공공 서비스를 대부분 위탁 방식으로 비영리 민간기관에 생산과 제공을 맡긴 채 형식적 혹은 획일적인 관리·감독만을 수행하는 데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뚜렷한 공급자 중심의 구조.”라며 “공공 서비스는 지방 정부의 책임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기 때문에 공공 성격을 가진 기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구근호 소장은 모든 서비스를 통합해 맡는 형식의 기관을 별도로 설치하는 것보다, 각 분야별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고 해당 기관이 판정해야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전문 기관을 두고 전문가를 두면, 장애인 당사자의 주도권은 없어진다. 장애인 등록제 역시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당사자의 의도와 다르게 갔다.”고 우려했다.

▲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우 교수.
▲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우 교수.
이에 이승기 교수는 “직불제는 전문기관의 평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우려에는 공감하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 공공과 민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우 교수는 공공과 민간 연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무엇보다 공공의 기능과 역할이 먼저 공고히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향 가치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보니 지방 정부에 대해서도 유인할 가치가 없다. 그 결과, 지방 정부의 무능을 조장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바라봤다.

김진우 교수는 “공공의 기능과 역할이 불분명하면서 문제가 일어날 때는 민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를 수없이 반복해 왔다. 따라서 공공이 민간 기관의 근무 경력이 상당히 있는 경력자를 채용해 일반직과 함께 일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갈 길 먼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 폐지는 ‘아직’

이용자 선택권 강화를 통한 일상적 생활 보장과 관련해서는 장애인보조기구 서비스와 활동지원제도 내실화, 장애유형별 인적서비스 지원 확대가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활동지원제도 내실화에 대해 앞서 이야기한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며 “활동지원제도는 별도의 인정조사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1차적 신청 자격으로 장애등급을 설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활동지원제도 급여 산정 방식은 이용자의 서비스 욕구에 기반한 것이 아닌 인정점수대로 정해진 급여량을 지급해, 개별 욕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급여량을 지원하는 반대의 경우도 유발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개개인에게 필요한 급여량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급여량의 상한선이 폐지돼야 하며, 더 나아가 개인별 필요한 급여량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는 인정조사표가 개발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따라서 현행 급여 산정 방식을 기본 급여와 추가 급여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본인부담금 산정도 통합 급여에 대해 월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

단, 장애계가 요구하고 있는 본인부담금 폐지에 대해서는 ‘상한선을 폐지하되 가구소득이 아닌 개인소득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서비스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본인이 부담금을 낼 능력이 있다면, 개인 소득에 근거해 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청회에 참가한 충청남도 황영란 정책특별보좌관은 본인부담금의 기준을 개인 소득으로 잡아야 한다는 데 반대했다.

황영란 정책특별보좌관은 “장애인 당사자가 자녀를 둔 가정인 경우가 있다. 나는 연봉 2,500만 원이 넘지 않는 소득으로 자녀를 키우면서 본인부담금 7~8만 원을 내며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어 “개인 소득을 기준으로 잡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본인부담금 폐지겠지만, 쉽게 이뤄질 수 없다면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최윤영 교수.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최윤영 교수.
이에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최윤영 교수는 본인부담금이 부담이 돼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폐제해야 한다며 장애계단체의 요구와 맥락을 같이 했다.

아울러 개인별 수요에 기반한 개별예산제 도입과 직불제의 검토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동기 교수는 현실적인 서비스 단가 및 단가 차등화 도입과 전담 인력 1인이 관리할 수 있는 이용자 및 활동보조인 수에 대한 상한선 설정 등 서비스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보조기구 전달 체계, 품질 관리 쉽지 않아

김동기 교수가 발췌한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보조기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구입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구입 비용이 비싸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기구 관련 전문적인 상담과 평가 서비스 이용 경험을 확인한 결과, 전체의 19.4%만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조기구 지원 방식에서 개선할 점에 대해 분석한 결과 ‘개인별 특성에 맞는 상담 또는 안내서비스(38.7%)’, ‘지원 품목의 확대(17.1%)’, ‘급여 비용의 인상(16.2%)’, ‘정보 제공(14.4%)’ 순이었다.

김동기 교수는 “보조기구 서비스는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장애인이 자립적인 삶을 영휘해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선택권을 보장해주고 필요한 보조기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 추진 과제로 △공적 급여 수준 확대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소위원회 성격인 장애인 보조기구 위원회(가칭) 조직 및 상설화 △체계적인 보조기구 사례 관리 체계 도입 △통합적인 보조기구 품질 관리 체계 구축을 내세웠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2009년부터 국립재활원을 통해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보조기구 사례 관리 서비스’는 네 개의 시·도(대구, 부산, 대전, 광주)에만 설치·운영되고 있어 접근이 어렵고, 네 가지의 품질 관리 제도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등 관리 체계가 통합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 이지무브 오도영 대표.
▲ 이지무브 오도영 대표.
품질 관리에 대해 이지무브 오도영 대표는 국가가 지원하는만큼 품질 또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한국에서는 품질 관리 체계를 작동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오도영 대표에 의하면 공적 급여 품목은 인증과 관련해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의족과 의수 등은 전체 공적 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인증 체계에서 벗어나 어떠한 관리도 되고 있지 않다는 것.

그는 2006년도부터 청와대 보고를 비롯한 정부의 연구가 굉장히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방법론을 찾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많은 논쟁과 혼동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동스쿠터의 경우 ‘의료기기냐 아니냐’는 논쟁이 따른다. 이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의료기기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하고, 공산품이면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되기 때문. 의료기기면 치료나 의료의 목적이어야 하는데, 이동 수단으로 여길 수도 있어 정리가 쉽지 않단다.

오도영 대표는 “공적 급여 말고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전달 체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말고 순수 자발적인 전달 체계가 스무 개 정도 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보조기기 수리소 또한 수십 개다. 다시 말해서 높은 욕구에 따라 나름대로 공급은 이뤄지고 있는데, 어떠한 형태로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떠한 곳에도 소속·연계되지 않고 마구 생기는 것을 정리한다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소속된 공적 급여가 전체 공적 급여의 88%를 차지하는만큼, 보건복지부만이라도 통일된 체계를 갖고 전담 부서를 만들어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센터를 정립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수화통역센터 지원 확대와 공무원 인식 개선 교육 체계 필요

마지막으로 김동기 교수는 장애유형별 인적서비스 지원 확대 부분에 대해 청각장애인 인적서비스 지원 확대와 공무원에 대한 효율적인 교육 체계 도입을 주장했다.

김동기 교수는 “전국 17개 시·도 청사 중 일부 시·도에만 수화통역사가 배치돼 있다. 수화통역사 1인당 청각장애인 404인을 맡고 있는 열악한 상황이다. 화상전화기가 설치돼 있다고 해도 화면이 작아 할 수 있는 수화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봤을 때, 최소한 광역자치단체에 수화통역사 1인을 배치해야 한다.”며, 수화통역센터에 대한 지원 대폭 확대를 과제로 내세웠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 참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공무원에 대한 효율적인 장애 인식 개선 교육과 해당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교육 과정 개발 및 교육 이수 시간 확대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