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증진법과 도로법 상충… 박원석 의원, ‘도로법 개정안’ 발의

▲ 박원석 의원은 상점의 주출입구 경사로와 관련해 '편의증진법'과 '도로법' 간의 모순으로 정당한 편의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였다.
▲ 박원석 의원은 상점의 주출입구 경사로와 관련해 '편의증진법'과 '도로법' 간의 모순으로 정당한 편의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였다.

최근 상점의 주출입구에 사업주가 설치한 경사로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불법 점용물로 간주하고 철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 도로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법률이 상충하는 문제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대구광역시에서는 네 개의 상점 앞에 설치돼 있던 경사로가 갑작스레 철거된 사건이 있었다. 이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의 경우 출입할 수 없었고, 이에 한 장애인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에 상담을 요청했다.

장추련에 따르면, 당시 구청은 “도로점용료를 내고 경사로를 설치한 곳과, 도로점용료를 내지 않고 사용하는 곳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상점 앞에 설치돼 있던 경사로를 모두 철거했다.”고 답변했다.

건물 출입구 경사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인, 임산부 및 유모차 등 이동 약자가 시설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시설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법률(이하 편의증진법)’에서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등의 주출입구에 장애인 등의 출입편의를 위한 경사로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법’ 제38조에는 도로 점용 물건·시설물을 관리청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으며, 점용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에는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시설 종류에 경사로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업주 및 건물주는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거나, 경사로를 설치해도 불법으로 간주되거나 점용료를 내야 한다.

이에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법률상의 모순으로 정당한 편의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의원은 “편의증진법에 따라, 사업주가 경사로를 설치한다고 해도 지자체에서는 도로법을 우선 적용해 점용 허가가 없다는 이유로 불법 점용물로 간주하고 철거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법 간에 상충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용료를 이유로 경사로를 철거하는 것은 장애인이 시설물을 접근·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경사로 등의 편의시설에 도로 점용료를 면제해 편의시설 설치 시 도로 점용허가를 받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의시설의 설치를 활성화하도록 하고 있다.

▲ 신·구조문대비표 제공/ 박원석의원실
▲ 신·구조문대비표 제공/ 박원석의원실

박 의원은 “행정적인 도로법 규정보다는 인권이 우선시 되는 법률로서 도로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장에 함께한 장애계 단체 관계자들은 연대 발언을 통해 이번 도로법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장애인은 식당을 갈때도 먹고 싶은 음식보다는 경사로가 있는 곳을 우선시 한다. 상점에서 물건을 하나 사려 해도 경사로가 없으면 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문제.”라며 “이것은 비단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이나,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기도 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도 제출해보고 여러 차례 방법을 찾아봤지만 크게 나아지는 것이 없어 법 개정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삶의 차별을 야기 시키는 법은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단법인 동천 김예원 변호사는 “현재 구청에서는 ‘법에 따른 지침에 따라 판단한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법에 따른 하위 지침이 제대로 정립 되고 그에 맞는 규정이 세워지는 게 얼마나 사람들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의미에서 도로법이 개정된다면 오히려 각 지자체에서 법에 근거한 지침을 두고 건물들 앞에 경사로를 경쟁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등, 장애인의 시설 접근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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