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성년후견제도, 그 이름이 궁금하다
<2부>제도의 중심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한 숙제

 

지난 7월 1일,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의 재산 관리 및 일상생활과 관련한 신상보호를 지원하기 위한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됐다.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폐지되고 새롭게 시작되는 성년후견제도는, 잔존능력과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법적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성년후견제도는 자세한 소개는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없어 실제 피성년후견인과 가족 등 보호자들의 접근은 어렵기만 하다. 특히 제도의 시행 및 정착을 위한 법·제도적 밑바탕과 더불어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방법과 방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보고 어떠한 숙제들이 남아있는지, 나아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1부〕 성년후견제도, 그 이름이 궁금하다

서울시 노원구에 살고 있는 김수정 씨.

마흔을 넘긴 나이, 성인으로 본인의 모든 신변을 책임져야 하지만 지적장애인인 수정 씨에게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수정 씨의 어머니는 여든을 넘긴 자신이 죽고 나면 혼자 남을 딸의 미래가 항상 걱정이다.

20여년 넘도록 같은 곳에서 살고 있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의 집에 계속 살게 하고 싶지만 수정 씨가 혼자 해나갈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 수정 씨의 어머니는 여든을 넘긴 자신이 죽고 나면 혼자 남을 딸의 미래가 항상 걱정이다. 20여년 넘도록 같은 곳에서 살고 있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의 집에 계속 살게 하고 싶지만 수정 씨가 혼자 해나갈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 수정 씨의 어머니는 여든을 넘긴 자신이 죽고 나면 혼자 남을 딸의 미래가 항상 걱정이다. 20여년 넘도록 같은 곳에서 살고 있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의 집에 계속 살게 하고 싶지만 수정 씨가 혼자 해나갈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수정 씨의 어머니는 “가족은 수정이와 나 둘 뿐. 친척들이 있지만 멀리 살고, 사정이 썩 좋지 않아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나마저 없으면 수정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지금 살고 있는 집에 계속 살게 되면 오가는 주민들이 다만 인사 한번이라도 건네고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주기라도 하겠지만, 지적장애인이 혼자 사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며 고민을 내놓았다.

이어 “집에 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은행도 가야하고 병원에도 가야하는데, 딸이 혼자 하기는 어렵다. 점점 나이 들어가는 내가 딸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하며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누군가 책임 있게 도움을 주고 지원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년·한정·특정·임의후견, 유형별 특징 알아보기

성년후견제도는 기존에 대부분의 독자적 법률 행위를 비롯한 잔존능력이 무시됐던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폐지되고 새롭게 시작돼, 후견인을 선임해 잔존능력 존중이라는 보충성 이념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후견인 심판은 가정법원이 맡게 되며, 본인 또는 가족,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정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청구는 피후견인이 수급자 또는 차상위 계층인 경우와 무연고 또는 가족의 신청이 불가능한 경우 가능하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본인부담으로 명시돼 있는 후견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심판 청구에 소요되는 비용도 지자체가 부담하게 된다.

후견인은 부모 등 가족이 맡을 수도 있으며, 제3후견인인 시민후견 및 관련 전문가들이 후견교육을 받아 참여할 수 있다. 법에서는 파산자나 자격 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기 중에 잇는 사람, 법원이 해임한 후견인, 피후견인 대상 소송 경험 또는 진행 중인 자 등을 후견인 결격 사유로 두고 있을 뿐 특별한 자격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다.

성년후견제도에서 후견인은 크게 가정법원의 심판에 따라 개시되는 법정후견인 안에 성년후견인과 한정후견인, 특정후견인으로 구분되고, 공정증서로 작성된 후견 계약 등에 따른 임의후견인까지 총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각각의 후견 선임 요건을 보면 성년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가 판단된 경우, 한정후견은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 특정후견은 일시적 혹은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경우, 임의후견은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한 경우다.

성년후견은 피성년후견인의 원칙적 행위능력 상실을 전제하고 후견인에게 포괄적인 대리권과 취소권이 주어지며, 한정후견은 피후견인을 원칙적 행위능력자로 보고 후견인에게 가정법원이 정한 범위 안에서 대리권과 동의권, 취소권이 부여된다.

특정후견은 피후견인을 행위능력자로 보고 있으며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대리권만이 주어져, 앞의 두 경우와는 다르게 취소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임의후견에서의 후견인 권한은 각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달라진다.

후견의 종료에 대한 정의는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후견 사유가 해소돼야 후견이 종료된다고 명하고 있다. 특정후견은 가정법원이 일정 기간을 지정해 후견 기간이 만료되면 종료되는 등 각 유형에 따라 요건과 범위 등이 달라진다.

이 모든 사항은 법정후견에 속하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의 경우 가정법원에 청구해 후견심판에 따라 유형과 범위가 결정된다. 단 임의후견은 계약에 따라 달라지고, 필수적으로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 공정증서로 작성된 계약과 법원의 감독인 선임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 후견인의 유형별 비교. 출처/ 보건복지부 2013년도 발달장애인 성년후견제지원 사업안내  
▲ 후견인의 유형별 비교. 출처/ 보건복지부 2013년도 발달장애인 성년후견제지원 사업안내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대신’이 아닌 ‘조력’ 강조

수정 씨는 특정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앞으로 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결정된 사안에 대해 대리권을 갖고 수정 씨의 사무를 조력하게 된다.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고 있는 수정 씨가 어떠한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후견인은 부모나 가족을 대신해 함께 이야기 하고 좀 더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계약을 조력 할 수 있다.

또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도 함께 동행 할 수 있다. 어디가 불편한지, 진료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진료에 대해 수정 씨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결정을 조력해 나가는 것도 그의 업무가 된다.

이 밖에도 복지서비스를 잘 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신청을 돕기도 하며, 향후 계약을 진행하고 금융 거래를 이용할 때도 수정 씨는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선택을 결정 할 수 있다.

이 모든 업무는 수정 씨가 특정후견을 신청했음에 따라 가정법원이 심판한 범위 안에서 후견인이 대리권을 갖고 조력을 진행하게 되며, 주기적 또는 필요에 따라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만나 후견하게 된다.

▲ 마흔을 넘긴 나이, 성인으로 본인의 모든 신변을 책임져야 하지만 지적장애인인 수정씨에게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수정씨와 같이 장애를 비롯해 질병과 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의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과 관련한 신상보호를 지원하기 위한 성년후견제도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 마흔을 넘긴 나이, 성인으로 본인의 모든 신변을 책임져야 하지만 지적장애인인 수정씨에게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수정씨와 같이 장애를 비롯해 질병과 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의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과 관련한 신상보호를 지원하기 위한 성년후견제도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달 중순 수정 씨의 특정후견인으로 선임된 손명숙 씨는 일상생활의 작은 도움으로 피후견인을 조력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강조했다.

손명숙 씨는 “후견사무가 크게는 법적 관계나 계약 등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피후견인이 어떠한 결정을 할 때 좀 더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라며 “작게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병원이나 은행에서 저금을 하는 등 일들은 늘 있는 일상이다. 그 일상에 어려움을 느끼는 피후견인을 위해 조력으로 본인의 결정을 존중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특히 특정후견의 경우는 일정한 기간을 두고 피후견인이 생활 할 수 있도록 삶의 공간을 익숙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연계망를 형성해 지역사회에 살 수 있게 하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며 “새삼 새로운 지식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피후견인이 생활하는 공간 주변에서 일상을 익힐 수 있도록 조력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했다.

특히 수정 씨 의 사례에서는 후견 심판 청구를 본인이나 가족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이 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후견인으로는 제3자인 시민후견인을 요청했다.

피후견인인 수정 씨는 본인이 직접 심판 청구를 하기는 어려웠고, 연세가 많은 어머니 역시 법적 심판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고 절차를 진행하기에 어러움이 있었다. 또한 후견 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적 부담과 후견인 사무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장이 후견 심판을 청구하게 된 것.

▲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 유수진 센터장
▲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 유수진 센터장
수정 씨의 사례를 발굴하고 후견 심판 청구 과정을 도왔던 성민후견지원센터 유수진 센터장은 “수정 씨는 어머니가 살아계시지만 노령 등을 이유로 직접 신청이 어려웠다. 더불어 보호자가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피후견인 대상들이 많은 상황에서, 향후 이들에게도 후견제도가 필요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이 후견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도 후견인이 필요하다면 심판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장이 심판 청구를 하면, 원칙적으로 본인이 부담하도록 돼 있는 심판 과정에서부터 후견 사무에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제도와 관련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연계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제도 취지 살리려면 접근 용이성 찾아야”

피후견인의 잔존능력을 지원하기 위한 성년후견제. 신청은 본인 또는 가족,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정법원에 할 수 있다.

다만 새롭게 시작되는 제도인 만큼 제도 자체의 홍보가 덜 된 상태에서 신청 과정 역시 쉽지 않아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청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기본 증명서와 더불어 진단서와 사전 현황 설명서 등 첨부 서류 제출은 물론, 법적 관계에 대한 절차인 만큼 설명 없이는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 유수진 센터장은 접근의 한계를 지적하며 안내·지침 활성화를 강조했다.

유수진 센터장은 “가정법원에 신청하는 후견심판에 있어 용어적 부분에서 낯선 것이 많다.”며 “관련 서류 또한 많고, 피후견인에게 어떤 부분 후견이 필요한지 정보를 알리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 당사자나 보호자가 스스로 서류를 준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향후 안내·지침활성화 되고 서류 신청 자체가 평이하게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해하기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서류 상 용어나 방법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신동호 사무관
▲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신동호 사무관
구체적인 설명과 절차를 돕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제도가 먼저 시행된 상황,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제도 시행 두 달 만인 이번 달 초 사업안내 안내·지침서를 만들고 각 지자체에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신동호 사무관은 “후견 심판은 법원에 청구해야 하다 보니 법률이 개입돼 보니 어려워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후견이 필요한 경우 보호자 등이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담당 공무원과 상담할 수 있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후견지원사업 중앙지원단을 설치해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초청해 이달 초 복지부에서 교육을 진행했다.”며 “더불어 중앙지원단에서 광역시·도별로 3개월 동안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2부〕제도의 중심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한 숙제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권확보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가장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피후견인 대상 중 발달장애인 부분에서는 부모의 사후 또는 보호자가 없는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잔존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는 반면, 자기결정권 확보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후견 유형 중 원칙적 행위능력 상실을 전제로 하고 있는 성년후견의 부당함 지적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먼저 긍정적 측면에서는 그동안 무시돼왔던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고 후견인의 조력으로 독립적 선택을 넓혀갈 수 있다는 데서 피후견인에게 적절한 후견 형태를 지원한다면 잔존능력을 개발하는 등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발달장애인 부모인 김병학 씨는 “성년후견제도는 사무와 의사능력, 즉 자기결정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는 피후견인을 후견인이 조력해서 삶의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후견 유형을 잘 해석해서 맞춤지원한다면 피후견인이 스스로 본인의 의사를 표출하고 결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600여명이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해마다 2,000여명씩 제도 이용 수요가 늘어난다면 3년 정도면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며 “다만 지금의 성년후견제도는 법원과 복지부가 주료 관여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성년후견제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행정 관련 분야와 계약 관련 대상자들에 대한 이해가 준비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안전행정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특히 성년후견제도가 올바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백 개의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며 “이러한 난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 조직부터 정책까지 제도 시행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로 긍정적 기대만큼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발달장애인 부모인 윤종술 씨는 “성년후견제도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제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가 없어 오히려 인권 침해 요소가 있는 위험한 상태.”라며 “구체적 보완 장치 없이 시행된 제도에서 인권 침해적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고 가야한다.”고 촉구했다.

▲ 발달장애인 부모인 김병학 씨
▲ 발달장애인 부모인 김병학 씨
▲ 발달장애인 부모인 윤종술 씨
▲ 발달장애인 부모인 윤종술 씨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심판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의 의사결정이 차단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후견 심판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이 피후견인 자격으로 동석하지만, 이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소통하는 전문가 또는 조력인의 참여가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가정법원에 조력인 참여를 협조하고 있지만 아직 법이나 시행령 등 규정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윤종술 씨는 “발달장애인들은 스스로 진술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조력인이 참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대로라면 심판 과정에서 가정법원의 결정에 이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항고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성년후견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하다면 조력인이 충분히 조력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본인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지침과 법률에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협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만 오고가고 있는 현상에서는 원칙적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 부분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도 제도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과 이보람 조사관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과 이보람 조사관
인권위는 인권과 직결되는 신상 보호와 자기결정을 후견하는 만큼 심판 절차에서부터 피후견인의 참여권 보장은 물론 의사소통 전문가 또는 신뢰관계인을 참여시키는 등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권위 장애차별조사과 이보람 조사관은 “성년후견제도 아래에서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법적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조력이 필요하다면 피후견인의 능력을 지원하고 보충할 수 있는 조력인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의사소통을 어떻게 할 것이가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윤종술 씨는 “부모들은 아이를 오래 키우고 양육하다보니 감으로 느끼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의사소통에 대한 여러 가지 기술적 방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특히 책자라든지 그림, 비디오 등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구체적으로 표준화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들은 ‘왜 우리의 일을 부모가 결정하느냐’고 이야기 한다.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부족하면 그때 도움을 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그동안 발달장애인은 의사결정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어떠한 연구도 체계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비장애인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의사를 확인할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은 당사자가 가진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조력이 필요하고, 이를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준비가 부족한 성년후견제도가 그냥 흘러간다면 이용자 없는 제도로 밝지 않은 미래가 예상된다.”며 “피후견인의 특성에 맞는 개인 맞춤으로 지원되지 않는다면 성년후견제도는 무의미하다. 자기결정 보장과 인권 침해 방지 등 기본적 고민에서부터 성년후견제의 문제점들을 철저하게 보완하는 전면적 검토와 개선, 나아가 체계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위능력 상실 전제한 성년후견 반대…‘조력’하는 특정후견이 바람직

인권 보호라는 공통분모에서 긍정적 측면에서의 준비와 우려적 측면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

이들 모두 후견 형태에 있어서는 원칙적 행위능력 상실을 전제하고 있는 성년후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후견인의 역할을 조력하는 정도의 대리권으로 최소화한 특정후견이 바람직하다는 데 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먼저 성년후견제도의 네가지 유형 중 성년후견에 대한 문제점은 기존의 금치산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성년후견에서 후견인에게는 법률적 대리권과 취소권이 주워진다. 한정후견의 경우는 취소권이 있지만 그 범위를 가정법원이 심판한 사항에 대해서 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성년후견에서는 그 범위가 없기 때문에 모든 부분의 취소권을 후견인이 가지게 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김병학 씨는 “사유가 있을 때는 피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취소가 불가능해야 하지만 후견인에게 모든 취소권이 주워진다면 피후견인의 잔존능력은 무시될 것.”이라며 “돈이 많은 사람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등의 경우라면 법적 대리권이 필요해 성년후견이 사용될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 성년후견은 절대 적용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종술 씨 역시 성년후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씨는 “성년후견은 의사결정능력을 존중하겠다는 성년후견제도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며 “피후견인의 결정에 취소권을 준다는 것은 의사결정능력 자체가 없다고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성년후견제도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용 대상자들은 성년후견이 마치 성년후견제도의 전부인 것처럼 잘 못 이해할 수도 있다.”며 “성년후견제도 전부를 폐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좋은 제도는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정비하되, 잘못된 것은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후견인은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선임되며, 특정후견을 신청한 수정씨의 후견인은 앞으로 수정씨가 원하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병원 등을 동행해 충분한 설명으로 결정을 조력하는 역할을 하게된다.
▲ 후견인은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선임되며, 특정후견을 신청한 수정씨의 후견인은 앞으로 수정씨가 원하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병원 등을 동행해 충분한 설명으로 결정을 조력하는 역할을 하게된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에게 적절한 후견 유형은 어떤 것일까.

관계자들은 후견 유형중 후견인의 역할을 ‘조력’하는 정도로 최소화한 특정후견이 가장 적합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김병학 씨는 “성년후견제도는 사무와 의사능력, 즉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 후견인이 조력해서 삶의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렇기에 후견인의 권한을 조력하는 정도로 규정하고 있는 특정후견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법원에서 한번 판정하면 ‘원인’이 사라지기 전에는 취소가 안 된다.”며 “반면 특정후견은 사건과 기간이 있기 때문에 기간이 지나면 후견 심판이 종료된다. 이 때 후견이 더 필요하다면 특정후견을 연장하거나, 심해질 경우 한정후견 심판을 청구하면 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각 후견 유형별로 특징을 가진 제도인 만큼, 그 유형을 잘 해석해서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한다.

윤종술 씨는 “특정후견이나 한정후견이 발달장애인을 조력해 자기결정을 존중해 간다는 취지에서 가장 적합하다는 데는 동의한다.”며 “다만 개인 맞춤 지원을 위한 준비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제기했다.

이어 “피후견인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어떠한 지원이나 조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고 요청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개인별 지원계획이나 체계적 계획이 없다면 성년후견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례관리사 등이 피후견인과 법원을, 법원과 후견인을 연결하고 찾아주는 과정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제도가 필요하다.”며 “성년후견은 빠지고, 긍정적 영향력이 예상되는 유형들이 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보완하도록 고민해 달라.”고 촉구했다.  

결국 제도의 취지나 그 방향은 설정됐지만, 목표로 가는 방안이나 체계는 마련되지 않아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

윤종술 씨는 “성년후견제도 상에서 피후견인의 대상은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질병과 노령으로 인한 취약계층도 해당한다. 그러나 7월 1일 제도 시행에 있어 발달장애인이 마치 시범사업처럼 적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철저한 준비 없었다는 문제 때문.”이라며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인권침해 소지를 충분히 보완하고 시작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사회는 서비스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발달장애인의 90%가 부모 품에 살고 있다. 부모가 사망하면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기본적 권리가 제도와 서비스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년후견제도는 의미 자체를 잃을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서 보완해야 한다. 특정후견이나 한정후견, 임의후견은 재대로 시행된다면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문제가 있는 제도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그 위에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성년후견제도가 시행은 됐지만 홍보와 관심 부족으로 인한 실질적 정착 가능성에 대한 고민, 후견인 양성에 대한 기준과 그들의 관리 방안, 성년후견제도 하에서 피후견인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과 제도 개선, 이 모든 준비를 이끌어갈 중심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등 새로 시작된 제도에는 많은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김병학 씨는 “성년후견제도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담당하고 연계해야 할 읍·면·동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했다. 제도에 대한 소개에서부터 상담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잔존능력과 자기결정권 존중, 제도의 취지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고, 법과 제도적 준비는 물론 사회적 인식 역시 부족한 상황에서 남겨진 많은 숙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철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7월 1일,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의 재산 관리 및 일상생활과 관련한 신상보호를 지원하기 위한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됐다.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폐지되고 새롭게 시작되는 성년후견제도는, 잔존능력과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법적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성년후견제도는 자세한 소개는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없어 실제 피성년후견인과 가족 등 보호자들의 접근은 어렵기만 하다. 특히 제도의 시행 및 정착을 위한 법·제도적 밑바탕과 더불어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방법과 방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보고 어떠한 숙제들이 남아있는지, 나아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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