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논평

지난 10월 26일 고 김주영열사의 일주기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진행되었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으로 혼자 거동이 힘들던 열사는 작년 이맘 때 활동보조가 퇴근하고 없을 시간에 집에 불이나 돌아 가셨다. 이로 인해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 24시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기는 하였으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사회구조가 중증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김주영열사가 행당동으로 이사 오기 전, 광명시 하안동 영구임대주택에 살고 있을 때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독산역에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였다. 독산역 하안동 방향으로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구조상 설치에 약간 문제가 있어 설치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리프트가 있으나 위험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열사가 살아있을 때, 출근하거나 시내로 나갈 때, 멀리 엘리베이터가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역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비가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날씨가 추우면 고역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에 독산역 하안동방향으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면, 만약에 마을버스가 저상버스였다면, 만약에 활동보조가 24시간 지원이 됐었다면, 만약에 광명시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면, 만약에 열사가 살던 집에 열사가 사용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긴급상황에 중증장애인에 대한 매뉴얼이 있었다면...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이러한 것들이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중증장애인들의 진정한 자립생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열사가 돌아가신 이즈음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2013. 10. 28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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