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발달장애인법 제정 촉구
장애계 비롯한 각계 인사 연대 투쟁 및 선전전 선포

▲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이날 장애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및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는 그날까지 함께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년 1월 2일 광화문 농성이 500일을 맞이하는 날까지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이날 장애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및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는 그날까지 함께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년 1월 2일 광화문 농성이 500일을 맞이하는 날까지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 광화문 광장에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한국장애포럼(KDF)·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13 세계장애인의 날 투쟁과 함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나쁘자나~’ 선포식을 가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지난해 5월 30일 새누리당이 제19대 국회 제1호 발의법안으로 낸 발달장애인법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는 장애인 정책을 마치 입버릇처럼 공약으로 남발했을뿐, 발달장애인법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의견을 나눠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윤 회장은 “정부안이 공개되는 순간 또 다시 허무하게 땅바닥에 앉아 투쟁해야 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우리 자녀들이 당당한 국민으로 살 수 있는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를 폐지하는 날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지난달 9일과 10일, 한 장애인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목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꺼내며 통탄했다.

‘함께 죽을 수밖에 없는’이 아닌 ‘함께 사는 사회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장애인부모(아버지)는 유서에 ‘한국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나의 아버지께서도 술을 드시고나면 ‘나 죽을 때 너도 같이 가자’고 하셨다. 그때 죽는 게 무엇인지 몰라도 듣기 싫었다. 하지만 장애인부모와 당사자는 그 마음을 알 것.”이라며 비참한 현실을 전했다.

이어 “우리가 여기에 와서 하는 이야기는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 권리, 우리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이야기다. 다시는 아버지, 어머니, 나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 극단적 게으른 사람들의 문화공연. 이들은 연극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를 풍자했다.
▲ 극단적 게으른 사람들의 문화공연. 이들은 연극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를 풍자했다.
▲ 야마가타트윅스터(오른쪽)의 문화 공연.
▲ 야마가타트윅스터(오른쪽)의 문화 공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상임대표는 “제21회를 맞는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광화문 농성이 496일 되는 날에도, 우리는 왜 죽어야 하는가.”라고 탄식했다.

박 공동상임대표는 “함께 살자고 외치던 한 가족은 목매달아 함께 죽고, 故 김주영 활동가와 故 박지우·박지훈 남매는 불타 죽었다. 장애인의 인권은 진정한 권리로 보장 받아야 한다. 세계 장애인의 인권을 선언하는 날, 박근혜 정부에게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며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부양의무제와 함께 지난 5월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홈리스행동 박사라 활동가는 “어느 쪽방에서 생활하는 어르신의 수급 신청을 도운 적이 있다. 어르신은 아내와 사별하고 10년째 자녀와 연락 없이 지내고 계셨다. 3년 전에는 자녀가 같은 주소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거절 당했고, 이번에는 가족관계 단절이라는 소명서를 써서 두 달 끝에 간신히 수급자가 됐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자신의 딸이 이름을 바꾼 사실도 모르고 계셨던 어르신은 절규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녀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비가 깎여 나왔다.”고 부양의무제의 부당함을 전했다.

▲ 세종대왕 동상 앞에 닿지 못하고 경찰에게 가로막힌 사다리.
▲ 세종대왕 동상 앞에 닿지 못하고 경찰에 가로막힌 사다리.
기초생활보장 개정안은 ‘해체안’… ‘예산따라 입맛따라’ 될 것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유재중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해체안’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사무국장은 “유재중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급여 항목을 나눠 각 부처를 달리하겠단다. 예산따라 입맛따라 정하는 이들에게 맡겨두겠다는 이야기다. 각 부처의 장관이 정하는 급여 선정 기준과 보장 수준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라고 규탄했다.

이날 자리에는 새누리당을 뺀 각 정당 의원들이 함께해 연대할 것을 약속했다.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비판했다. 그는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을 위한 제도라기 보다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한 뒤떨어진 제도며, 옷에 사람을 맞추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부양의무제 역시 “헌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부정하고, 최저 생계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제도.”라고 날선 목소리를 냈다.

▲ 장애계단체는 퍼포먼스를 위해 세종대왕 동상 앞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경찰측은 사다리를 들고 있어 ‘불법 집회’라며 사다리를 모두 빼앗았다.
▲ 장애계단체는 퍼포먼스를 위해 세종대왕 동상 앞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경찰측은 사다리를 들고 있어 ‘불법 집회’라며 사다리를 모두 빼앗았다.
김 의원은 “옛날에는 ‘잘 사는 나라’를 국민 소득으로 평가했다면, 이제는 ‘장애인이 불편 없이 사는 나라, 가난한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기준.”이라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한국은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따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겉포장하고 있지만, 기만적이고 허구적이다. 또 다시 차가운 땅바닥에서 인권을 외쳐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투쟁 및 선포식이 끝난 뒤 장애계단체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기 위에 움직였으나, 경찰측은 사다리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불법 집회’라며 사다리를 모두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계단체와 경찰측은 충돌했으며, 활동가 한 명이 연행됐다.

한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나쁘자나~’ 선전전은 3일부터 광화문 농성 500일이 되는 내년 1월 2일까지 이뤄진다.

선전전에는 백기완(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장하나(국회의원), 김조광수(영화감독), 권해효(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 경찰측이 장애계단체의 퍼포먼스를 막아서면서 양측은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활동가 한 명이 연행됐다.
▲ 경찰측이 장애계단체의 퍼포먼스를 막아서면서 양측은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활동가 한 명이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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