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피해당사자·대책위, 인권위에 '진상조사' 요구 집단 진정

▲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과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과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당사자들과 대책위원회가 사건의 현재성을 인정하고, 국가적 인권침해 사건으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진정서는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강경선 상임대표·여준민 사무국장,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 한종선 대표 등 3인에 의해 접수됐으며, 28인의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연명했다.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이하 생존자모임)과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3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요구한 것은 ▲형제복지원 수용자에 대한 입소 경위, 학살, 폭력, 성폭력, 강제 감금, 강제 노역, 부당한 처우 등 인권침해를 조사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것 ▲피해 생존자, 사망자 가족 등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과 어려움을 국가 차원에서 배상 및 보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 ▲현재에도 계속되는 시설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하고,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 등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난 1987년, 울산지검의 한 검사가 울주 농장에서 강제노역하고 있던 형제복지원 수용인들을 목격한 후 수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으며, 지난해 피해당사자 한종선 씨가 ‘살아남은 아이’를 발간하며 시설의 위험성을 세상에 각인시켰다.

그 후 지난 11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19개 단체가 모여 대책위가 발족됐다.

▲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당사자 오준구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당사자 오준구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 강경선 상임대표는 “이번 집단진정 기자회견이 대책위 발족 후 공식적인 첫 활동이 됐다.”며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의 책임.”임을 명백히 했다.

강 상임대표는 “일상적인 폭력이 만연한 인권의 사각지대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12년 간 공식 기록으로만 513인이 사망한 형제복지원 사건은 박인근 개인의 책임이라는 차원을 넘어 부랑인으로 낙인찍힌 자들에 대한 국가폭력이라는 점에 방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의 구조적인 인권 탄압을 국가 차원에서 밝혀내는 작업은 당시 부랑인들과 이들의 아픔을 눈감아버린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이를 조장하고 이용해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한 권력의 만행을 망각의 늪에서 건져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건의 피해당사자인 오준구 씨 또한 “형제복지원은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다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국가가 나서줄 것을 주장했다.

오 씨는 “9세 때 형과 함께 부산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혼자서 부산역으로 놀러간 것이 화근이 됐다. 그 곳에서 소리 소문 없이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가 형기 없는 무기수와 같은 비참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전국 최대 규모인 복지시설이었지만, 부랑인을 감금하기 위한 감옥과도 같았던 수용시설이었다는 것.

오 씨는 “이제는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말하려 한다. 한때는 가정에서 사랑받던 아이들과 아버지, 어머니들이, 그리고 이웃들이 죄없이 끌려가 평생 지울 수 없는 시련과 아픔을 자행했던 국가를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하려 한다.”며 “수많은 피해자들과 영문도 모르고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가 진상을 규명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가를 대상으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공무원, 단속요원에 의한 형제복지원 수용 과정을 비판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정유림 기자
▲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공무원, 단속요원에 의한 형제복지원 수용 과정을 비판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정유림 기자

▲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강경선 상임대표와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 한종선 대표가 인권위에 접수한 진정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유림 기자
▲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강경선 상임대표와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 한종선 대표가 인권위에 접수한 진정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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