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교사 내년부터 배치… “정규직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 우선돼야”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하기로 한 ‘시간선택제 교사’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특수교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장애계단체 및 교육단체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선택제 교사’란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교육 공무원으로 하루 4시간(주 20시간)만 근무하고 임금은 그만큼 덜 받는 일자리를 말한다. 근무시간은 주당 15~25시간 범위 내에서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필요에 따라 요일제, 오전·오후제, 격일제 등 다양한 형태로 조정이 가능하다.

이같은 정부의 제도 개편에 따라 ‘여성들이 휴직이나 퇴직 없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고용의 질을 하락시키고 고용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앞서 공공부문 고용률 70% 달성 공약에 따라 시간제 교사를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선발해 각 학급에 배치하고, 매년 늘려 나간다는 내용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 계획’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특수교육계는 즉각 반대 성명에 나서며 ‘정부는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 도입을 중단하고, 특수교사 법정 정원을 확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이하 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1학급만 있는 특수학급에 시간선택제 교사가 배치될 경우 특수학급 담당 교사로서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 ▲시간선택제 교사가 확충될수록 실제 정규 특수교사는 확보되지 않을 것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환경이 더욱 불안정해질 것 ▲일반 정규 특수교사의 행정 업무는 더욱 과중될 것 ▲교직사회 분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불안정한 일자리로 전락할 것 ▲시간선택제 교사의 처우 및 신분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을 것 등의 이유를 들며 시간선택제 교원 도입 계획을 정부에 즉각 철회할 것을 밝혔다.

▲ 2009년~2013년 공립 특수교사 정원 확보율. 이에 따르면 장애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특수교사는 법정 정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실
▲ 2009년~2013년 공립 특수교사 정원 확보율. 이에 따르면 장애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특수교사는 법정 정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실

현재 교육부의 ‘제4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르면 특수학급 수는 최근 5년 간 연평균 600학급 씩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특수학교의 학급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장애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특수교사는 법정 정원 기준보다 7,111인 부족한 전체의 58.6%로, 법정 정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특수교사 부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는 특수교육 현장에 기간제 교원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이에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기간제 교원 수는 전체의 30.2%에 달하는 상황.

연대 측은 “특수교사 부족으로 과밀학급이 늘어나고 특수교사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현장에 기간제 교원이 배치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며 “이에 더해 시간선택제 교원까지 도입된다면 특수교육 현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수교육 분야의 특수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정부의 이러한 형태의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장애학생을 담당하는 특수교사의 경우 교과학습 뿐 아니라 일상생활지도, 적응행동지도 및 사회성지도 등을 담당해야 하는데 수업만 담당하는 시간선택제 교원이 과연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

현장에서 기간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교원들도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기간제교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아닌 불안정한 일자리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쪽 교사’인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 도입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다.

▲ 3년 째 기간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택수 씨.
▲ 3년 째 기간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택수 씨.
현재 한 고등학교에서 3년 째 기간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택수 씨는 “정규 교사는 한 학교에 5년 정도 재직할 수 있는데 계약직이나 비정규 교사 같은 경우에는 보통 한 학교에서 4년 이상은 써주지 않는다고 한다. 내년이면 다시 계약을 해야 하는 상태인데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처음에는 특수교사의 법정정원을 늘린다고 했다가 이제 시간선택제 교사로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학생들을 잘 가르치느냐가 아닌 수업 시간만 채우고 가버리는 식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시간선택제 교사보다 전일제 특수교사의 법정정원을 늘려 정규 교사를 많이 뽑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시간선택제 제도와 같이 불안정한 정책이 아니라 기존의 정규직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은 “특수교사 부족으로 과밀학급이 늘어나면서 많은 특수교사들이 배치되지 못하고, 일반 교사가 장애학생을 담당하는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장애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학생에게 제공되는 특수교육은 다양한 비교과 영역의 지도도 중요한 만큼, 정규직 형태의 특수교사 충원을 통해 이들을 위한 교육이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또한 “시간선택제 교사는 절대 양질의 일자리 정책이 될 수 없다. 시간제 교원의 증가는 전체적인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교총 관계자는 “정부 발표대로 하면 시간선택제 교사는 현재 9호봉 신규교사의 임금인 219만 원(세액공제 전)의 50~70% 정도인 109만 5,235원~153만 3,329원을 받게 된다.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154만 6,399원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며 “특히 공무원은 겸직 금지 대상이므로 이 정도의 임금으로는 생활 자체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호봉 승급이나 연금 등도 실제 근무하는 시간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정규 교원과 계속 격차가 발생해 경력이 쌓일수록 불이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선택제 교사는 저임금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지나지 않으며, 교육의 질과 고용의 질을 하락시키고 학교 현장의 고용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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