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단체 접근권·이동권 보장 촉구,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임원진과 면담 진행

▲ 27일 오후 1시 40분에 출발하는 세종청사행 고속버스에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는 문구가 걸렸다.
▲ 27일 오후 1시 40분에 출발하는 세종청사행 고속버스에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는 문구가 걸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은 지난 27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무인발권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은 이 자리에서 “장애계는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교통약자가 대중교통을 차별 없이 이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여는 발언에서 “장애인이 버스를 못 탄다는 것은 옛 말.”이라며 “하지만 장애인에게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여전히 먼 그림.”이라고 말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또 “고속버스를 타려고 하면 수동휠체어를 짐칸에 싣고 장애인은 기사의 등에 업혀 버스 좌석까지 가야한다.”며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민들레 장애인 야학 박길연 교장도 발언을 이어갔다.

박 교장은 “제 1,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에 따라 전체 시내버스의 50%가 저상버스로 도입돼야 하지만 전국적으로 저상버스 도입률이 14.5%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이어 “곧 설 명절이 다가오지만 우리는 가고 싶은 고향도 제대로 못가는 현실.”이라며 “장애인이거나 비장애인이거나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는 “왜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수십 분이 걸리고 다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는 이 시대의 천민이 아니라 권리를 누리는 사람인데 왜 광역·시외·고속버스를 타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버스회사나 터미널 관계자가 아닌 정부가 나서서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27일 전장연 등 장애계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무인발권기 앞에서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의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지난 27일 전장연 등 장애계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무인발권기 앞에서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의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미지근한 입장도 지적했다.

박 상임대표는 “장애인 한두 명을 도와주고 마는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고속버스를 개조해 모든 교통약자를 태울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기다리라는 답변만 일관한다.”며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돼 가는데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권리가 심각하게 제한되는 것에 대해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책임 있는 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 등 장애계는 “장애인도 한 사람의 국민이자 시민으로서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등을 이용할 권리가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고향을 갈 자유가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즉각 이동편의증진법을 개정하고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가 고속버스에 휠체어를 탄 채로 오르고 있다.
▲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가 고속버스에 휠체어를 탄 채로 오르고 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장애계는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박경석 상임대표 등 장애계 관계자는 오후 1시 40분에 출발하는 세종청사행 고속버스를 타려 했다.

하지만 휠체어가 버스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고 버스 출입구에 가로막혀 결국 박 상임대표는 버스에 탑승하지 못했다.

박 상임대표가 고속버스 탑승을 하고 있는 사이 이 모습을 본 한 참가자는 “장애인도 국민인데 국민으로서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는 “고속버스를 개조해서 리프트를 설치하고 KTX처럼 리프트로 교통약자가 고속버스에 오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예비승강장으로 이동해 다른 고속버스를 타려는 것을 경찰이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장애계는 경찰을 향해 길을 막아서지 말 것을 강조하며 전동휠체어로 경찰이 든 방패를 밀고 그 사이를 뚫으려 하는 등 장애계와 경찰 간 마찰이 발생했다.

오후 1시 30분경부터 시작된 장애계·경찰의 대치상황은 오후 3시경까지 이어졌으며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임원진과의 면담이 이뤄지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이어 열린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임원진 면담에서 장애계는 장차연 박김 사무국장과 장호동 활동가, 전장연 박 상임대표, 김도현 조직실장이 함께 했으며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은 노재택 상무, 윤경환 부장, 민병찬 영업부장 등이 함께 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임원진은 이 자리에서 “정부 보조를 받는 코레일 등과 달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정부 보조를 받지 않는 기업이고 최근 재정적 여건이 좋지 않아 수익이 감소하는 추세.”라면서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고속버스 등을 타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측에 건의할 뿐만 아니라 추후 장애인이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한 장애인이 경찰과 충돌한 도중 휠체어 바퀴가 보도턱과 도로 사이에 걸쳐서 움직이지 못했다.
▲ 한 장애인이 경찰과 충돌한 도중 휠체어 바퀴가 보도턱과 도로 사이에 걸쳐서 움직이지 못했다.

한편 장애계는 ▲오늘 고속버스를 타고 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조직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공문과 장애인언론을 통해 사과할 것 ▲단기적인 대책으로 인적서비스를 활용해 교통약자가 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 불편함을 최소화할 것 ▲고속버스를 탈 때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접근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국토교통부와 함께 제도개선에 나설 것 ▲오늘 타지 못한 고속버스 표 10매에 대한 비용은 고속버스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정하고 규정에 따라 배상하라고 요구했으며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측은 이에 대한 답변을 다음달 28일까지 공문으로 답변하기로 했다.

▲ 장애계와 경찰 간 대치가 이어진 가운데 고속버스 운전자석 앞에  한 선전물이 놓여 있다.
▲ 장애계와 경찰 간 대치가 이어진 가운데 고속버스 운전자석 앞에 한 선전물이 놓여 있다.
▲ 장애계와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임원진이 회의실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 장애계와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임원진이 회의실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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