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신문고 제작진에게 도착한 이메일 한통.

시각장애인인데, 약을 먹을 때마다 지금 먹는 약이 알맞게 먹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메일을 보내주신 분과 만나, 얼마나 많은 약들이 시각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근처 약국을 찾아가 보았는데요.

현장음)
종합감기약하고, 상처 난 곳에 바르는 연고, 소화제 부탁합니다.
종합감기약하고, 소화제는 두 알씩 하루 세 번씩 드십니다. 식사 후에 물 많이 드시고 왼손에 들고 있는 것이 소화제예요.
이 약이 감기약이고요?
그렇죠

약사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집에 있는 보관함에 새로 산 약이 들어가는 순간 말로 들은 설명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강윤택 소장 /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일단은 종합감기약은 지금 감기 걸려서 먹지만 놔뒀다가 나중에 먹을 때 몇 알씩 먹어야 되는지 이런 것이 좀 어려울 것 같고요 그리고 약상자도 거의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해서 먹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약들 대부분이 시각장애인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약을 구분할 수 없어 잘못 먹었던 적이 자주 있던 강 씨는 사무실에 오자마자 약국에서 산 약들에 표시를 하는데요.

강 씨의 경우에는 사무실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기에 점자테이프로 손쉽게 표시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표시를 해놓을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헷갈리기 쉽습니다.

강윤택 소장 /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화제 이름하고 숫자 2라고 쓴 것은 두 알씩 먹으면 된다고 표시를 한 것이고요 오늘 산 약들에는 약명이 점자로 표시되어 있기는 했지만, 흐릿하게 표시되어 있고, 위치도 제각각인지라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강윤택 소장 /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약상자에 약 이름을 점자로 찍어놨다고 하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시각장애인은 읽을 수가 없는 점자예요. 너무 흐리다보니 만져서 알 수가 없어요. 점자를 찍으면 부피가 좀 나오기는 하지만, 약 이름하고, 한 알 먹는지 두 알 먹는지, 유통기한 이 세 가지 핵심적인 내용이라도 기록을 해주면 시각장애인들이 복용할 때 유용할 것 같고요

이처럼 점자표시가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겪게 되는 불편함은 의약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샴푸나 화장품 같은 생활필수품에서도 마찬가지로 불편함을 겪고 있었는데요.

강윤택 소장 / 우리동장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가장 헷갈릴 때가 샴푸와 린스를 묶음으로 살 경우가 있잖아요. 똑같이 생기다보니 기본적으로 위치를 분리해서 놓기는 하는데 이럴 때도 이름이라도 점자로 표시되어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고요.
남자들은 덜한데 여자들은 화장품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이럴 경우에도 점자표시가 다 안 되어있으니까 일일이 구분해야 되는 불편함이 있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의약품과 생활필수품. 형식적인 점자표기로 인해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과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시각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취재: 정제원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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