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시민연대 성명서

얼마 전 송파구에서 세 모녀의 자살사건이 발생하였다. 마지막으로 집세와 공과금을 내어놓으며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길 만큼 성실하고 선량했던 우리 이웃, 시민의 죽음이다.

뿐만 아니라 생활고를 비관한 빈곤층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에게 복지제도를 잘 알리고 사각지대를 줄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관심은 좋으나 복지제도 수급신청을 하지 못하여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는 인식은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자살한 모녀가 ‘신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공공복지제도에 의해 지원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엄격한 소득인정액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당연히 배제되었을 것이다.

또한 긴급복지지원에서도 일정 기간의 진료기록 등 스스로의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것을 까다롭게 입증해야 하기에 이들은 적용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이 갖추어져 있는데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는 것은 문제의 인식이 잘못된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 문제이다. 본질적으로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제도가 취약한 것이다. 신청을 하지 않은 국민이나 홍보를 잘 하지 못한 현장실무자에게 교묘하게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니다.

이번에 정부에서 내어놓은 사각지대에 대한 일제조사나 사회복지인력의 충원 등 대책방안도 지탄받아야 할 상황이다. 전혀 새롭지 않고 충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3년 전 소위 ‘화장실 남매’ 사건 이후로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했었고, 긴급지원도 수행한 바 있다. 당시 지금보다 훨씬 더 요란한 대책수립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커녕 그 이후 복지사각지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인력의 충원 대책도 이미 약속되었던 내용을 다시 발표한 것이 대부분이다. 매번 유사한 대책발표의 반복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덮고자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빈곤층의 자살사건들은 현 정부의 기존 정책방향으로 복지사각지대를 땜질하여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총체적 균열에 주목해야 한다. 양극화는 계속 심해지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생활이 나아질 수 없다는 절망에 그 어느 때보다도 좌절하고 있다. 복지정책과 제도는 국민이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나락에 빠져 든 후에야 개입하는 잔여적 방식이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방향 자체가 생존권 보장과는 반대의 방향이다. 자살은 어떠한 경우에도 바람직하게 여겨질 수 없는 것이지만 이 같은 일들이 발생할 개연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책방향을 바꾸어 보편적 복지의 보강을 통해 빈곤에 대한 예방적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정책방향을 유지한 채로 복지사각지대에 대응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금의 복지사각지대 대책은 이번 자살과 같은 사건을 막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할만한 능력이 있다. 예산이 모자라고 더 성장을 해야 한다는 반대논리도 있지만,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수준일 때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매우 적은 복지예산을 투입하고 있을 뿐이다.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의지 문제이다. 국민의 신청여부를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강화로 정책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2014년 3월 10일

복지의 가치로!! 시민의 눈으로!!

서울복지시민연대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