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안전시설물 구조시설 시행규칙 위반…장애인 비롯한 보행자 위험

▲ 규정에 어긋난 볼라드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규정에 어긋난 볼라드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 관악구 21개 동의 볼라드(자동차진입억제용말뚝) 608곳이 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탄성이 없는 재질로 만들어져 사고의 원인이 되거나 간격이 무분별하게 설치돼있는 등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보행안전시설물 구조시설 시행규칙을 모두 위반했다는 것.

이는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실시한 ‘편의시설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른 결과로, 지난해 5월~11월까지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 확보를 위해 서울 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건축학과와 법학과 학생 5인의 도움을 받아 조사·분석한 내용이다.

본 모니터링의 조사는 2012년 불법 볼라드에 부딪혀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은 시각장애인 여성의 공익소송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소재하고 있는 관악구 지역을 대상으로 볼라드의 규정 준수여부, 비시각장애인의 인식조사, 시각장애인의 불편사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총 608곳의 볼라드가 조사됐으며, 이중 6가지 규정(▲보행을 방해하지 않음 ▲반사도료사용 ▲높이 80cm~100cm ▲지름 10~20cm ▲볼라드간 간격 1.5m내외 ▲충격흡수재질 사용 ▲0.3m전방 점형블럭 설치)을 준수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볼라드 0.3m전방에 충돌우려가 있음을 미리 알리는 ‘점형블록’을 설치하지 않아 문제가 된 곳은 89.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석재나 철재 볼라드 등 보행자의 충격을 흡수하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곳도 73%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인도 한 가운데에 설치돼 있거나, 높이가 너무 낮아 사고의 위험이 높은 볼라드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시각장애인 이건호(24) 씨는 “대부분의 볼라드가 눈에 띄지 않아 인식이 어렵고, 높이가 낮아 부딪히는 등 시각장애인들이 보행 시 불편을 겪은 사례가 매우 많다.”며 “하루 빨리 규정에 위반된 볼라드를 철거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재질의 볼라드로 재설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따르면 본 조사는 관악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나, 이는 관악구 뿐 아니라 타 지역도 동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인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약자에게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빠른 시정이 필요한 상황.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남정한 사무국장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구조물이 오히려 보행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번 편의시설 모니터링의 조사결과가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이동권 확보에 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책적으로 조금이나마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시각장애인의 권익증진을 위해 ‘편의시설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으로, 올해는 지하철 출구 및 역사 내에 설치된 음성유도기 작동유무를 확인하고 출구의 접근성 정도를 파악하는 등 지하철의 편의시설에 대해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 규정에 어긋난 볼라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규정에 어긋난 볼라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규정에 근접하게 설치된 볼라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규정에 근접하게 설치된 볼라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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