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공연, 배우 이동우 씨 인터뷰

▲ 이동우 씨가 주연으로 나선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시각장애인 아빠와 속 깊은 딸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토리피 제공
▲ 이동우 씨가 주연으로 나선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시각장애인 아빠와 속 깊은 딸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토리피 제공

개그맨과 가수, 라디오 DJ까지 방송가에서 폭넓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배우 이동우(43) 씨. 그가 지난 8일부터 연극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 씨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시각장애가 있는 아빠와 그의 속 깊은 딸이 전하는 가슴 따뜻한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이다.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은 왕년에 연기파배우로 이름을 떨쳤으나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빠 ‘성구’가 10년 만에 느닷없이 나타난 딸 ‘단아’와의 관계를 통해 상처가 치유되고 변화되는 회복의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고 시력을 잃은 이 씨가 시각장애인 아빠 ‘성구’의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씨는 지난 1993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1990년대 중반 그룹 ‘틴틴파이브’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2004년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고 시력을 모두 잃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광수용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서서히 시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그는 ‘슈퍼맨 프로젝트’라는 구호 아래 철인 3종 경기 완주와 첫 솔로 재즈 앨범 발매, 단독 콘서트 개최 등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은 이러한 ‘슈퍼맨 프로젝트’의 마지막 도전 무대다.

지난 12일,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프레스콜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이 씨는 실명 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더 많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 되지 않은 예전의 저였다면 아마 경솔하게, 경거망동하면서 가벼운 것들에 취해서 살아갔을 겁니다. 충분히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는 고통임에도 ‘죽겠다 죽겠다’ 하면서 살았겠죠. 저는 장애를 선물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어요. 무엇이 진짜 사랑이고 아픔인지 보게 됐습니다. 그동안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진짜 아픈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지 못하고 살았거든요. 그것을 다 보게 됐죠. 이것은 굉장한 선물이죠.”

이 씨는 “무한경쟁 사회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을 위해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이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합니다. 그럼 이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를 누가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연예인이에요. 굉장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는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연예인이라는 재능이 있어요.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죠. 다만 조금은 달라졌죠. 관객이 공연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닫고 있었던 마음의 문을 자연스럽게 열어 드리고 싶은 생각입니다. 우리 모두가 다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니까요.”

▲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주연배우로 나서는 이동우 씨. 이 씨는 작품을 통해 ‘상처를 덮지 말고 드러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정유림 기자
▲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주연배우로 나서는 이동우 씨. 이 씨는 작품을 통해 ‘상처를 덮지 말고 드러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정유림 기자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은 이 씨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생각해 온 부성애에 관한 이야기다. 실제로 아홉 살이 된 딸이 있는 그는 사랑하는 딸을 볼 수 없어 더 애틋하고 애절한 아버지의 감정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이 씨는 “3년 전 쯤, 당시 ‘오픈 유어 아이즈’라는 창작극을 공연했었는데, 언젠가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며 “그 후 3년이 흘렀고, 찾고 있던 배우와 연출자들을 다 만나게 됐다. 이후 일사천리로 작품이 진행되게 됐다.”며 웃음 지었다.

이 씨는 이번 작품에서 딸로 등장하는 ‘단아’ 역의 아역배우 김예원·이연수 어린이, 의형제처럼 지내는 ‘황진호’ 역의 김호진 씨 등과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다.

소극장 무대지만, 동료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동선을 이해하기까지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을 터.

이 씨는 “다른 배우보다 연습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며 “완벽한 무대를 위해 집에서도 계속 훈련을 거듭하는 등 부지런히 대사와 동선에 매달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등장인물이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관객이 감안하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배우로서 그것을 믿고 연습을 게을리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이 씨의 지론. 서울예대 시절부터 연극에 대한 애정과 욕심으로 학교 내 공연은 물론, 대학로의 소극장 공연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그답게 무대 위에 있을 때는 한없이 자유롭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짜인 채로 무대 위에 올라가는데, 이 공간에서는 참 자유롭습니다. 서로 연기자들끼리 약속된 것들만 해야 하는데 왜 자유로울까. 말로 표현하기 참 힘들죠. 극중 ‘성구’는 혼자 남게 되지만 자신감을 되찾고 삶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데, 이것은 무대 위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은 부녀간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순히 ‘부성애’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이 씨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상처를 덮지 말고 드러내라’는 것.

이 씨는 “상처가 있다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흠 잡힐 일도 아니다. 누구는 몸이 아프지만 누구는 마음이 아프다. 아픈 곳과 아픈 이유는 다르지만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아픔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극중에서 진호가 팔에 있는 상처를 보여주면서 ‘반소매 입으니까 참 시원하다’고 고백하는데, 그때 제가 ‘잘했다. 너 제일 잘했다’라고 대사를 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대사를 하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잘했다 진호야. 우리 앞으로 상처 드러내고 살자. 네가 가진 상처, 내가 가진 상처 결코 더 이상 덮지 말고 살자’라고 해요. 아마도 이처럼 마음으로 하는 대사가 관객에게 크게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가장 평범하지만 위대한 영웅인 슈퍼맨의 힘을 각인시켜 줄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이 씨는 ‘계산하지 않고 마음 그대로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들이 ’진짜 슈퍼맨‘이라고 표현했다.

이 씨는 “성공할지 실패할지 예상할 수 없지만 일단 망설임 없이 일어서고 달려보고 날아가는 것이 바로 슈퍼맨이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너무 머리로만 살고 있다.”며 “머리가 전부가 아닌, 심장으로 솔직하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주변에 참 많다. 시력을 잃은 뒤 우리 사회의 진짜 슈퍼맨들을 많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철인3종 경기, 재즈 가수, 연극 무대 도전까지, 남들이 살면서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일들을 계속해서 실행에 옮기고 있는 이 씨에게 앞으로 남은 꿈이 있을까.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전혀 손도 댈 수 없었던 것들이라면 아마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못 하는 것을 일부러 도전하고 보여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해서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이면 되도록 많이, 주저 없이 시작하죠. ‘사람이 일관성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주변에서 해요.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인생이라는 것이 매우 짧아서 하고 싶은 것은 좀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우물만 파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우물만 판다고 또 파지나요? 하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한 도전을 하고 싶다는 이동우 씨. 그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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