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개최국 자존심 지키기 위해 ‘선수 발굴과 훈련 여건 개선’ 시급

전 세계 45개국에서 1,000여 명의 선수단이 출전해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아이스슬레지하키, 휠체어컬링 5개 종목에서 경쟁을 펼쳤던 2014소치장애인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바이애슬론을 제외한 4개 종목에 27인 선수단을 파견해 열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4년 뒤 대회인 2018평창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 반드시 주인공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기상악화 등으로 실격 이어진 ‘알파인스키’

알파인스키에서는 우선, ‘베테랑’ 박종석 선수와 ‘만능 스포츠맨’ 이치원 선수의 실격소식이 이어져서 아쉬움을 남겼다.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으로 노장의 선수지만 노하우를 앞세웠던 박종석 선수는 첫 번째 경기였던 활강에서 12위에 오른 반면, 이어진 슈퍼콤바인과 회전, 대회전에서 모두 실격되면서 제대로 경기를 치러보지도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 알파인스키ⓒ대한장애인체육회
▲ 알파인스키ⓒ대한장애인체육회
특히 지난 13일 회전에서 박종석 선수는 1차 레이스 기록은 1분4초61, 22위의 기록으로 두 번째 레이스에 나섰지만 경기 도중 넘어저 완주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직전 일본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회전 3위를 차지했던 만큼 기대가 남달랐지만 아쉬움만 남았다.

회전과 대회전에 출전했던 이치원 선수 역시 실격으로 2차 레이스 출전이 불발됐다.

현지 소식에 따르면, 설질이 좋지 않아서 넘어지는 등 실격 처리되는 선수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눈과 비가 계속돼 경기가 지연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기상 악화 속에서 특히 후반부에 경기를 치렀던 우리 선수들은 전반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른 뒤 슬로프의 눈 곳곳이 파이는 범프까지 생겨나서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반면 알파인스키에서는 여자 시각부문에 출전한 양재림 선수가 기대주로 떠올랐다.

대회 마지막 날인 16일 대회전에서 여자 시각부문에 출전한 양재림 선수는, 1·2차 레이스 종합 3분05초90으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3위 선수와는 3초79 차이다.

경기를 마치고 기록을 확인한 양 선수가 눈물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져 아쉬움을 더했지만, 2002년 솔트레이크에서 한상민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한 뒤 장애인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알파인스키에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각부문에 출전해 이지열 가이드와 출발선에 선 양 선수는 1차 레이스에서 1분36초82를 기록하며 네 번째로 결승점을 통과해 2차 레이스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차 레이스에서는 이보다 기록을 앞당긴 1분29초08로 결승점을 통과했지만, 종합 기록은 3분05초90으로 4위에 머물렀다.

1위를 차지한 슬로바키아 Henrieta FARKASOVA 선수와는 17초27차이로, 호주 Jessica GALLAGHER 선수와는 약 3초 정도 뒤처져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생후 과다 산소 투입으로 미숙아 망막증 판정을 받은 뒤 한 쪽 눈이 거의 안보일 정도로 나빠져 있다는 양 선수는 2010년 스키협회를 찾아와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미국노암컵대회에서 회전 3위를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2012년에는 네덜란드 IPC-AS 회전에서 1위를, 지난해 스페인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회전 5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주종목이었던 회전에서 좋은 기록으로 경기를 펼치던 중 결승점을 얼마 남기지 않고 넘어져 실격되면서 아쉬움을 남겼고, 대회전에서 메달을 바라봤지만 4위에 머물러야 했다.

스물 네 살의 나이로,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동계종목 국가대표 선수단에 기대주 꼽히는 양 선수.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 했지만, 평창을 바라보는 한국 대표단에게 가능성과 기대를 동시에 선물했다.

결승점을 향한 멈추지 않는 질주 ‘크로스컨트리’

크로스컨트리에는 좌식부문 서보라미 선수와 시각부문 최보규 선수가 출전을 했다.

서보라미 선수는 밴쿠버에 출전을 했던 선수로, 이번 대회에서는 메달권 진입보다는 국제무대 경험을 키우고 기록을 단축하는 데 집중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 크로스컨트리ⓒ대한장애인체육회
▲ 크로스컨트리ⓒ대한장애인체육회
그 약속대로, 1km 질주와 5km에서 모두 완주를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최보규 선수 역시 첫 출전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1km 질주와 10km에서 완주에 성공을 했지만 하위권에 그쳤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오전 10부터 라우라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시작된 1km 질주 남자 시각 부문 예선에 출전한 최보규 선수.

서정륜 가이드와 호흡을 맞춰 최보규 선수의 설원 위 질주가 시작됐다. 출발선을 떠난 최보규 선수는 5분여 뒤 결승점 부근에 모습을 보였다. 관중석 앞 결승점을 향해 코너를 돌아오는 모습은 지쳐있었다.

서정륜 가이드의 “끝까지, 끝까지”라는 외침이 중계화면을 통해 전해졌고, 결승점을 통과한 최보규 선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았다.

기록은 5분17초21로 17위, 1위 캐나다의 Brian MCKEEVER 선수의 3분32초51과는 1분44초70 차이다.

18인 선수 중 8인에게만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첫 출전한 장애인올림픽에서 끝까지 달리는 모습으로 열정을 전했다.

이어 대회 마지막날인 지난 16일 남자 10km 시각부문에 출전해 질주에서도 끝까지 완주 했지만, 하위권에 머물렀다.

최보규 선수는 “시합 날 눈이 와서 좋지 않은 조건이었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경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크로스컨트리에서는 대회 출전까지는 예정돼 있지 않았던 혼성 10km 경기에도 서보라미·최보규 선수가 출전해 질주를 벌였다.

혼성계주는 각 팀마다 네 명의 선수 출전이 원칙이지만 감독자 회의에서 두 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결정하면서 경기 전날 출전이 확정됐다.

두 선수의 기록은 37분 21초3으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 러시아와는 10분 가까운 차이다.

네 명이 경기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두 명이 번갈아 경기한 한국은 수적으로 열세를 보이면서 한바퀴 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결승점을 향해 끝까지 멈추지 않았고, 관중석의 박수가 이어졌다.

빙상 위 아름다운 열정 ‘아이스슬레지하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7-8위 결정전에서 스웨덴을 2대0으로 이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경기에서 한국은 1피리어드에서 장동신이 먼저 득점을 얻었고, 2피리어드에서는 정승환 선수가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경기에서 28개의 골을 시도하며 경기를 이끈 한국은 스웨덴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의 저력을 발휘했다.

▲ 아이스슬레지하키ⓒ대한장애인체육회
▲ 아이스슬레지하키ⓒ대한장애인체육회
당초 4강을 목표했던 한국은, 예선 첫 경기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만나 승부치기까지 간 끝에 역전 승을 거뒀다. 이어 아이스슬레지하키 강호 미국을 만나 아쉽게 패했고, 4강 진출의 마지막 승부였던 이태리에게 발목을 잡히며 메달권 진출에서 멀어져야 했다.

비록 7위로 마무리 한 소치장애인동계올림픽이었지만, 한국은 최고의 공격수 정승환 선수를 세계 무대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

IPC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라고 극찬하며 종목 간판 모델로 내세웠다. 소치장애인올림픽을 빛낼 20인의 명단에 정승환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상대 국가들은 정승환 선수의 빠른 스피드와 패스 등을 견제 한 듯 집중 마크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빙판위의 메시’라는 그의 별명이 무색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미국 전과 이탈리아 전에서 상대팀의 강력한 보디체크에 부상 위기를 넘기기 까지 했다.

모든 경기를 마친 김익환 감독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 모두가 고생했고, 개최국 러시아를 이기는 등 기록은 미래를 보게 했다. 다음 대회인 평창에서는 꼭 주인공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을 기약한 ‘휠체어컬링’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3승 6패로 경기를 마감했다.

현지시간으로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오전 핀란드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7대6으로 유종의 미를 기대했던 한국은 마지막 상대인 스웨덴에게 3대13으로 큰 점수차를 넘지 못하고 빙상에서 내려왔다.

▲ 휠체어컬링.ⓒ대한장애인체육회
▲ 휠체어컬링.ⓒ대한장애인체육회
밴쿠버의 깜짝 은메달의 기록으로 기대를 모았던 휠체어컬링.

첫 상대였던 노르웨이에게 0대10으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2차전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9대5로 승리를 거뒀다. 이후 전력을 재정비하고 메달권 진입을 위해 투구에 집중했지만 영국과 러시아, 중국에 까지 패하며 4강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어 한국은 슬로바키아에게 승리를 거두고 캐나다에게 다시 패, 지난 13일 경기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에게 1승과 1패를 추가하며 모든 경기를 마무리해 9위로 빙상을 내려와야 했다.

한국은 밴쿠버 ‘깜짝 은메달’을 재연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각인시키고자 고군분투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국은 밴쿠버 은메달의 주역이었던 강미숙·김명진 선수와 국제무대 진출이 처음인 김종판·서순석·윤희경 선수가 팀을 이루며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소치행에 올랐다.

휠체어컬링이 최근 국내에서도 클럽형태의 생활체육으로 성장하며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모든 시·도가 출전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적은 숫자다.

더불어 국가대표 선수들의 전용 훈련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지방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은 훈련 후반부가 돼서야 비장애인 선수들이 대회 출전으로 비운 태릉선수촌을 컬링 경기장을 이용했다. 상시 훈련을 할 수 있는 실업팀은 한 팀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캐나다와 같은 경우는 모든 시·군·구에 컬링장이 하나씩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컬링 인구가 많고, 휠체어컬링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적인 예로도 보여 지는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의 열악했던 여건, 그 속에서도 선수들은 훈련을 계속했고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며 대회를 마무리 했다.

이제는 ‘평창’…선수발굴과 훈련 여건 개선 시급

대회가 마무리 되고, 이제 4년 뒤 한국은 2018 평창장애인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주인공이 된다.

개최국의 입장에서 반드시 메달 획득 등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안겨진 것.

우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선수 발굴이다.

우리 출전 선수들의 연령을 보면 30대에서 40대, 많게는 50대 까지 노장 선수들이 많은 상황. 물론 이 선수들 탄탄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신인 선수들이 발굴돼 뒤를 이어나가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선수층이 얇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우들이 있었기 때문.

이 선수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먼저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많이 즐길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된 환경을 바탕으로 생활체육이 활성화 되고, 꿈나무를 발굴해 전문 선수로 키워나가는 단계들을 계획돼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또 나아가 이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해 기량을 높일 수 있도록 실업팀이 생겨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소치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보면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선수 일부가 하이원스포츠단에 입단해 있고, 아이스슬레지하키에 강원도청 팀이 있는 것이 실업팀의 전부다.

이는 이제 대회기를 인수 받아 4년 뒤 평창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애인스포츠계에 관심과 지원, 변화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되는 것. 선수들이 전문 선수로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 다면 기량 발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을 위해서는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투자, 이를 바탕으로 한 성장을 이끌어가는 계획이 시급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출전하지 않은 종목이 있다는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바이애슬론과 이번대회 첫 선을 보인 스노우보드에 출전하지 않았다.

국내에는 해당종목이 잘 알려지지 않아 대회조차 없는 실정에서, 다양한 종목으로 선수들이 발굴 될 수 있도록 노력 또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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