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대책위 첫 공청회, 특별법 제정 거듭 촉구

▲ 형제복지원사건진실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가 특별법 제정관련 첫 공청회 진행하고 있다.  ⓒ 박정인 기자
▲ 형제복지원사건진실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가 특별법 제정관련 첫 공청회 진행하고 있다. ⓒ 박정인 기자

지난 11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 및 피해자 지원에 대한 특별법’ 제정 청원 이뤄졌다.

무고한 사람들을 강제로 끌고가 감금과 폭력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일으켰던 부산 형제복지원. 1987년 단일 장소에서는 최대 규모의 학살이 자행 된 것으로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발생한지 올해로 27년이 흘렀다.

생존자이자 ‘살아남은 아이’의 공저자인 한종선 씨와 다른 생존자들은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이 왜 형제복지원에 있어야 했는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과 관련된 이들은 현재까지도 이 사건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상태다. 피해자들조차 아직까지도 여전히 형제복지원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이야기 한다.

이에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1일 공청회를 열고 형제복지원 관련 법률이 국회에서 조속히 제정돼 진상 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형제복지원, ‘국가에 의해 벌어진 인권 유린 사건’

대책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에 의해 벌어진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부랑인에 대한 수용의 근거 조항인 ‘내부부 훈령 제410호로 발령’한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을 그 이유로 들었다.

훈령에 따른 부랑인의 정의는 ‘일정한 주거가 없이 관광업소, 역, 버스 정류소 등 많은 사람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곳과 주택가를 배회하거나 좌정해 구걸 또는 물품을 강매함으로써 통행인을 괴롭히는 걸인, 껌팔이, 앵벌이 등 건전한 사회 및 도시 질서를 저해하는 모든 부랑인’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노변행상, 빈 지게꾼, 성인 껌팔이 등 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는 자들’이라고 규정했다.

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조영선 변호사는 “당시 신민당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내부 근무 평점 항목에는 구류자2~3점, 형제복지원 입소는 5점으로 매겨져 있었다.”며, “지역 파출소 소장은 수용기관에 1주 1회 순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부산시와 경찰 등이 조직적으로 ‘정화차원’에서 사람들을 강제로 수용했다는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증명한다는 것.

대책위는 “헌법·형법·형사소송법 등에 위반한 위헌과 위법한 훈련에 의한 것이었고 공무원의 위헌, 위법적인 훈령에 근거한 행위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가와 부산시는 형제복지원 안에서 벌어진 감금과 강제노동, 폭행 등 인권 침해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인권 침해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책임한 태도를 언급하며, “국가 권력의 조장과 방조에 의해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전형적인 사례며, 국회차원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대표인 한종선 씨는 “우리가 왜 끌려갔었는지, 우리가 왜 그 안에서 죽어야 했었는지, 왜 지금까지 말 못하고 살았어야 했는지에 대해 진상 규명을 해 달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며, “형제복지원 사건은 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인근(당시 원장)이 혼자 징역 2년6개월을 살았다는 이유로 그냥 끝났다.”고 개탄했다.

‘인권 유린, 공소시효 없어야’

한종선 씨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누구나 이해 할 수 있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법의 상식에 따라, 인권 유린에는 공소시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국 사법제도는 ‘증거주의’로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에 입소 자료가 없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다.

형사소송법상 판결이 확정돼 판결의 실체적인 확정력이 생기면,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거듭 심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다.

이와 같은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은, 피해자들에게 ‘범죄자를 감싸주는 법’밖에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중앙일보에서 경상남도 지역 취재를 맡았던 허상천 기자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서울대 박종철 학생 고문치사사건과 같은 시기에 발생하는 바람에, 시국사건에 가려 세간 여론의 뒷전으로 밀려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부산시장이 경남지역 사회복지단체 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박인근 회장에 대한 구명운동을 직접 벌이는 등 움직임이 있었고, 담당 검사가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 하지만 정권의 외압으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했다는 게 취재를 맡았던 기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부, 부산 형제복지원 운영비 ‘80%’ 지원

형제복지원은 운영의 주체가 민간이었지만 정부가 실제 정책을 수립·장려하고, 실제로 운영비의 80%를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국가의 위탁 운영형태였다.

대책위는 이번 특별법 제정에 반드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며, 최근 적발된 전라남도 신안군 염전노예사건도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 바람에 근절되지 않고 잇따라 발생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애인 인권 침해 전수조사, 인권 감수성 없으면 ‘전시행정’

한편,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과 전국의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종선 씨는 “장애인거주시설 및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될 때 국가의 인력이 부족하다면 각 사회계층의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수시로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인간 중심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1940년대 나치독일이 세웠던 폴란드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와 다를 바 없는 형제복지원에 대한 국회차원에서의 입법 청원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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