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부터 사흘 간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개최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8일부터 사흘 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대극장)에서 ‘제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열린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제작한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상영함으로써 장애계 문제 혹은 현실을 알려내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자리로서 영화제를 매년 4월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차별에 저항하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카페 이매진(최연주 감독)’을 비롯해 장애와 인권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15편이 상영된다. 영화제는 오는 8일~10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영화제에는 총 37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선정된 작품은 모두 10편이다. 올해에는 지적·정신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장애영역의 일상을 접할 수 있는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개막작과 폐막작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을 제공하며, 영화 관람은 무료다. 영화제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개막작 ‘카페 이메진’

▲ 개막작 ‘카페 이메진’ 스틸컷.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개막작 ‘카페 이메진’ 스틸컷.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성인이 된 20대 여성 지적장애인들. 또래 친구들처럼 화장도 하고 싶고, 예쁜 옷도 사 입고 싶지만 가족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화장을 하면 안 된다고 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지도 못하게 한다. 나이로는 이미 성인이 됐지만, 집에선 늘 아기 취급을 하는 것.

30대가 돼도 지적장애인들은 또래처럼 결혼이나 독립을 꿈꾸고, 친구들과 자유로운 여행도 하고 싶지만 독립도, 친구들과의 여행도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결혼이나 독립을 할 수 있는 자립 여건을 마련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성인 지적장애인들은 사회의 연령은 이미 성인이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만 할 존재로 인식돼 왔다. 영화는 성장이 가로막힌 성인 지적장애인들의 현실을 말한다.

<연출: 최연주·배나주·박진희·진영주·이창현·이승훈, 제작 형식: 10분, 상영 날짜 : 8일 오후 7시>

연대작 ‘탐욕의 제국’

▲ 연대작 ‘탐욕의 제국’ 포스터.  ⓒ시네마달 제공
▲ 연대작 ‘탐욕의 제국’ 포스터. ⓒ시네마달 제공
근로복지공단 앞은 오늘도 변함없이 소란스럽다. 영정사진을 든 채 “노동자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습니까?”라며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과 그들을 문 앞에서 막아서는 직원들 사이에 실갱이가 벌어진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던 직장이었다. 먼지 하나 없는 방, 모두 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그 곳은 ‘미지의 세계’ 같았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고 화장실 갈 틈도 없이 기계를 돌려야 했지만 ‘성과급 1000%’ 앞에서 불평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것이 죄였을까. ‘죽음’이라는 허망한 보상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그들은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초일류기업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실제 삼성 반도체 피해 노동자들의 사연은 물론, 그 피해자들의 아픔 그리고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까지 묵묵히 기록해냈다. 지난달 초 개봉한 이 작품을 이번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연대작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연출: 홍리경, 제작 형식: 92분, 상영 날짜 : 8일 오후 4시>

특별작 ‘위 캔 두 댓’

▲ 특별작 ‘위 캔 두 댓’ 포스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특별작 ‘위 캔 두 댓’ 포스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1983년 밀라노. 새로운 법 ‘바자리아법’에 의해 정신병원이 없어진다. 정신병원 환자들에게 자유가 주어졌지만 돌아갈 곳은 없다. 그들을 모아둔 병원부설 기관 ‘협동조합 180’은 정신병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어느 날 그곳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온다. 정의감이 강한 급진적 활동가 ‘넬로’다. 넬로는 정신과 환자들과 함께 진짜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넬로와 그의 친구들의 실험적 회사는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이탈리아 정신장애인 11인과 그들의 매니저 넬로가 만들어 가는 협동조합 이야기 ‘위 캔 두 댓’의 배리어프리 버전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청각장애인을 위해 한국어 자막을 넣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해설을 넣어 상영하는 영화를 말한다.

<연출: 지울리오 만프레도니아, 제작 형식: 111분, 상영 날짜 : 9일 오후 1시 30분>

선정작 ‘만복아 약 먹자!’

▲ 선정작 ‘만복아 약 먹자!’ 스틸컷.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선정작 ‘만복아 약 먹자!’ 스틸컷.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정신장애인 생활시설에서 3년 째 살고 있는 ‘만복이’는, 곧 퇴소할 날을 기다리며 마음이 들떠있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 지금 퇴소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3년 더 시설에서 생활하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만복이는 삶의 의욕이 없어지고, 생활시설의 규칙 또한 지키지 않는다.

본인의 삶이 스스로의 계획과 의지보다는 가족과 치료진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이 막막하고 답답한 만복이는 가출을 결심하는데…….

정신장애인이 입·퇴원 과정 외에 치료 방법이나 시기, 개인 및 사회생활에서도 자신의 권리나 주장이 수용되지 않는 상황은 지역사회 시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지역사회 시설은 사회복귀와 심리사회 재활을 위한 자유와 권리가 보장돼 있지만, 증상 관리와 치료적 목적이라는 명분 하에 당사자의 기본권이나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제작됐다.

<연출: 김호동, 제작 형식: 11분 46초, 상영 날짜 : 9일 오후 5시 50분>

선정작 ‘서른넷, 길 위에서’

▲ 선정작 ‘서른넷, 길 위에서’ 스틸컷.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선정작 ‘서른넷, 길 위에서’ 스틸컷.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뇌병변장애인 정진희와 문애린은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마주한다. 애린은 프로그램의 간사이고, 진희는 참가자다.

지난 2012년 8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투쟁이 시작되는 첫날, 농성 장소는 원천봉쇄 된다.

참가자들의 진로가 가로막힌 상황에서 애린은 온몸을 던져 농성 장소 확보를 위한 싸움을 벌인다. 진희 역시 어렵지만 외부활동을 유지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 간다.

영화는 서른넷의 나이에 삶의 변화의 계기를 맞이한 두 장애 여성의 현재를 쫓아가며 그들의 힘겹지만 회피하지 않는 삶의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들이 선택하는 미래를 함께 생각해 나간다.

연출을 맡은 김병철 감독은 “일상과 투쟁, 기도의 경계가 없는 진희와 애린의 삶을 통해 장애여성의 성장을 다루고 싶었다.”며 “그들의 삶이 영상을 통해 비장애인들에게도 전달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출: 김병철·이선희, 제작 형식: 90분, 상영 날짜 : 9일 오후 6시 30분>

폐막작 ‘못다한 이야기’

▲ 폐막작 ‘못다한 이야기’ 스틸컷.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폐막작 ‘못다한 이야기’ 스틸컷.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지난 연인과의 마지막 데이트 장소를 방문하는 작품의 화자. 현재 안고 있는 그녀의 외로움이 옛 추억을 더욱 회상하게 한다.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며, 그녀 내면에 남아있는 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앞으로의 삶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화자는 값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동안 많은 장애인 관련 작품들이 감독이 관찰자가 돼 주인공을 따라가는 형태였다면, 이 작품은 장애인 형제가 있는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둔다.

이는 일반화된 장애의 인식과 달리, 그것과 더욱 깊이 연관되어 있는 관계자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비장애인들이 잘 알 수 없는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장애의 객관적 시선과 주관적 입장이 어떻게 충돌되는가에 대해 감독 본인의 위치적 입장에서 더욱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연출: 김보미, 제작 형식: 40분, 상영 날짜 : 10일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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