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보문화누리, 청각장애인 자살사건 관련 면밀한 조사 요구

지난 6일 강남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나간 정모 씨가 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장애계가 경찰조사과정에서 정당한 편의가 충분히 제공됐는지, 청각장애 특성은 제대로 반영했는지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면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지난 9일 오후 2시에 서울강남경찰서 앞에서 ‘청각장애인 자살사건, 수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라!’ 기자회견을 갖고 담당 경찰관과 면담을 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4시 55분쯤 단순 폭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나간 피의자 정모(21)씨가 오전 6시 20분쯤 역삼동 인근 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정씨는 이날 새벽 12시 30분쯤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 지하주차장에서 만취한 채 안모 씨의 차량을 발로 차고 안 씨의 팔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정씨는 오전 1시 52분쯤 역삼지구대에서 강남경찰서 형사당직팀으로 인계된 뒤 오전 4시 10분부터 4시 45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경찰에서 ‘술에 너무 많이 취해 기억이 전혀 없다. 마치 가위로 (기억의) 한 부분을 잘라낸 듯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측은 이러한 수사 과정에서 ▲장애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했고 그에 따른 정당한 편의는 어떻게 제공됐는지 ▲또한 제한적인 의사소통으로 청각장애인이 심리적 압박은 없었는지 ▲ 조사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자살의 전조를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가 의사소통의 한계 때문은 아니었는지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이사.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이사.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이사는 “청각장애인의 자살이 개인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경찰이 청각장애인에 대해 무지해 당시 청각장애인의 심리를 알지 못했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거나 조력인을 부르지 않아 자살을 방조한 샘.”이라고 전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함효숙 활동가는 “경찰에 의하면 자살한 청각장애인은 청각장애 2급으로 보청기를 사용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청각장애 2급이면 중증장애인으로, 보청기를 활용해 의사소통을 하더라도 수화를 병행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이 말을 알아들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경찰의 말을 정확히 이해한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경찰은 청각장애인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조사 과정에서 정당한 편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함효숙 활동가.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함효숙 활동가.
또한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각장애인이 자살한 경위가 개인적인 문제만 아닌 다른 요인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 △조사과정에서 수화나 구화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청각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조력인 등 지원책을 강구했었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 △재발방지를 위해 경찰청을 비롯한 일선 경찰현장에서 장애이해와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대책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서를 사건 담당형사에게 제출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한편 담당형사는 면담과정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항.”이라며 “해당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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