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방관한 인강원장은 전 서울시장애인 복지과장… “관리·감독기관이 방패역할”

인강재단의 비인간적 인권 침해와 비리가 세상에 밝혀진지 한달 여.

피해자들은 ‘철면피’ 가해자들에게 협박을 당하는 등 2차 피해에 노출되고, 양심제보 한 직원들은 쫓겨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피해자 협박에 전 서울시장애인복지과장이었던 박○○(인강재단 소속 인강원 원장) 씨가 협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강재단 장애인 인권유린 및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인강재단 대책위)는 15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도봉구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피해자 협박한 ‘철면피’ 이사장 가족… 분리·보호 요구 묵살한 지자체

지난달 12일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결과, 인강재단 이사장 일가족의 폭행과 비리가 세상에 알려졌다.

장애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사건 직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및 보호를 요청했지만,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와 도봉구는 수수방관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2차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인강재단 대책위에 따르면, 인강재단 이사장의 이모 이○○ 씨는 고무장갑을 낀 채 장애인을 쇠자로 폭행했다. 그는 현재 인강원에서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인강재단 소유의 땅에 지어진 사택에서 살고 있다. 이○○ 씨는 수시로 인강원을 드나들며 인권 침해 사실을 진술한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씨와 함께 직원 채○○ 씨는 대부분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 7~8시경 인강원에 출근하다시피 나타나 피해자들에게 ‘너도 감옥에 보내겠다’, ‘집으로 쫒아내겠다’고 협박했다. ‘맞은 적도 없고 맞은 것을 본 적도 없다’는 내용으로 진술서를 다시 쓰게 했고, 몇몇의 손목을 억지로 끌어다가 지장을 찍게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화 활동가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
인강재단 구○○ 이사장과 그의 모친 이△△ 씨, 전 인강원 원장 또한 직원들이 다른 곳에 취업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때린 적도 없고 때린 것을 본 적도 없다’는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

인강재단 대책위는 “2차 피해를 우려해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피해자 보호 및 진술 보호 등을 요청했지만 서울시와 도봉구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인권 침해가 벌어진 시설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하지 않으면 2차 피해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서울시와 도봉구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으로 한 달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폭행과 비리도 부족해 2차 피해까지 벌어진 인강재단에 1년에 75억 원의 보조금이 들어가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백배 사죄해도 모자라는 가해자들에게 국민의 혈세가 계속해 들어가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빠른 대처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인강원 원장 자리에 전 서울시장애인 복지과장… ‘방패용 인사’

인강재단 대책위는 “지난해 10월 인강원 사건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돼 조사가 시작되자, 인강재단에서는 박○○ 전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장을 원장 자리에 앉혔다. 이는 누가 봐도 서울시의 관리·감독에 방패막이를 세우려는 것.”이라며 “박○○ 원장은 피해자와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가해자들이 협박하도록 방조했고, 지난달 29일 거주인 보호자 회의를 개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별거아니다’고 발언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서울시 전 공무원이자 전 책임자로서 문제 해결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도록 나서지는 못할망정 비리 법인과 가해자를 보호한 박○○ 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석암재단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공동투쟁단 김진수 활동가
▲ 석암재단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공동투쟁단 김진수 활동가
석암재단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공동투쟁단 김진수 활동가는 인강재단이 구 석암재단과 유사하게 닮았다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지금 인강원은 구 석암재단 비리가 터졌을 때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며 “당시 원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죄가 없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해 발달장애가 있는 거주인들에게 서명을 받고 다녔다. 직원들이 장애인의 손을 붙들고 대신 서명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암재단 산하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삶을 살겠다고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을 했었다. 서울시에 임대주택과 활동지원제도를 촉구하는 데, 당시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장은 ‘잘 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되려 큰소리를 쳤다. 그 사람이 지금의 인강원 원장.”이라고 개탄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인강재단 측이 ‘선처’를 받기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이라 설명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인강재단 이사장 등은 검찰 조사가 들어간 상황에서 법정 싸움에 유리한 증거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들을 협박해 새로운 진술서를 작성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회복지를 위해 헌신했다’는 거짓을 만들어 선처를 받으려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더구나 과거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장‘씩’이나 했던 인물이 원장으로 앉았으니 얼마나 더 교묘하게 사용하고 장애인들을 관리할지 걱정.”이라며 “이것은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서울시는 강력한 법적 조치와 더불어 당장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인강재단 대책위는 오는 18일 도봉구청을 찾아 인강재단 해체와 시설 폐쇄를 촉구하는 등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 인강재단 대책위가 15일 서울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리법인 2차 피해가 시작됐다. 서울시와 도봉구는 책임져라'라고 촉구했다.
▲ 인강재단 대책위가 15일 서울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리법인 2차 피해가 시작됐다. 서울시와 도봉구는 책임져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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