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중증장애인 사고…활동보조 24시간 보장 목소리 높아져
호흡기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 오지석(남·32, 지체장애) 씨가 지난 16일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사이 호흡기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당시 오씨의 어머니는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활동보조인 역시 퇴근 한 뒤였다.
사고 발생 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16일 오후 4시 반경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어머니는 어깨통증 치료를 위해 집 근처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집을 비웠고, 활동보조인은 5시 10분 경 오씨의 침대에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본인이 할 수 있도록 정리해 주고 퇴근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5시 45분 경 혼자 있던 오씨가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감지하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가까이에 사는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호흡기가……’라는 말을 남겼다.
오씨의 누나는 전화기를 통해 호흡기에서 나오는 비상경보음을 듣고 119에 신고, 6시 경 도착한 구급대원에게 응급조치를 받으며 강남구 서울 상섬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현재 오씨는 심장박동은 돌아왔으나 의식불명이 계속되고 있으며, 중환자실에서 지난 17일 받은 뇌파검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 의료진은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이 낮다는 소견을 밝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 호흡기 없이는 5분 이상 자가 호흡이 힘든 오씨에게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30여 분은 생사가 걸린 시간이 될 수 있다.”며 “호흡기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은 한시라도 곁에 누군가 없으면 생존 자체를 보장받을 수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반면 송파구 장지동의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오씨는 독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비로만 360시간이상이 지원되는 독거 특례 적용도 받지 못하고 한 달에 총 278시간(복지부 118시간, 서울시 100시간, 송파구 6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만을 받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이는 하루에 10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으로, 나머지 14시간은 어머니가 오롯이 곁을 지켜야 하는 상황.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최근에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장애인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사건·사고들의 공통점은 사회적 지원과 안전망의 부재,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춰가는 개별 맞춤서비스가 아니라 등급제나 판정기준과 같은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인 복지 서비스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씨 역시 같은 상황으로, 하루 빨리 깨어나 그토록 원하던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확보 운동과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한편 오씨는 사고가 있던 지난 16일 오전 송파구 장애인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했다면 저는 아마 아직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 시선 굉장히 무섭고 두려울 수 있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서면 더 많은 것들을 할 수가 있게 됩니다. 지금도 그 두려움에 세상 밖을 주저하는 분이 계신다면 저는 이야기 해 드리고 싶습니다. 일단은 부딪쳐보세요! 저도 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발표해 의지를 전했던 만큼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