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사망한 고 송국현씨 추모 결의대회… 보신각서 마로니에공원까지 추모행진

▲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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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현’이라는 이름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외치다, 자신의 권리를 외치다, 혼자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다. 우리는 그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다가 자립생활의 꿈을 이루지 못한 이름으로 기억할 것 같다. 경찰과 언론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나라가 이렇게 비통한데, 장애인 한 명 죽은 것 갖고 너무 요란하게 하면 안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故 송국현 씨의 죽음이 나를 비롯한 장애가 있는 사람의 죽음이기 때문에 여기 모였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불이 나면 피하지 못하는, 나의 사망이기도 하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장례준비위원회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19일 오후 2시 서울 보신각 앞에서 故 송국현 씨를 추모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초 예정된 행사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로 꾸려질 예정이었으나, 故 송국현 씨와 세월호 참사 등 추모 결의대회로 바뀌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그동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얼마나 말했는가. 사람이 죽으니 이제야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오고 싶어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동지들은 모이지 못했다.”며 “또 다시 어느 동지가 죽음을 당하는 현실에 놓일지 모른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은 완전히 깨끗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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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장애인의 날을 ‘동정’과 ‘시혜’의 날이라고 지적하며 “정부는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때 그때 조금씩 주는 대상으로 본다. 옛날에는 그들이 하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동원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도시락이라도 하나 더 받기 위해 싸우기도 했었다.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면서 어떤 것이 우리의 권리인지 알았다. 억울하고 분하게 생각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故 송국현 씨와 함께한 기자회견 및 투쟁을 돌아보며 비통함을 전했다.

남 정책실장은 “故 송국현 씨가 병원에 계실 때도 당연히 일어나실 것이라는 생각에 14일에도, 15일에도 즐겁게 싸웠다. 15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이 ‘유감’이라고 말했을 때도 그 다음 투쟁을 기약했다. 16일 보건복지부 장관을 찾아갔을 때, 故 송국현 씨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의 응원을 들으시며 ‘하루 종일 병원에 있으니 심심하다’고 표현하시기도 했단다. 그런데 17일 새벽 6시 40분경 숨을 거두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들은 어떻게 찾았는지 27년가량 소식이 끊긴 故 송국현 씨의 가족을 찾아냈다. 가족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우리와 함께 하겠다던 가족은 경찰과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조용히 가족장으로 보냈으면 좋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심지어 17일 밤 경찰들은 ‘검사 지시가 떨어졌고 부검 예약도 잡혔다’고 통보했다.”고 말을 이었다.

결국 장애계단체 활동가 약 100인은 시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故 송국현 씨가 누워있는 자리를 에워싸기도 했다. 그렇게 밤을 보내자, 故 송국현 씨의 가족은 ‘장례에 대한 책임과 결정을 맡기겠다’고 했다.

▲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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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정책실장은 “어제 장례위원을 대대적으로 제안했다. ‘송국현’이라는 사람을 잊지 않도록 장애인장으로 치르고, 보건복지부 장관 사죄와 긴급대책 마련 없이는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장애인거주시설을 나와 사람답게 살고자 했다가 목숨을 잃는 야만적인 일이 없길 바란다. 故 송국현 씨는 50년이 넘는 인생 중 고작 6개월, 우리와 호흡하며 살았다. 故 송국현 씨의 꿈을 이어받아 끝까지 승리하고 아름답게 보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임수철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예산 부족’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꼬집으며, 장애인 정책 관련 기관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결의한 주한미군 방위비 9,200억 원, 800억 원이면 모든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을 받을 수 있다.”며 “이토록 처참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은 장애인의 정책 의견을 들어주지 않아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장애계 추천으로 이뤄진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목숨을 걸고 장애등급 폐지와 활동지원 24시간을 실현시켰어야 한다. 또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들의 정책과 삶을 이해 무엇을 개발했는지 모르겠다. 오직 자신들의 직위를 보존하기 위한 개발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추모결의대회에는 노동자들과 학생들도 참여해 연대 및 지지를 다졌다.

ⓒ서소담 기자
김소연 기륭전자 전 분회장은 “기륭전자 고공농성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준 곳이 장애계단체다. 이후 장애계단체의 운동이 얼마나 고귀한 투쟁인지 알게 됐다. 정부에게 우리가 ‘국민이기는 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노동문제연구회 지연 학생은 “故 송국현 씨께서 돌아가신 이유는 딱 하나다. 도와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와줄 사람이 없는 이유는 장애등급제다. 왜 등급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돼야 하는가. 대학생들도 인간이 인간답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함께 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내일이 장애인의 날이라는데, 장애인차별철폐투쟁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집회 여부에만 관심이 많다. 광화문 천막농성에서 600일 넘게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의미와 목소리를 함께 알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송파 모녀 사건’에 대해 ‘제도를 몰라 받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제도를 몰라서 죽은 것이 아니라, 제도를 알아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故 송국현 씨도 제도를 몰라서 죽은 것이 아니다. 그 제도가 가짜였다. 가짜 복지에 죽었다.”고 규탄했다.

추모결의대회에는 추모발언 외에도 몸짓패 들꽃, 현대자동차판매노동조합 노래패의 공연 및 송경동 시인의 ‘우리는 어떻게 이 잘못된 세상을 탈출할 수 있을까’ 낭독 등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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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후 3시 26분경 경찰측은 ‘구호를 외치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26조1항에 따라 불법이다. 경찰서장 명을 받아 해산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발언 등은 끝까지 순조롭게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분향과 헌화 등 조의를 표했으며, 오후 4시 25분경 마로니에공원까지 추모행진을 이어갔고, 경찰에 의해 행진 대열이 끊어지기도 했지만 큰 마찰 없이 대체적으로 순조로웠다.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추모문화제 ‘분홍종이배의 꿈’이 진행됐다. 한방의료활동 단체 들풀의 100만 원 기금 전달식과 함께 노들장애인음악대 등의 공연이 열렸다.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장례준비위원회·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0일 경부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촉구하는 버스타기 투쟁과, 故 송국현 추모 및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 19일 장애등급제 희생자 고 송국현 추모문화제 '분홍종이배의 꿈'이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다. 장애인신문
▲ 19일 장애등급제 희생자 고 송국현 추모문화제 '분홍종이배의 꿈'이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다. ⓒ서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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