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상담원 수 확충 ‘절실’…예산은 전액 삭감

▲ 울주아동학대사망사건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정부의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유림 기자
▲ 울주아동학대사망사건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정부의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유림 기자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특례법과 종합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지난 20일 오후 2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정부의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8월 칠곡에서 계모가 의붓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피해자의 언니에게 거짓 진술까지 강요한 사실이 드러난 ‘울주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2013년 11월 울산에서 계모가 의붓딸의 머리·가슴·허리 등을 수차례 때리고 화상을 입혀 어린이가 사망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두 사건 이후 정부는 지난 2013년 11월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를 결성하고, 12월 31일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 제정 및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특례법은 ▲아동학대 초기 단계부터 사법기관 개입 ▲아동학대 신고의무 직군 확대 ▲신고의무 위반한 자에 대한 과태료 상향 조정(300만→500만 원) ▲아동보호 위한 격리와 함께 친권 제한·정지 등 임시조치 ▲아동학대 치사, 아동학대 중상해, 상습 아동학대의 경우 처벌 강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와 진술조력인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 2월 28일 △아동·부모에 대한 아동인권 교육 및 아동학대 심각성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 홍보를 통한 예방 및 재발방지 강화 △신고의무자 교육 강화 및 지역사회·유관기관을 통한 조기발견 활성화 △피해아동에 대한 심리상담·치료 등 사후관리 강화 등을 내세운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되는 학대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종합대책이 현장 업무에 긴급하게 필요한 부분들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익중 교수는 “특례법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해 적절한 예산과 기반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 47곳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상담원 1인 당 무려 58건에 달하는 아동학대 사례를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아동복지연맹의 사례 수 기준에 따르면 아동보호 서비스는 1인당 12~17건이 적정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한국의 사례 수는 이보다 3배 이상인 셈이다.

또한 정 교수는 “정부가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와 아동보호 서비스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진상 조사는 마땅히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의 아동정책조정위원회 차원 혹은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아동권리 모니터링팀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아동보호기관의 종사자들 또한 이러한 법률과 제도가 시행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법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많은 문제점도 지적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정 관장은 특례법 시행 시 예상되는 아동학대 현안 문제로 ▲아동학대 조기발견 및 원가정 사례관리 어려움 ▲아동학대예방사업 수행 인프라 부족 ▲학대피해아동 전용쉼터 부족 ▲아동복지법 및 특례법 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한정적 역할 수행 등을 꼽았다.

장 관장은 “한 아동에게 드림스타트와 지역아동센터 내 학대피해아동 서비스가 중복 제공되는 등의 문제가 현재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유관기관 간 체계적인 업무 처리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한선희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이 지정토론을 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 한선희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이 지정토론을 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또한 지난해말 특례법과 아동복지법이 개정된 이후 전년대비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가 32% 증가하면서 이를 처리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거론됐다.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한선희 관장은 “교대근무가 없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특성 상, 업무 외 시간에 밀려드는 신고 및 긴급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에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상담원 소진 및 이직으로 인한 전문가 이탈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담원 인력 충원 문제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현장조사 기능이 특례법 시행 이후 현장성이 있는 학대현장만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홍종희 과장은 “특례법 시행으로 아동보호체계의 문제점이 일거에 해결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하고 신속하게 개입해 참혹한 결과를 막을 수 있는 체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대 방지 대책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소관사항을 적극 추진해 나가는 한편 관련 부처와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진상조사위는 이날 아동보호예산이 올해 예산심의에서 전년 대비 전액 삭감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으나, 이날 참석 예정이었던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 관계자는 토론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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