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하고, 기존에 최대 10만원을 지급했던 연금을 최대 20만 원까지 국민연금 급여 기준 등에 따라 차등지급한다.

하지만 기초연금에 가입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노인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초연금을 수령할 시 이를 ‘소득’으로 보고 기초연금 수령액만큼 생계급여를 삭감하기 때문.

가난한 노인에게 기초연금은 ‘그림의 떡’

▲ 서울 후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호태 씨는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이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이 소득인정액으로 들어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 서울 후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호태 씨는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으로 들어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후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호태 씨는 올해 68세다. 김 씨는 현재 기초노령연금을 지원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인정액으로 기초노령연금이 제외되고 있어 이에 대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87년에 충청북도 옥천에서 서울 동자동 부근으로 올라와 일용직을 하던 김호태 씨는 2011년 경에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로 선정됐다.

김 씨가 한 달에 받는 기초생활수급비는 48만 원. 여기서 20만 원 가량의 여관 투숙비를 빼고 남는 28만 원으로 식사를 비롯한 교통비 및 통신비 등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현재 다른 일을 구할 수 없는 김 씨에게는 48만 원을 받는 것이 ‘최선’인 상황.

그러던 김 씨는 최근 친구들로부터 기초연금에 대한 기대를 듣고는, 그도 기초연금 대상자로 선정돼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급 받는 기초연금액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인정액’으로 고스란히 삭감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씨는 “기초연금을 신청해서 선정됐고, 기초연금 관련 서류에도 9만6,000원을 지급한다고 나와 있다.”며 “그런데 그 금액을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비에서 그대로 공제를 해버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가난한 노인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지원한다는 기초연금이 정작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며 “자기(정부)들은 줬다고 하는데, 우리는 받은 게 없다.”고 전했다.

정부 “소득 제외시 부작용 초래” VS 사회단체 “빈곤 해결이 우선”

▲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이러한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측은 최근 해명자료 등을 통해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는 법적근거를 제시했다.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서 제외 됐을 때 기초생활수급자가 차상위계층보다 소득이 높은 ‘소득역전현상’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 측은 “기초연금은 ‘보충급여의 원칙’에 따라서 현행 기초연금과 마찬가지로 기초연금액은 수급자의 가구 소득에 포함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영국, 일본, 스웨덴 등 국외사례에서도 기초연금 등 다른 복지제도를 우선 적용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가 보충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3조에 명시돼 있는 ‘수급자가 자신의 생활 유지·향상을 위하여 그의 소득, 재산, 근로능력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노력하는 것을 전제로 이를 보충·발전시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몸이 아픈 노인 한 명의 경우 한 달 기준 16만 원 정도가 지출된다.  노인가구 지출이 억제 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기초연금 20만 원의 추가 지출은 필요한 상황.”이라며 “보충급여 원칙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노인 빈곤문제 해결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외국의 경우, 국민연금이라든지 각종 가구특성에 맞는 소득보장특성이나 연금제도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반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빈곤률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이것은 비교자체가 불가하다.”고 바라봤다.

이어 “만약 소득인정액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한다면, 현재 기초연금의 소득산정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이들이 신규 수급자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김 사무국장은 “기초연금 때문에 수급자가 못 됐던 소득인정액 60~70만 원의 사각지대가 새롭게 제도로 진입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소득 역전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사무국장은 정부가 주장한 소득역전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기초생활수급권에 포함되지 못한 사각지대가 넓고 기초생활수급비가 최소한의 생계마저도 보장하지 못할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역전현상이 일어난다고 해도 ‘배부른’ 현상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 140만여 명인데 42만여 명이 기초수급 노인이다. 전체 노인의 빈곤률이 49.1%인데, 전체 600만 노인 중 42만여 명만 기초수급권 안에 있기 때문에 차상위 계층에 대한 소득역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소득역전을 야기 시키는 사각지대의 해소가 먼저지,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방향성 자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초연금이 다음달 7일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시점에서, 사회단체와 정부의 입장차이는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에 대한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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