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보문화누리 논평

지난 26일 정부는 WIPO(세계지식재산기구)에서 ‘시각장애인 저작물 접근권 개선을 위한 마라케시 조약(Marrakesh Treaty to Facilitate Access to Published Works for Persons Who Are Blind, Visually Impaired, or Otherwise Print Disabled)’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조약에 서명을 했으니 조약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정부는 국제적, 국내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마라케시 조약은 국가 간 저작물에 시각장애인 등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데 의의를 가진다. 또한 마라케시 조약은 국내 장애인의 저작물 접근 환경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라케시 조양으로 인하여 장애인의 저작물 접근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정부는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 가운데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개인의 저작물의 사용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조약의 엄격한 적용으로 오히려 자발적인 활동으로 개인에게 제작되는 대체자료의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다. 국내에 있는 출판물 5천만종 가운데 대체자료 보급률은 0.36%(문화체육관광부, 2013)밖에 안 되는 것을 감안할 때 장애인복지관 등 지정된 기관을 통한 저작물접근은 한계가 있다. 더욱이 기관을 통한 대체자료 제작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개인의 욕구에 일일이 응대해줄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저작권법(제30조)에 보장되어있는 저작물을 정해진 기관을 거치지 않고 필요시에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도 장애인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둘째, 마라케시 조약에 의하면 비장애인의 저작물 접근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에 소요되는 노력이나 비용은 대체자료를 제작하는 기관이 부담하여야 한다. 저작권자의 입장으로 보면 당연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국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정당한 편의 제공’의 내용과 상충될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정당한 편의의 제공’은 장애인의 차별이 발생되지 않도록 편의시설이나 서비스의 제공 주체가 져야하는 부담이다. 하지만 마라케시 조약이 국내의 기준으로 적용이 될 경우 도서(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정보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정당한 편의의 제공은 정보물의 제공자에게 책무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정책의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다.

셋째, 마라케시 조약 성안 과정에서 다른 논의도 있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마라케시 조약을 만든 WIPO(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시각장애인만이 아닌 청각장애인의 저작권에 대한 조사와 논의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라케시 조약의 서명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접근만이 부각되어 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 등 독서장애인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단체는 국제적인 시각장애인의 저작물의 접근과 관련한 마라케시 조약의 서명을 환영한다. 하지만 마라케시 조약이 국내법에 비추어 장애인의 권리를 축소시킬 요소가 있고, 역차별을 받을 수 있는 집단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마라케시 조약의 실질적인 효력 발생을 위하여 노력하되 문제가 될 수 있는 점들을 신중히 검토하여 정책적 보완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2014년 6월 30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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